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허삼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입력 2015-01-16 08:00  


[bnt뉴스 최송희 기자] 돈 없고, 대책도 없지만 뒤끝만은 낙낙한 남자. 그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영화 ‘허삼관’의 이야기다.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는 허삼관(하정우)과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 그리고 세 아들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오로지 건강뿐인 허삼관. 그는 1950년대 충남 공주,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을에서 허옥란과 결혼하기 위해 우격다짐을 벌인다. 결혼 자금을 얻기 위해 궁리 끝에 피까지 판 그는 허옥란 아버지의 환심을 사며 그 집안의 데릴사위가 된다. 결국 허옥란은 연인 하소용과 이별하고 허삼관과 결혼한다.

10여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슬하에 일락, 이락, 삼락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깬 것은 마을에 돌고 있는 풍문. 첫째 아들 일락이가 허옥란이 잠시 사귀었던 하소용을 닮았다는 소문에 허삼관은 피 검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고 허삼관은 큰 충격에 빠져 급기야 아들 일락이를 미워하기에 이른다.

앞서 하정우가 말한 것처럼 ‘허삼관’은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철부지 남자가 아버지가 되기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감정들은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크게 1부와 2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허삼관이 스캔들과 마주하면서 아들 일락과 멀어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와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 일락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웃음과 감동의 경계선이 분명한 이야기가 매끄럽게 읽히는 것은 분명 ‘허삼관’의 장점 중 하나다.

하정우는 전작 ‘롤러코스터’의 매니악한 유머 코드를 순화하고 희석시켜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가꾸었다. ‘롤러코스터’의 팬이라면 하정우 특유의 뻔뻔하면서도 유쾌한 유머가 조금 싱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서 ‘허삼관’은 꽤나 안전한 선택을 했고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분배해냈다.

또한 눈 여겨 볼 것은 첫 아버지 역할, 어머니 역할을 맡은 하정우, 하지원의 연기다. 연기력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믿고 보는 배우’들인 만큼 안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캐릭터를 완성한다. 특히 유치하고 찌질한 모습에서, 강한 부성애를 끌어내는 하정우의 연기는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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