[인터뷰] 고은아, 성장의 깊이를 아는 여배우의 멋

입력 2014-12-02 09:57   수정 2014-12-02 09:57


[김보람 기자] 연신 그는 “다 할 수 있어요”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촬영에 몰입했다. 순식간에 터졌다 사라지는 카메라 셔터 하나하나에도 본연의 탄탄한 공정이 묻어져 나왔다.

깊어져 가는 계절의 정취를 담은 운현궁에서 이뤄진 야외 촬영에도 모든 진행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음이 그의 가식 없는 호연한 자태와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화려하거나 잔재주가 많으면 오히려 가벼워지기 쉬움을 아는 걸까. 인생의 능선을 따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에 따라 느리게 내딛는 정원과 같은 그의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성장 소설과 같았다.

1. 소속사를 이전했다 들었다.
스무 살 때로 돌아갔다. “새로운 곳에서 긴 시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나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하자”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소속사로 오게 됐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내게 다시 일하자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내가 잘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들었을 리 없었을 테니 말이다.

2. 올 초 영화 ‘스케치’의 파격 장면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선뜻 노출 신을 선택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나.
시간을 끌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작품이었지만 베드신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많은 스탭들과 감독님이 내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해줬기에 선뜻 나설 수 있었다. 영화 자체가 베드신이 주가 아니었음에도 화제가 돼 나도 신기할 따름이다.

3. 언제나 훌륭한 몸매로 주목 받고 있다. 나만의 특별 관리 노하우는.
운동에 있어선 간만보고 빠지는 성격이라 꾸준한 한 가지 운동보단 단 시간에 푹 빠져 스파르타 식으로 행한다. 복싱, 유행하던 필라테스, 자전거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목표가 있어야 운동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집중해 성취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 지인들의 놀라는 반응에 쾌감을 얻는다.

음식은 좋아하는데 먹는 게 귀찮아 하루 한 끼를 먹는다. 대신 먹더라도 군것질은 안 하고 식사로 딱 한끼 그게 전부다.


4. 스케줄이 없는 쉬는 시간에는 뭘 하나.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 5년에서 10년은 넘은 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며 국내를 돌아다닌다. 동성친구보다 이성친구가 많아 이리저리 시간 나는 이들끼리 자주 모인다. 올해만 해외로 5번을 나갔고 국내 글램핑도 자주 즐기는 정도.

가끔은 친구 없이 친구 부모님이랑 등산을 가기도 하는데 어른들이 워낙 날 좋아해서 딸이라고 한다. 며느릿감을 넘어서 딸로서 너무 예뻐해 주셔서 진짜 딸인 친구가 삐쳤었다.

5. 술도 마실 법하다.
연예인 동료들보다는 기존의 절친들과 항상 가던 곳으로 향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고민도 들어주고 케어해주는 ‘언니’ 이미지. 방송에서 술을 잘 먹는 이미지로 보여졌는데 잘 먹는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요즘엔 준영이도 그렇고 많이들 바빠져 자주 못봐 아쉽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가족들과는 생사만 확인하는 정도다. 엄마는 가게를 오픈했고 언니는 육아에, 남동생은 콘서트로 바빠 얼굴 볼 시간이 없다.

6. 아무래도 남동생인 엠블랙의 미르가 가끔은 오빠처럼 든든할 때도 있겠다.
너무 예쁜 동생. 만약 동료였다면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작품을 고르는데 있어 조언을 주더라. 고민이 되는 신이 있어 작품을 망설이는데 “누나가 배운데 왜 그런 걸 생각하고 망설여?”라는 말 한마디로 내 고민에 답을 내려줬을 때 “어린 애로만 봤던 녀석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애가 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 번은 우스갯소리로 젊을 때 몸을 한 번 만들어 화보를 찍고 싶다더니 2개월 만에 바로 식스팩을 만들어 화보를 찍어온 적이 있었다. 운동에 흥미가 없던 애라 전혀 기대도 안 하고 비꼬기만 했었는데 “얘는 될 애구나”란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요즘엔 언니랑 미르 배 만지는 낙을 즐긴다.

7. 한창 사랑에 빠질 나이, 나만의 연애관이나 이상형은.
사람들일 왜 ‘이해해주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이야기하는지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보장도 없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인기 속에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모를 따졌던 전에 비해 대화가 잘 통하고 날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약간 남동생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와 조금의 비슷한 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8. 어린 시절 고은아를 배우라는 직업으로 이끌었던 특별한 영향이 있었나.
안정적인 삶도 좋지만 시시하게 살다 가고 싶진 않아 시골에 살며 어릴 때부터 혼자 프로필을 만들어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 모델 활동만 하다 좋은 기회로 씨에프랑 뮤직비디오를 통해 방송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엔 창피했는데 감독님의 “액션” 소리가 끝나자마자 아무도 안 보이고 몰입하게 되더라. 내 길이다 싶었다.

한 번은 어느 감독님이 말했다. “너는 예쁜게 아니라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기 때문에 연기를 완전 잘해야 한다. 화려한 얼굴은 시선을 사로잡아 보통 수준의 연기도 커버가 되지만 넌 얼굴로 먹고 살 생각하지 마 라”고.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릴 땐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커 이것저것 다 도전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작품 일 년에 한 두 개 해도 배우로서 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9.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
물론 다 기억에 남지만 ‘케이팝 최강 서바이벌’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남자 역할이었고 아이돌이 되어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았는데 연신 노래하고 춤을 춰야 해 연기와 함께 가수를 경험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촬영 내내 어린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즐거웠다. 무슨 할 애기가 그렇게 많았는지 수다떨기가 일상이었다. 그때 만난 유환이는 아직도 잘 연락하고 민호, 세창이 모두 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다.

10. 향후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원래 어렵고 무거운 역할만 해왔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같은.

11. 앞으로의 활동 계획.
영화 욕심이 많은 만큼 드라마보다 영화로 인사드리려 하고 있고 내년 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들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엔 정말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12. 10년 후 고은아.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고 일만 계속하고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는 조급하지 않고 좀 더 여유롭게 더 많은 폭을 섭렵하고 있지 않겠나.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싶기도 하다. 내가 처음 아무것도 시작해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방법을 몰라 포기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며 “애도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나”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기획 진행: 김보람, 함리라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봉영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이미리
의상: 스타일난다, 나인걸, 딘트
주얼리, 백: 뮈샤
선글라스: 필라 아이웨어 by 룩옵티컬
슈즈: 스위트 브라이드, 딘트
헤어: 보이드바이박철 황수경 실장
메이크업: 보이드바이박철 예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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