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크루즈가 새 얼굴로 거듭났다. 차세대 쉐보레에 고루 적용할 '와이드&로' 디자인을 입힌 것. 이름도 놀라움을 뜻하는 '어메이징'이 따라 붙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완전변경 신차 출시가 요원한 상황에서 얼굴만 바꿔 이른바 '사골' 논란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쉐보레 어메이징 크루즈의 가장 큰 변화는 역동적인 외관 스타일과 세련된 실내 디자인이다. 특히 외관의 경우 위아래 비율을 조정한 듀얼 포트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채택으로 넓고 날렵한 인상을 완성했다.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LED 포지셔닝 램프와 부메랑 형태의 크롬 베젤 프로젝션 안개등도 신선함을 준다.
후면은 쉐보레 대표 선수 카마로에서 따온 듀얼 스퀘어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범퍼 아래에는 크롬 가니쉬가 추가됐고, 트렁크에서 범퍼로 이어지는 절제된 선을 통해 견고하고 확장된 이미지를 풍긴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새로 디자인한 17인치 알로이 휠 디자인도 변화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더해진 만큼 한국지엠이 크루즈에 걸고 있는 기대는 남다르다. 외관을 바꾸고 선전한 르노삼성차 SM3 네오의 선례를 비춰봤을 때 그렇다. 실제 SM3 네오는 지난해 전년대비 9.6% 성장으로 브랜드 상승세를 이끌었다. 더욱이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가 각각 0.1%, 3.9% 줄어든 상황이어서 의미가 크다. 크루즈 역시 1.1% 성장으로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따라서 외관을 바꿔 신차 느낌을 낸 어메이징 크루즈로 준중형 시장에서 호성적을 낼 것이라는 게 한국지엠의 의도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7년간 완전변경이 없었다는 점은 크루즈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이른바 '사골'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크루즈는 2008년 라세티 프리미어로 출발, 이어 2011년 3월 쉐보레 도입과 함께 세계 무대에 널리 알려진 크루즈로 이름을 변경했다. 2012년에는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변경된 더 퍼펙트 크루즈가 출시됐으나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 반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여기에 2015년 어메이징 크루즈로 또 한 번 외관변경을 맞았다.
이 기간 현대차 아반떼는 한 차례의 완전변경이 이뤄졌다. 2006년 3세대 아반떼(HD)에서 2010년 4세대 아반떼(MD)로 거듭난 것. 여기에 올해 다시금 완전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신형 아반떼(AD)가 출시된다면 크루즈 디자인 변경은 그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완전과 부분변경의 신선도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크루즈는 아반떼가 세대변경을 두 번이나 하는 동안 한번의 완전변경도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크루즈의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후속작 생산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국지엠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카드로 2012년 철회한 크루즈 후속의 군산공장 생산을 약속했다. 그러나 임단협 타결 이후인 11월 GM으로부터 크루즈 후속 배정을 한 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지엠은 "생산은 결정됐지만 시기와 물량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생산 효율과 판매량 저조를 이유로 GM이 결코 한국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지엠의 크루즈 후속 생산 약속이 '공수표'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
물론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크루즈 후속 출시까지 무위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올해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임팔라가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으로 가닥이 잡혀서다. 크루즈 후속 역시 수입 형태로 국내 출시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경우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크루즈 타깃 소비층은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경쟁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 관계자는 "경쟁 제품의 완전변경 주기와 우리의 상품 기획은 전혀 다른 과정과 결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쟁사를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크루즈의 최근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고, 새 모습으로 변화한 만큼 내수 시장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루즈 후속의 국내 생산은 별개 문제이기에 현 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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