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 소년과 데미안

입력 2015-01-30 11:40   수정 2015-01-30 13:34


[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어찌 아역배우라 부를 수 있을까.

어딘지 어색한 호칭에 대해 말하니 농담처럼 “노안이라서”라 답한다. 낮은 음성과 어른스러운 얼굴도 분명 한 몫 할 테지만 분명 그것과는 다른 기운이란 게 있다. 그리고 단순한 외모를 지나 연기에 대한 진지하고 단단한 태도를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왜 그를 아역배우라 부르기 겸연쩍은지 말이다.

최근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 개봉 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여진구는 소년의 시간을 간직한 채였지만 결코 어리지는 않은 남자였다. 이미 배우의 조건들을 충족시킨 그에게 아역배우라는 호칭은 힘을 잃었다.

“예전엔 그저 칭찬이 좋아서 연기했어요. 그냥 막연히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더 진지하다고 해야 할까요.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많은 분들 절 사랑해주시는 만큼,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 열아홉. 여진구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지고 단호해졌다. 일생의 절반을 연기해왔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피다 보면 그가 ‘내 심장을 쏴라’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보고싶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등 여진구와 스스로를 정신병동에 가둔 수명은 쉽게 연결 지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영화”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쉽게 수긍한다.


다른 질감을 가진 영화. 그것은 여진구가 이제껏 해왔던 연기와도 다른 방식이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으며 여진구는 스스로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인물에 대해 풀어보고 공부하는” 모범생 같은 배우였던 그는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조금 더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졌다.

“평소의 저는 수명보다는 승민에 더 가까워요. 그래서 더 수명이를 이해하기 힘들었죠. 어느 매체를 보더라도 수명이 같은 캐릭터를 찾기 힘들었어요. 참고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원작에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그는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스스로를 원작에 가두고, 언저리를 맴돌기만 했다. 촬영 초반까지 그저 흘려보냈던 수명을 가까스로 쥐게 됐던 것은 극 중 승민(이민기)의 대사들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진지해. 미친 게 좋은 게 뭔데” “넌 누구냐” 핵심을 찌르는 승민의 말들은 곧 여진구에게 날아와 박혔다. 그제야 여진구는 스스로의 수명을 발견하게 됐다.

“소설 읽을 땐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안의 수명을 발견한 이후에는 캐릭터가 친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지금까지는 연기에 있어서 많은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합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문제용 감독님은 배역을 전부 배우에게 맡기시는 편이에요. 그게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하지만 수명을 이해하면서부터는 그 순간의 감정을 가지고 연기에 몰두했어요. 즉흥적으로요. ‘내 심장을 쏴라’는 수명의 성장을 그리고 있지만, 제가 성장한 영화기도 해요.”


빼곡하게 적어두었던 공식을 지우고, 스스로의 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여진구는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한 뼘 더 자란 셈이었다. 그는 자유로운 연기를 통해 “의외의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가볍게 그려질 때도 많았어요. 가위 공포증에 대한 장면이 그런 예 중 하나죠. 막연한 두려움은 아닐 것 같고 좀 더 큰 감정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아 모르겠다’하고 즉흥적으로 연기했는데 좋은 디테일이 나왔어요. 기절할 때 눈이 돌아가거나 그런 장면은 설정이 아니었거든요. 의외의 부분들에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극 중 수명과 승민은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아무리 성숙한 외모와 동안 외모가 만났다지만, 처음 두 사람이 친구로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하던 이들도 꽤 있었다.

“제가 노안이고 형이 동안이어서. (웃음) 민기 형이 제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건 우리가 정해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요. 그건 관객들의 몫이에요. 우리가 친구처럼 보일지, 아닐지는요. 그래서 그냥 그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자고 했어요. 우리가 의지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보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 정작 연기하는 이들은 서로에 대한 나이를 잊을 정도로 가깝고 돈독하게 지내왔다. 지난 ‘황제를 위하여’ 인터뷰 당시, 이민기가 “진구가 아무리 사정해도 말을 놓지 않더라”며 씁쓸해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에게 “왜 말을 놓지 않았느냐”고 묻자 여진구는 멋쩍게 웃어버린다.

“나이도 나이지만 승민은 수명에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존재에요.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존재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도 민기 형을 그렇게 대했던 것 같아요.”

승민과 수명은 오묘한 관계다. 극 중 동갑내기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흡사 데미안과 싱클레어 같은 관계다. 승민으로 인해 수명은 알을 깨고 스스로를 찾아냈고, 그것은 여진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음은 정말 가깝고 편했는데. (웃음) 말이 잘 안 놔지더라고요. 전 원래 배우 형, 누나들에게는 말을 안 놓거든요. 맞아.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형이 제게 ‘밥 먹었어?’라고 묻기에 자연스럽게 ‘응’이라고 답했어요. 저도 진짜 놀랐어요. 형은 되게 감동 받아 하고. (웃음)”


차근차근 한 걸음씩 접근해나갔다. 결코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가 열아홉 살이라는 걸을 잊곤 했다. 이따금씩 여진구의 입에서 발음되는 학교, 방학, 시험 같은 단어들에 놀랐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10대의 마지막 순간이잖아요. 20대의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고요. 많이 기대 돼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테니까. 20대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때 아니면 쌓을 수 없기도 하고요.”

기대를 품은 눈을 보기 이제야 그가 소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고민이 없다”는 말에 으레 아역배우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말을 꺼냈다.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이었다. 여진구는 자주 들어왔다는 것처럼 담담히 “그런 걸 더 신경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더한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고 저도 성장을 해야 한다고 봐요. 성인 연기든 아역 연기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똑같은 배우니까요. 물론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 부족한 것은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충분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연기적인 변화는 일부러 보여드리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나중에 정말 20살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들이 따라올 거예요. 벌써부터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압박감에 연기에 진정성을 놓치고 싶진 않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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