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속속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소형 버스나 경상용차 등의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중국 브랜드는 선롱버스다. 중국 내 5대 상용차업체로 꼽히는 선롱버스는 지난 2012년 25인승 버스 듀에고EX를 한국에 출시해 2013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해는 400대 이상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했다.
올해는 마을버스 전용 차종 듀에고CT를 투입, 연 판매목표를 1,000대 이상으로 높였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1,400대 이상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25인승 버스의 경우 연 3,000대 규모의 시장을 현대자동차 카운티, 자일대우버스 레스타 등 두 차종이 독차지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싸고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선롱버스는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고급 소형 버스를 지향하는 듀에고EX의 경우 판매가격이 6,650만 원에 달한다. 25인승 버스시장의 절대강자 카운티가 6,400만~7,000만 원(25인승 영업용 기준), 레스타가 5,000만 원대 중후반인 점을 고려했을 때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격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선롱버스측 설명이다. 파워트레인은 미국산 커민스 엔진과 독일 ZF 6단 수동변속기를 채택하고, 운전석 에어시트 및 탑승시트 등 실내 마감재는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등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또 보조의자까지 내려야 25명이 앉을 수 있는 국산차에 비해 전 좌석이 고정식이고 통로 공간도 320㎜로 넉넉히 확보해 대형 버스급의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선롱버스 관계자는 "기존 국산 미니버스들의 경우 출시 이후 오랫동안 큰 변경없이 판매해 상품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았고, 출고하는 데 최대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불편이 많았다"며 "검증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고, 시트 등 마감재와 실내 편의품목을 국산부품으로 사용하는 등 상품성을 높이고,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국산차에 비해 절반으로 줄인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도를 시작으로 주요 관광지에서 여행사측 수요가 많았고,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다"며 "단순히 한국시장만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본사가 한국을 수출 전초기지로 삼는 만큼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t 미만의 중국산 소형 트럭 및 미니밴도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중한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 북기은상자동차와 수입계약을 맺고 늦어도 올해 2분기중 소형 트럭 세르파를 출시할 계획이다. 세르파는 적재중량 800㎏의 트럭과 최대 600㎏의 짐을 실을 수 있는 밴 등 2종을 선보인다. 두 차 모두 1,342㏄ 가솔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얹어 최고 69마력, 최대 11.7㎏·m의 성능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1㎞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르파는 한국지엠 다마스·라보, 현대차 스타렉스 등 소형 화물차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경상용차보다 적재용량을 늘리는 한편 가솔린 엔진이지만 효율을 높여 유가 부담을 줄였다. 무엇보다 회사가 강조하는 점은 안전품목이다. 노후화된 국산차와 달리 2012년 중국시장에 출시한 후 최신 안전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것. 판매가격도 1,000만 원대 초반으로 설정, 경쟁력까지 갖췄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늦어도 4월이면 국내 판매를 위한 인증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출고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가격경쟁력만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는 만큼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제품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전기차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는 3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2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는 다수의 중국업체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당장 국내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적지만 중국이 전기차 보급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는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있는 제품을 선보일 수는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중국 외에 콜롬비아, 홍콩, 런던 등에 전기택시를 수출한 BYD, 전기버스 개발 노하우가 풍부한 상하이모터스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해 당장 승용부문에서 중국차가 들어올 가능성은 적다"며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사실상 독과점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일부 틈새시장에서 경제성과 상품성을 무기로 중국업체들이 진출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칼럼]성공하려면 취약 차종을 끌어 올려야
▶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기아차 쏘울EV
▶ [르포]아우디 미래 기술, 라이팅의 산실을 가다
▶ 닛산의 전설, 향년 105세의 나이로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