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두식, 배우 인생의 앞섶을 끄르다

입력 2015-01-27 15:49  


[김보람 기자] 될 사람 치고 동충서돌 안 한 이가 있을까.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쏟아진 배역들과 고된 역할에도 이를 운으로 받아들이며 자만 없이 너무나도 값지게 여기는 공손한 이 사나이는 그간 많은 남성 배우들이 그려왔던 궤도를 벗어나 새로이 그려내고 있다.

영화 ‘전설의 주먹’, ‘빅 매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여기까지 듣다 보면 하나의 얼굴이 서서히 그려질 것.

출연한 어떤 작품이든 배우 박두식은 그 안에서 본인만이 풍기는 분위기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높은 절조를 이끌어내는 충무로의 청량한 블루칩이 아닐 수 없다. 

그와의 짧고도 음률 있었던 인터뷰로 모든 것을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진실성 있는 캐릭터들만큼이나 청정한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했음은 틀림이 없다. 진실은 속일 수도 감출 수도 없지 않은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초등학교 3학년 학예회 때였다. 반 친구들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속 왕 역할을 유머러스하게 연기했는데 친구들이 자지러지더라. 호응이 너무 좋아 기립박수까지 받았고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구체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다. ‘신라의 달밤’ 속 차승원 선배님이나 설경구, 최민식 선배님을 보며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데뷔작 영화 ‘전설의 주먹’. 유명 배우들과 함께라 많이 떨렸을 법.
꿈인가 싶었다. 선배님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은 없었지만 강우석 감독님과의 만남이 특별했다. 이름으로만 듣던 분이 나를 데뷔하게 해주셨고 아직도 잊지 않고 은인으로 생각한다.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배우 활동을 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라고.

2014년. 작품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했다. 뜻깊은 한 해였을 듯.
정신이 없이 바쁜 한 해였다. 작품 세 개를 동시에 하게 되는 민폐로 욕도 먹었는데 그때마다 현장 감독님들과 스탭들이 용기를 북돋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자랑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배우들이 여러 작품이 한 번에 들어오고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행히 나는 운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공식 석상에서 두 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가 눈길을 끈다. 어떤 의미가 있나.
특별한 종교가 있어서는 아니고 대종상 후보에 올랐을 때 나도 모르게 공손한 마음에 취하게 됐다. 잘 부탁드린다는 마음에서였는데 지금은 습관이 됐다.


여가에는 무얼 하는지.
주로 음악을 듣거나 친구들과 술을 먹기도 한다. 많이 먹진 못 하는데 술자리를 좋아한다. 운동의 경우 에피소드가 있다. ‘빅 매치’ 촬영 당시 형사 역할이라 덩치가 커 보이고 싶어 살을 많이 찌웠는데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됐다. 원상복귀하는데 너무 힘들었기 때문. 영화 ‘역도산’의 설경구 선배님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한 트레이너 형과 운동을 함께 하며 세 달 만에 팔 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밥 량을 줄이고 나트륨 섭취 금지, 하루 물 2리터, 채식 위주 식단이 그 방법.

이상형.
일명 ‘고양이 상’을 좋아한다. 연예인으로 뽑자면 김사랑 선배님.

기억에 남는 연기 파트너나 에피소드가 있나.
조언을 많이 해준 황정민 선배님. 내게 흔치 않은 눈빛을 가지고 있다며 “눈이 좋다”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또 ‘빅 매치’ 때 숙소로 나를 불러 한 잔의 맥주와 함께 스파르타식 조언을 해준 김의성 선배님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속 박두식.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지.
악역을 많이 해왔다 생각했는데 완전체의 악역은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완전체의 악역이다. 한마디로 쓰레기 역할이랄까. 악행이 너무 심해 편집된 부분이 있을 정도.

개봉이 얼마 안 남았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
이민기형과 엘리베이터에서 액션 씬 중 맞고 있는데 실제 쇠로 된 봉에 부딪혀 피가 터졌다. 너무 아팠는데 감독님이 컷을 해주지 않아 계속 연기를 진행했다. 분장이 따로 필요 없다고 장난스레 좋아하셨는데 정말 아프긴 했다. 그래도 리얼하게 잘 나와 뿌듯하다.

여진구 때리는 장면. 어린 동생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숨밖에 안 나온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10년 후의 박두식.
아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선사업도 하면서 배우 활동도 열심일 듯하다. 가수 션과 같은.

2013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후보의 영광을 안았다. 2015년 상 욕심 없지 않을 것 같다.
상은 글쎄. 김수현 선배님의 벽은 역시 컸다고 느꼈다 (웃음). 사실 상 욕심이 없다. 일하는 것 자체가 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받는다면 받아도 부끄럽지 않을 때. 아직은 열심히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기획 진행: 김보람, 함리라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렬
의상: 슈퍼스타아이, 아르코발레노
안경: 반도옵티칼
가구: 아이니드
헤어: 스타일플로어 다정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진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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