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인의뢰’ 김성균, 편견을 버리세요

입력 2015-03-16 10:01   수정 2015-03-16 10:04


[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당연히 악인인 줄로만 알았다.

싸늘한 눈빛, 기민한 움직임을 가진 이 배우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대부분을 ‘악인’으로 채워 넣지 않았던가. 하지만 부쩍 말랑말랑해진 눈빛이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웃는 모습에서 ‘악인’의 모습은 진정 연기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배우 김성균의 이야기다.

최근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성균은 말 그대로 대중들의 편견을 깨는 지극히 섬세하고, 예민한 남자였다.

“다들 그랬어요. 제가 ‘살인의뢰’에 출연한다고 하니 대개 ‘네가 범인이야?’라고 했죠. 그래서 ‘아니야 내가 피해자야’라고 하면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러다가 ‘누구 나오는데?’라고 물어보고 ‘박성웅 선배가 나와’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였죠. 아하, 납득하는 반응이요. (웃음)”

낯선 것은, 사실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 속 김성균을 떠올리더라도, 피해자 역을 맡게 된 김성균의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으니. 전작 ‘우리는 형제입니다’ 당시 인터뷰 때만 해도 그랬다. 너무도 당연하게 김성균이 범인이리라 짐작했었는데 말 그대로 ‘편견’이었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작품 속 김성균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울분에 찬 승현 그 자체였다.

“센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이번 ‘살인의뢰’는 제 연기에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전 계속 연기를 할 거니까, 감성적으로 가져가는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이번 승현 역 자체도 감정적이고 내면 연기를 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연기하는 데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승현은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아내 수경(윤승아)를 잃고, 연쇄살인범 강천(박성웅)에게 잃고 무기력한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다. 김성균이 그려낸 승현은 그야말로 연약한 인상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를테면 소동물처럼. 안경을 고쳐 쓰고, 움츠린 어깨로 슬픔을 토로하는 장면이 그랬다. 함께 영화를 본 기자는 “등으로도 연기 한다”며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그의 등을 칭찬할 정도였다.

“승현은 약한 남자예요. 3년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는 없길 바랐어요. 이 친구는 평범한 남자니까요. 물론 욕심 같았으면 3년 만에 홀연히 나타나 악당들을 다 물리치고 강천을 힘으로 제압하면 좋겠죠. 하지만 승현은 그저 평범한 남자고, 행동은 용감해졌더라도 힘겹게, 힘겹게 실행해나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 중 박성웅이 연기한 조강천이 더욱 강력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김성균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실제로도 김성균은, 박성웅과의 연기에 있어 어렵고 두려운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초반 현장 검증 장면에서 승현이 강천을 끌고 가기 전에 말이에요. 실제로 그 신을 찍기 전에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위협적으로 살인범을 잡아야지’ 다짐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현장을 갔더니 모든 계획이 무너졌어요. 우거진 숲 속, 아내가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지는 거예요. 거기에 앞에 선 살인범을 보는데 크고 단단하게 느껴지고요. 나중에는 애원하다시피 매달렸던 것 같아요.”


김성균의 말대로, 관객들은 승현의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무참하게 살해당한 아내, 일말의 동요도 없는 범인, 시들어가는 언론의 관심을 지켜보며 승현처럼 울컥했고, 승현처럼 앓기도 했다. 그에게 “승현이 가장 안쓰러웠던 순간”을 물었더니, 김성균은 “거의 그렇지만”이라면서 찬찬히 영화를 되짚는다.

“집에서 혼자 우는 장면이 제일 마음 아프죠. 임신 테스트기를 안고 우는 모습이요. 뒷모습이 참 안쓰럽더라고요.”

승현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이다.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캐릭터임과 동시에 극명한 변화를 가진 인물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리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체중감량이며, 몸 만드는 것을 택했다. 김성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단단하고, 예리한 실제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매를 표현했다.

“좋은 몸을 생각하고 운동한 건 아니에요. 박성웅 선배는 살인범의 과시용 몸매를 만들었지만 승현은 복수를 위해서 만든 몸이기 때문에 알차게 있을 것만. (웃음) 한참 촬영을 할 때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곤 했어요. 제가 몸을 보여줘야 하는 신이 공교롭게도 김상경 선배 신 바로 직전이었거든요. 근데 김상경 선배가 일주일 만에 10kg를 감량하고 돌아온 거예요. 세상에…. 나도 3년 후니까 그렇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박성웅 선배 몸이…. 그 다음이 전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죠.”


농담 끝에 쑥스러운 듯한 웃음이 따라붙는다. “선천적인 성격 덕”에 악역을 연기할 때마다 괴로움을 느꼈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하고 “심란함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과연 섬세한 성격을 가졌구나 짐작하며 “그래서 이번 피해자 역은 심란함이 덜했느냐”고 물었다. 역시나, 아니었겠지만.

“피해자 역은 캐릭터에 몰입을 많이 하다 보니 그냥 힘들었죠. 살인범을 할 때도 술을 많이 먹었지만, 피해자가 되고 보니 더 많이 먹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냥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나쁜 놈은 여지없이 나쁜 놈”이라고 한다. 단호한 그의 말에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니 ‘범죄와의 전쟁’이나 ‘이웃사람’ 속 그가 완성한 인물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의 단호함은 ‘살인의뢰’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자, 영화의 강점이 됐다.

“우리 영화는 생각할 게 많은 영화에요. 살인범이 절대 악으로 나오기 때문에 ‘용서해야하나?’ 하는 고민이 필요 없죠. 그런 점들이 괜찮은 것 같아요. 피해자에게 용서하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생각할 게 많다는 점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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