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당신, 싱글 오리진은 어떠세요?

입력 2015-01-01 08:30  


 격렬한 논쟁이 오가는 회의실 탁자 위, 점심시간 후 잠깐의 휴식을 찾는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커피 한 잔이 있다. 향긋한 풍미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카페인의 힘을 빌려 피로와 졸음을 떨치려는 누군가에게도 커피는 참 반갑고 고마운 음료다.

 지난해 한국인들이 소비한 커피 원두는 11만1,906t, 112억잔 정도의 커피를 뽑아낼 수 있는 양이다. 국민 한 사람당 일년에 커피를 228잔씩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일식품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게 커피라는 통계자료가 유통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저마다 선호하는 커피가 있겠지만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는 '아메리카노'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원두를 곱게 갈아 압축한 뒤 고압의 뜨거운 물을 통과시켜 내린 진한 커피가 에스프레소, 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연하게 마시는 커피가 아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의 맛은 원두가 좌우하는데, 통상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면 블랜딩한 원두로 내린 걸 마시게 된다.

 두 가지 이상의 원료를 배합해 맛과 향을 풍성하게 하는 블랜딩은 커피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위스키 등 주류에서도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바리스타의 개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바로 블랜딩이다. 또 블랜딩은 음료의 맛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원가를 줄이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맛도 없고 쓰기만 한 걸 왜 마시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메리카노가 주로 탄탄하고 맛이 묵직한 브라질산 생두를 베이스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를 블랜딩한 경우가 많아서일 수 있다. 물론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이 너무 지나쳐도 풍미가 줄고 쓴맛만 강해지기도 한다.






 블랜딩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연간 200잔 이상 들이키는 커피를 매일 특색 없이 쓴 맛이 강한 아메리카노만 즐기기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자신의 단골 커피가게의 메뉴판을 다시 찬찬히 살펴볼 시점이다. 케냐, 과테말라, 에디오피아, 엘살바도르, 탄자니아 등 해외 지명이 들어간 커피가 있다면 한 번 주문해보는 건 어떨까. 블랜딩 커피와 달리 한 가지 원두로 맛을 낸 싱글 오리진은 각 원두가 가진 특색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싱글 오리진의 종류만 해도 100종은 거뜬히 넘는다. 블랜딩 실력만큼이나 좋은 품질의 싱글 오리진으로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도 좋은 바리스타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또 싱글 오리진은 단일 원두 자체의 맛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어설프게 질 낮은 원두로는 싱글 오리진 메뉴를 낼 수 없다.

 하와이 코나는 보디가 강하면서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뤄 풍부한 맛을 낸다. 커피 강국 콜롬비아의 슈프리모는 향기가 진하고 신맛과 쓴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고급 커피의 대명사다. 케냐AA는 강한 신맛과 독특한 향에 야생미 넘치는 과일향까지 즐길 수 있는 커피로 종종 와인에 비교되곤 한다. 과테말라 안티구이는 ‘스모크 커피’의 대명사다. 연기가 타는 듯한 향의 원천은 비옥한 화잔재 토양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싱글 오리진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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