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누구게!” 대한민국 2대 꽃미남 개그맨, 이정수

입력 2015-02-05 13:37   수정 2015-02-05 13:47


[김희옥 기자] 토토가 열풍으로 옛 추억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휘재를 보다 문득 그리워진 한 사람이 있었다. 제1세대 잘생긴 개그맨 이휘재의 뒤를 이었던 이정수다.

“내가 누구게, 나 이정수야”, “웃기지, 웃기잖아!”라며 신인임에도 웃음을 강요하는 신선한 발칙함 하나로 전국이 들썩였다. 개그맨이 된 해 바로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그는 요즘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할 것이다.

개그맨 이정수는 그 후 한동안 연기자로 활동을 해왔으나 최근 방송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노리콘서트’를 통해 노숙자,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위한 재능기부에 열중하며 인기보다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다. 우격다짐을 처음 만들었을 때에도 시 처음으로 혼자 나와서 반말로 개그를 했으며 노리콘서트 역시 최초다. 그의 도전정신에 또 하나 획을 그은 것이 이름도 생소한 웹드라마 ‘처음의 시작’에 출연한다.

여전한 외모로 훈훈한 마음까지 지닌 개그맨 이정수를 만났다. 


연초에 이정수의 ‘노리 콘서트’ 개최 기사를 본 적 있다. 노리 콘서트가 무엇인가.

노리 콘서트는 다양한 ‘놀이’로 이뤄진 최초의 콘서트다. 처음에는 팬들을 위해 준비했던 간단한 이벤트 정도였는데 팬 중에 장애인이 몇 분 있었던 것.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똑같은 팬이라고 생각하며 공연을 순조롭게 마쳤다. 놀이를 통해 그들의 벽이 허물어지며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 지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다시서기라는 노숙자 자활센터에서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너무 뜻 깊은 일이다. 진행하면서 그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다.

그들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다고 해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 관객층이 여자, 남자가 아닌 노숙자,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다른 사람들은 장애인이라면 조금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는 선입견이 있지만 잘 못하면 왜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도 주고 ‘적당히해’라며 장난도 친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동정의 눈길 대신 일반인들과 똑같이 대해줘서 더욱 좋다고 말한다.

많이 색다르긴 할 것 같다. 수많은 공연 중에 인상에 남았던 것이 있다면.

한 친구가 한 쪽 팔이 없어 의수를 끼고 있었다. 놀이 중에서 양궁이 있는데 그가 하겠다고 자신있게 나섰지만 당연히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무리없이 해냈던 장면이 인상 깊었고 심지어 잘했다.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어떠한 보람을 느끼는가.

보통 공연은 2명, 3명 같이 보러 오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공연은 혼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혼자 와서 옆에 사람들이랑 친해진다. 공연이 끝나고 그들끼리 뒷풀이가는 경우도 있다. 놀이를 하면서 이름을 알고, 연락처도 교환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며 친구가 된다.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웹드라마 ‘처음의 시작’, 어떤 드라마인가.

최근에는 유명 감독들도 많이 찍을 만큼 웹드라마가 인기몰이중이다. ‘처음의 시작’은 고교시절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첫 사랑의 애틋한 감정과 삼각관계를 통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다.  주인공의 학교 선배 종우역을 맡았다.  연애에 통달한 선배역할인데 놀만큼 놀아본 오빠였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1월30일 카카오 스토리, 다음 tv팟, 올레tv에서 첫 방영됐다.

그러고 보니 개그맨 출신 연기자 역시 몇 없다.

예전에는 요즘으로 치면 이문식 같은 사람들이 개그맨이었다. 그냥 웃기는 캐릭터 연기를 하면 개그맨이었다. 요즘에는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3분짜리 코너들 속 짧게 웃기고 보는 사람들로 되었기도 하고 원래 개그맨들이 연기를 기본적으로 잘 하지만 이미지 때문에 배우가 되기는 사실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가수, 아이돌도 전부 배우를 할 수 있는데 개그맨이라고 왜 배우가 될 수 없는가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장점을 살려 배역에서도 코믹한 역할을 많이 한다.

연기 생활에 있어서 너무 개그적인 요소로만 일관하면 너무 한정적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웃음의 이미지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만의 재능을 연기에 녹일 수 있는 것도 좋고 나만 가질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배역은 나 말고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 떄문에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이렇게 생겼는데 웃기네? 이것이 나만이 가진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내가 개그맨들 사이에 있으니까 잘생겼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지 정우성 옆에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적정한 내가 들어갈 퍼즐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꿈이 개그맨이었나. 

고등학교 시절 연극 활동을 하면서 항상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무대 위에 서고 주목받는 것. 특히 혼자 주목 받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은 컴퓨터 그래픽디자인과 전공이지만 개그맨의 꿈을 놓을 수가 없어 군대 제대 직후 개그맨 시험을 봤다. 그 결과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게 됐고 6개월 후 개그콘서트에서 우격다짐이라는 단독 코너를 내놨다.

큰 무대에서 혼자 흰 롱코트를 입고 웃으라고 강요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중에 그 아이디어 자체가 나의 성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속해 아이디어를 내는데도 인정 받지 못하자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짰다. 남이 안도와주면 ‘그래, 나 혼자라도 하지 뭐’라는 식이다. 근본적으로 왕따 기질이 있다.(농담)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개그맨들이 머리가 좋다는 속설, 맞다고 생각하나

나같은 경우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기억은 잘 못하지만 반짝반짝하는 것은 분명이 있고  눈치가 너무 빠르다. 예전에 김천에서 유명한 점쟁이 친구가 일산에 놀러와 얘기하면서 앉아 있는데 아래층에 남자가 광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저 남자는 아이와 함께 부인 따라 쇼핑왔다가 지쳐서 나온 것일 거라는 나의 추측에 점쟁이 친구는 그게 맞다면 “내가 너 점집 차려줄게”라며 흘려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5분만에 부인이 쇼핑백 꾸러미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와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 잘하면 점집을 차릴 뻔 했다.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지만 그정도로 눈썰미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방금 전에도 아이 돌잔치를 위해서 스티커를 제작해 선물했는데 이걸 어디다 붙이지 하는 난감함이 눈에 보였다. 싫은 표정을 읽어서 가끔은 작은 상처를 받기도하고 상대방의 컴플렉스가 뭔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너무 잘 알아챈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푸는가. 술을 마신다던가.

술은 와이프랑만 마신다. 후배, 선배, 아는여자, 모르는 여자들과 놀만큼 놀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집 밖에 생각이 없다. 술과 담배도 다 했었지만 5년 전 와이프를 위해 끊었다. 간혹 술 생각이 나면 그럴 때만 와이프랑 마신다.

가족을 꾸렸고, 아빠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책임이 막중 할 것 같다.

물론 일도 많으면 좋겠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보다는 유쾌하게 버는 것이 좋다. 하는 일이 잘 된다고 잠못자고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스탠딩 코미디도 하면서 연기도 할 수 있으면 끝까지 하고 싶다. 코믹함에 연기력까지 갖춘 성동일처럼 되고 싶다. 웹드라마계의 성동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영화나 드라마계의 성동일이 되기를 바란다. 빨리 그만두셔야 될 텐데… (농담)

기획 진행: 김희옥
포토: bnt포토그래퍼 서영호
의상: 슈퍼스타아이, 머시따 
선글라스: 룩옵티컬
헤어: 스타일플로어 현정 부원장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대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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