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홍재의 핫 카, 깜찍한 재미 푸조 2008

입력 2015-02-27 10:32   수정 2015-02-27 14:06


 푸조는 친근하지만 쉽지 않은 브랜드다. 물론 최근 판매가 늘어나는 중이지만 독일 및 일본차에 비하면 아직 인지도가 낮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7년만에 타본다. 그마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프랑스차에서 인상적인 것은 현재 미국에 수출하지 않는다는 것과 어느 관점에서 봐도 정말 독특한 프랑스 개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푸조는 전통적으로 승차감이 좋고, 핸들링, 코너링이 세계 최정상급에 있는 브랜드다. BBC탑기어의 제러미 클락슨은 90년대 차 가장 핸들링이 좋은 차로 포르쉐나 페라리가 아닌 푸조 106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지만 그의 언급은 사실이고, 유럽이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랬던 푸조가 2008이라는 제품을 지난해 내놨다. 민첩하고 연비좋은 수동 해치백 전문 제조사가 오늘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소형 SUV 세그먼트까지 진출했다. 2008은 푸조의 소형 해치백, 208을 SUV로 변형시킨 차다.






 과거 푸조의 펠린룩은 범퍼의 대형 그릴로 개성을 더하고, 푸조 브랜드 로고인 사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반면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LED 포지셔닝 램프, LED 리어램프도 갖췄으며, 헤드라이트는 할로겐이지만 유럽처럼 높낮이 조절이 된다. 실내 디자인은 208을 그대로 적용해 깜찍함이 전달된다. 작은 계기판, 깜찍하고 그립감이 좋은 작은 스티어링 휠, 직선적인 공조 버튼과 조작에 익숨함이 필요한 센터 모니터까지 무난하면서 재미난 요소를 숨긴, 한 마디로  귀여운 디자인이다.

 엔진은 1.6ℓ 92마력 디젤이다. 풍부한 토크감은 부족하지만 효율은 매우 만족스럽다. 대부분 유럽의 100마력 이하 엔진들은 출력보다 효율(Co2)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회전방지장치 기능인 '스타트앤스톱'이 있어 정차시에는 시동을 바로 끈다. 그러나 동력계의 진짜 매력은 수동을 자동화 한 MCP 변속기다. 정차를 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엔진 작동을 중단시켜 연료를 더욱 아낄 수 있다. MCP변속기는 항속기어인 6단에서 효율이 기본적으로 20㎞㏄/ℓ가 넘는다. 그래서 출력에 욕심이 없고, 연료 효율성이 목적인 소비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21세기형 친환경 차다.






 반면 MCP 변속기는 말도 많다. 2007년 당시 영국 오토카에서 308 MCP 장기 시승을 했는데, 누적 효율이 20㎞가 넘었던 기억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수동변속기를 자동화해 이질감이 큰 편이다. 정차 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오토 변속기를 흉내내듯 슬슬 기어가는 크리핑(creeping) 현상을 재현한다. 차가 반클러치를 사용하고 있어 수동변속기를 경험하지 못한 운전자라면 어색할 것이다. 주차시에도 계속 반클러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이질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동변속기만이 주는 '맛'이기도 하다. 

 MCP 얘기를 더하자면 수동변속기 기반이어서 효율성이 좋은 건 당연한데, 얼마나 제때 변속을 해줄까가 궁금할 수도 있다. 그런데 TCU 변속기 프로그래밍은 수준 이하이. 언덕을 오를 때 2단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언덕 중간에서 3단으로 변속해 버린다. 당연히 등판력이 부족해 다시 2단으로 옮긴다. 






 자동 모드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이 있는데, 패들시프트를 개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 계기반에는 그냥 오토로 표시될 뿐 단수가 표시되지 않는다. 그래도 추월 시 킥다운이 필요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표시가 안되는 게 좀 아쉽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푸조 특유의 단단함이다. 보통 신차를 개발할 때는 해당 브랜드가 주는 '맛'을 살려내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푸조는 항상 한결처럼 잘해내고 있다. 코너링은 특유의 탄력이 살아있고, 승차감도 좋다. 고속도로에선 서스펜션 반응이 빨라 경쾌한 해치백 느낌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차다. 최근 유류비가 많이 내려갔지만 그래도 디젤 효율성은 여전히 매력이고, 그 중 가장 효율적인 푸조 디젤 엔진을 경험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신홍재(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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