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쌍용차 티볼리가 화제인 모양이다. 유명 연예인의 말 한 마디가 쌍용차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티볼리 엔진이 한국에서 개발된 게 아니라는 엉뚱한 주장도 나돈다. 숨은 의도야 어찌됐든 쌍용차 입장에선 출시 전부터 티볼리가 언급되니 관심 유발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본격 광고를 전개하기도 전에 이미 차명이 국민적 관심사로 오르내렸으니 이미지 호불호를 떠나 이름 알리기는 충분했던 셈이다.
그런데 겉이 멀쩡해 보여도 쌍용차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적자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며, 쌍용차에 쏟아지는 관심 중 적자에 주목하는 것은 거의 없다.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에서 시작된 적자야말로 쌍용차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아픔인 데도 말이다.
적자의 시작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판매 부진으로 위기에 봉착한 쌍용차의 구원투수로 나선 곳은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이었다. 은행의 지원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쌍용차는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국내 SUV 활황에 힘입어 2001년부터 3년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5년이 지난 2004년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그러자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명령에 다급해진 조흥은행은 쌍용차 지분 전량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했다.
쌍용차의 지우고 싶은 과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는 노조와 번번히 갈등을 빚었지만 양측은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도출하며 상생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판매량은 숨고를 틈도 없이 추락했다. 실제 2006년 국내 완성차 판매량 가운데 SUV 비중은 21.4%였다. 쌍용차의 워크아웃 졸업을 만들었던 2004년의 30.6%와 비교하면 낙폭이 상당했던 셈이다.
위축된 시장은 SUV 판매 급감으로 연결됐고, 이에 따라 중국 경영진은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더불어 상하이차도 매년 3,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08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경유 가격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경유 가격의 가파른 인상이 디젤 및 중대형 SUV 판매를 끌어내렸고, 쌍용차로선 고스란히 연간 2,274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 해 쌍용차 연간 판매량이 9만2,000대로 전년 대비 30% 하락한 것이다.
이를 두고 상하이차 경영진은 노조에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팽팽하게 대치를 거듭하던 중 상하이차 경영진은 회사의 미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급기야 자신들의 주식을 포기한 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한국을 떠나버렸다. 쌍용차 내분이 시작된 배경이다.
중국 경영진이 떠나버린 쌍용차에는 한 솥밥을 먹던 직원들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그리고 그 해 쌍용차의 적자는 2,934억원에 달했다. 회사 자체의 존립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후 법원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기업의 존속을 결정했다. 그러자 쌍용차 내부는 법원 판단의 지지파와 반대파로 한 순간에 나뉘었다. 그리고 반대파는 77일 동안 공장을 점거하며 구조조정 반대를 외쳤고, 지지파는 같이 죽자는 것이냐며 반대파를 압박했다. 어느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골이 깊은 갈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양측의 대치 끝에 결국 기업 존속을 위한 구조조정이 받아들여졌고, 2,646명의 직원이 명예퇴직, 무급휴직, 해고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구조조정이 완료된 후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섰고, 그게 바로 지금의 대주주이자 인도의 SUV 전문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였다.
그러나 여기서 쌍용차의 아픈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슬픈 소식이 들려왔고, 마지막까지 구조조정에 맞섰던 반대파는 이 문제를 정치권으로 끌고 들어갔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도 책임질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마힌드라에 인수된 해에도 쌍용차는 55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11년 적자 폭은 1,410억원에 달했다. 몸집은 줄였지만 적자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나마 2012년 SUV 판매가 되살아나며 981억원으로 적자가 감소했고, 지난해는 해외 수출 증가에 힘입어 89억원 적자로 마감한 게 전부다. 결과적으로 마힌드라 인수 후에도 전혀 흑자를 내지 못한 셈이다.
그럼에도 쌍용차 문제를 알고 있었던 마힌드라는 지난해 3월 무급휴직자 455명을 모두 복직시켰다. 그러나 정리 해고된 159명은 제외했다. 적자가 연속되는 상황이었지만 한국 내 쌍용차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마힌드라의 선택이었다. 그러자 복직되지 않은 해고자는 정치권과 법원에 해고가 무효임을 주장했고,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했다는 최종 판결로 매듭을 지었다. 최근 해고자들이 평택공장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명 연예인의 SNS 글이 화제가 됐다. 내년 내놓을 소형 SUV 티볼리가 많이 판매돼 159명의 해고자가 복직되면 좋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물론 단순 응원의 글이었지만 쌍용차로선 공장 굴뚝에 오른 이들이 연계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게다가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해고자 복직에는 반대하고 있다. 당시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이유는 판매량이었고, 책임은 상하이차 경영진이 져야 하는 것일 뿐 마힌드라는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물론 티볼리가 많이 판매돼 쌍용차가 적자를 벗어나면 좋은 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미 법적인 판단이 끝난 사안을 두고 공장 굴뚝을 점거하는 게 정당한 방법인 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해고자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적자 연속인 쌍용차로서도 해고자 복직은 쉽게 약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쌍용차를 난감하게 만든 해고자 문제의 시작은 상하이차로 지분을 매각한 조흥은행의 잘못된 판단과 누구도 탓할 수 없는 2008년 경유 가격 상승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쌍용차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다. 그래서 불편하더라도 즐기는 게 최선이다. 돈 들여 차명 알려야 할 마당에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으니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 티볼리 많이 팔려 적자라도 면하면 최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티볼리에 마힌드라 엔진이 탑재됐다는 엉뚱한 주장이 등장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이 또한 쌍용차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제는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쌍용차에 쏟아지는 관심을 여유롭게 수용하는 것 말이다. 언젠가는 흑자로 전환될테니 사전의 표정 연습이라고 해도 좋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존속을 결정한 법원의 판단은 역사에 남을 오판이 될테니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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