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CES)에서 가장 주목을 끈 기술 중 하나는 자율주행이다. 운전자 조작 없이도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속도를 높이는가 하면 멈추고, 주차장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혁명'으로도 불린다. 자동차 의미가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자율주행의 대중화는 진정한 자동차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자율주행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추구하는 궁극의 기술이기도 하다.
CES에서 공개된 기술 중 특히 눈을 모은 것은 폭스바겐의 기억주차와 아우디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기억주차는 운전자가 주차장까지 운행하면 차가 주차장 위치를 기억하고, 이후에는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주차장을 찾아가는 기술이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제어가 가능하며, 차를 다시 사용할 때는 운전자가 내린 곳으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다. 주차하러 가는 동안 나타나는 장애물이나 보행자를 피하는 비상 정지 기능도 갖췄다.
아우디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550마일 주행을 통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실제 운전자는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유하는 일 외에 주행에 관여하지 않았다.
넓게 보면 두 기술은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이다. 다만 그 경계는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폭스바겐그룹에 따르면 자동주차는 폭스바겐이, 자율주행은 아우디가 담당한다. 물론 개별적으로 연구하지만 그룹 전체로는 통합 전략의 일환이다. 즉 아우디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폭스바겐이 사용하고, 폭스바겐이 고안한 자동주차를 아우디를 비롯한 그룹 내 브랜드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주차 기능을 실현함에 있어 폭스바겐은 단계적으로 기술 개발을 해왔다. 그 첫 걸음은 자동주차 파일럿으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더라도 자동으로 주차 공간에 유도하는 단계다. 다음 단계는 차의 외부, 예를 들면 스마프폰 등을 사용해 주차를 컨트롤하는 기술이다. 마지막은 완전한 자립주차다. 운전자 명령 없이도 스스로 주차 공간을 찾아가는 것.
이미 첫 단계는 상용화가 끝난 상태다. 현재도 다수 제품에 채용되는 파크 어시스트 기술이 기초다. 일렬 주차는 물론이고, 직각 주차도 실현 중이다. 두 번째 단계는 CES에서 소개한 기억주차다. 이 기술은 현재 어떤 차종에 채택할 것인지를 검토 중에 있다.
신기술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폭스바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이는 폭스바겐이 대중차를 만들어내는 점과 무관치 않다.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 센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지금 시점에선 레이저 스캐너 등 비싼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아우디가 보여준 자율주행은 '완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행 중 안전이나 기능 면에서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것. 다시 말해 기술 성숙도가 상당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양산을 위한 준비 또한 거의 갖췄음을 나타낸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해도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법적 규제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다. 따라서 회사는 본격적인 상용화 즈음에는 기술보다 규제가 상용화를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 상승문제도 수반한다. 아무리 아우디가 폭스바겐에 비해 비용 면에서 자유롭다고 해도 자율주행을 위해 동원되는 센서를 장착하는 데 드는 돈은 상당하다. 즉 첨단 기술을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더라도 법규와 비용 등 선결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능은 향후 자동차 산업의 키를 쥐게 할 결정적 한방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이 자동차의 역사와 가치, 문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 자명해서다. 구글 등 IT 기업이 자율주행 또는 네트워크자동차라는 컨셉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일 역시 결국 이 기술이 자동차 회사가 추구해야 할 방향임을 증명한다는 게 폭스바겐의 인식이다.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자율주행은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율주행에 대한 큰 수요는 구글이 이미 시장에 뛰어든 계기를 만들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져다 준 의미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졌던 업계가 각각의 영역 확보를 위해 경쟁하게 됐음을 시사한다. 자동차와 IT 산업의 경우 지금까지 개별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상호 작용을 통해 동일한 소비층을 위한 비즈니스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폭스바겐은 자율주행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자율주행의 배경이 되는 자동차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쪽은 IT 업계가 아닌 자동차 회사라고 말한다. 또 자동차가 어떻게 달리고, 돌고, 서는 지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는 것도 자동차 분야라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그룹 전자전장부문 총괄 폴크마어 타네베르거 박사는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회사가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미래 산업의 키"라며 "기술적 완성도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아직 법령이나 규제, 비용 등의 과제를 수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구글 등 IT 기업이 이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 역시 자동차와 IT 융합산업에 있어 자율주행차의 시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의 역동성, 기능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산업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아우디코리아, A3 스포트백으로 '설욕 다짐'
▶ 독일차 3사 해치백 장전…'최후 승자는?'
▶ 현대차, 개발명 'AE'로 친환경 제품 다변화 돌입
▶ 전기차와 디지털이 만나다, 기술융합 세미나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