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년 화약제조로 출발한 듀폰의 1차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40년 개발한 나일론이다. 미국 남북전쟁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전쟁이 중단되자 화학기술을 활용해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했다. 이후 나일론은 스타킹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듀폰의 주력 사업을 바꿔놓았다.
그러던 듀폰이 핵심인 섬유사업을 매각한 것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주목한 것은 농식품 분야다. 1998년부터 6년간 600억 달러를 투입해 또 다시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듀폰 200년 역사의 최고 도박이라 평가받았지만 듀폰의 농식품 매출 비중은 34%에 달했다. 이런 듀폰의 사례는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의 미래 결정' 측면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듀폰이 화학섬유에서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한 이유는 21세기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세상이 디지털 및 첨단 과학으로 무장해도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농업이었고, 이는 곧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식욕과 직결돼 지속성이 뛰어나나다고 판단했다.
사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듀폰처럼 매우 단순하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인간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을 대비하면 된다. 하지만 20-30년의 미래가 아닌 100년, 나아가 200년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꿔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류기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사업 영역을 발굴하는데 주력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다.
에너지에 주목하는 곳 가운데는 최근 자동차회사가 적지 않다. 어차피 바퀴가 굴러가려면 에너지가 절대 필요해서다. 제 아무리 굴러가는 기계를 잘 만들어도 에너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임을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벤츠와 BMW를 비롯해 토요타 등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주목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토요타의 미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회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구애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단순하다. 토요타는 미래 사회에서 바퀴로 굴러가는 이동수단은 누구나 만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3D 프린터가 활성화되면 집에서 맞춤형 제작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이동수단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점차 에너지회사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향후 200년 기업을 유지하는 핵심으로 전망했다.
실제 토요타의 움직임을 보면 행간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가 대표적이다. 모든 수소 관련 특허를 누구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기존 화석연료 시장은 거대 정유사에 막혀 진입이 불가능하고, 미래 사회는 전기 등의 새로운 에너지로 시장이 재편된다는 점에서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고 봤다. 길어야 30년을 전망하며 특허를 꼭 손에 쥐려 한 우리와 달리 토요타는 화석연료 시장이 완전 대체 에너지로 바뀌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 특허 공유를 외친 형국이다.
이런 토요타의 전략은 각 국가의 미래 에너지 대안과도 맞물린다. 산유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외치는 것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난 에너지 독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자동차 뿐 아니라 워낙 쓰임새가 다양해 섣불리 외면하면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신에너지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펼친다. 화석연료의 발전이 수송에서 화학제품으로 넘어온 것처럼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점령하면 이후 화학 등의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한국차가 바라봐야 할 미래는 10-30년의 단기와 40-60년의 중기, 그리고 100년이다. 지금처럼 향후 10년까지 '나만 잘 먹고 은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한다면 미래를 암울할 수밖에 없다. 100년은 커녕 30년도 불안하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처럼 진짜 새해를 맞아 100년이 지속될 장기적 미래 비전을 만들면 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교수는 "미래는 전략을 짜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며칠 전 현대차 관계자와 나눈 얘기가 떠오른다. "에너지, 간과하면 안되는데...주도권을 우리가 잡아야 하는데..." 결국 생각을 바꿀 때가 지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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