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윤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점점 세게, 점점 여리게’ 크레스에딤의 네이밍처럼 강약을 조절하며 모던하고 특유의 실험적인 실루엣으로 매 시즌마다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디자이너 김홍범.
2010년 3월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첫 컬렉션 무대를 선보인 이래 어느덧 2015 F/W 까지 매 시즌 신선함을 갈구하는 패션 피플들에게 새로움을 전해주며 한국 패션계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는 그.
인터뷰 중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패션에는 젊음의 열정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과감히 그만두고 싶다”라며 젊음의 활기찬 열정을 선보여준 김홍범 디자이너.
2015 F/W 서울패션위크가 곧 시작되는 이 시점.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정신없는 이 틈새에 그를 직접 만나 이번 시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크레스 에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먼저 이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크레센도에 디미누엔도의 약자예요. 점점 세게, 점점 여리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제 나름대로 약어로 해석해서 크레스 에딤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네이밍에서도 표현이 되듯이 강약이 분명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2010년부터 시작해서 4년 정도 되었고 모던하고 크레스에딤만의 느낌을 가진 유니크한 아이템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크레스 에딤(CRES. E. DIM)과 세컨 브랜드 DIM. E CRES (딤에 크레스)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달라.
딤에 크레스는 저희 세컨드 브랜드인데 론칭한지 2년이 아직 안되었어요. 신생 브랜드나 다름이 없는데 조금 더 영에이지 타킷을 경향을 해서 아기자기하고 리지너블하게 만든 브랜드예요. 크레스 에딤의 컬렉션 라인에 같은 맥락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요. 예를 들어서 2015 S/S 크레스 에딤 주제로 쇼를 했다면 그 주제에서 조금 더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 딤에 크레스라고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브랜드예요.
Q. 2010년 이후 계속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할 때 기분은?
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때로는 지칠 때도 있어요. 막상 컬렉션 한 달 남짓 남으면 밤을 새면서 작업을 하니깐 되게 많이 피곤하고 가끔씩은 놓고 싶을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막상 옷을 만들어 놓고 보면 다시 한 번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깐 중독성 있게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2015 F/W 서울패션위크 참여 소감은?
이번 패션위크는 특별히 준비한 것들이 있는데 처음에 크레스에딤을 론칭을 했을 때 사실은 되게 헤비한 느낌이 많았어요. 조금 더 건축적이고 디테일이 많고 아트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같은 경우는 기존 스타일과는 조금 많이 바뀔 것 같아요. 기존보다는 조금 더 라이트하게 무게감을 빼고 중량감을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시즌에는 최종판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크레스에딤이 변해가야 할 전환점을 보여주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Q. 이번 컬렉션의 관전 포인트는?
다채로움. 기존에 블랙 앤 화이트의 모던한 느낌을 추구했다면 이번에는 강렬한 레드나 블루로 포인트 컬러로 많이 사용했어요. 조금 더 위트 있어졌고 소품에도 굉장히 많이 신경 썼어요. 예를 들자면 양말이라던가 아니면 헤어피스라든가 같이 함께 따라오는 다양한 액세서리 아이템들을 조금 더 주목해서 본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2015 FW 컬렉션의 주력 아이템은?
크레스 에딤의 F/W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우터를 좋아하세요. 이번에도 다양한 아우터를 볼 수 있으실 것 같고 이너 아이템들을 확정은 아니지만 피날레 쯤에 여러 각도로 보여드리려고 해요. 맨투맨도 나오고 블라우스도 나오고 다양한 탑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Q. 남들이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생각해 내지 못하는 혁신을 의상에 풀어내야 한다. 거기다가 대중성과 공감까지 얻어야 한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받나?
항상 시즌마다 타이틀을 정하는 편이에요. 이번 시즌은 타이틀은 ‘트레이트 다이 트레스’라는 타이틀이예요. 스페인어로 33이라는 뜻이에요.
제가 평소에 다큐멘터리도 자주 보고 뉴스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조금은 지났기는 했지만 2010년도 체코에서 광산이 매몰되어 33명의 광부들이 지하 600m~700m에서 갇혀있다가 70일 만에 무사히 전원 구출된 적이 있어요. 그 때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었죠. 심지어 책도 나온 것도 있고.
그 상황이 문득 떠올라 요번 시즌에 접목하게 되었고 33벌의 광부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조금 더 밝고 위트 있게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Q. 이번 컬렉션 준비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었던 순간부터 이야기하자면 항상 순탄치 않게 진행되는 것들이 있어요. 항상 사건사고가 터지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 이번에는 ‘트레이트 다이 트레스’가 주제이다 보니깐 메시지들을 옷에 프린트를 하거나 텍스트를 넣는 작업이 많았는데 제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출력이 되거나 인쇄가 되면 당황스럽죠. 샘플을 볼 때마다 비용은 계속 늘어가고(웃음) 반면 제대로 나와서 아웃핏이 잘 표현되면 그 부분이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
많죠. 아티스트들 중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에도 굉장히 좋은 분들이 많거든요. 지금까지는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면 직접적으로 다이렉트로 콜라보레이션해서 그 분들의 창의성이 담긴 것들과 저의 느낌을 합쳐보고 싶어요.
Q. 디자인 vs 컬러?
두 부분 다 너무 중요해요. 디자인과 컬러 중 고르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디자인을 먼저하고 그 다음에 컬러를 정해요.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줘요.
Q. 패션계 입문 10년 만에 미국, 일본 데뷔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2009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 패션왕 등 인지도도 올라갔다. 더불어 한국 패션계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다. 기분은?
아직은 모르겠어요. 요즘 조금씩 인지도를 향상하고 있는데 무언가 한 번에 보여주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씩 내공과 경력이 쌓여서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이 저한테 맞는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제가 컬렉션을 한지 생각보다 오래되었어요. 잘 모르는 분들은 신인인 줄 아는 분들도 있어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적으로 컬렉션도 2010년부터 시작했고 4년 되었고 아주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은 것 같아요. 까면 깔수록 다양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양파 같은 느낌처럼 오래도록 새로운 것을 장기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Q. 2009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절부터 지금의 이르기까지 스스로 평가하자면?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보다 더 디자인에 대한 태도가 겸손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렸었고 학교를 막 졸업하고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자칫 어떻게 보면 남의 것들이 아닌 내 것만 추구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잘못된 열정이 표현됐다고 하면 지금은 좀 더 겸손한 태도로 다양한 시선에서 내 디자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생긴 것 같아요.
Q. 김홍범에게 패션이란?
리얼 라이프.
Q. 다른 디자이너들과 차별화된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하나의 디자인 애티튜드를 가지고 온 것이 좋았지 않나 싶어요. 각 컬렉션마다 주제마다 디자인이 변화무쌍하게 변하기는 하지만 중심축은 잃지 않고 계속 나름대로 색깔을 보여준 것이 이제는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많은 컬러 중 김홍범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은?
사실은 요즘에 가장 끌리는 컬러는 강렬한 레드예요. 20대 때 정말 붉게 타오르는 레드를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블랙 앤 화이트 톤 무채색 계열을 좋아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안정적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모던한 컬러일 수도 있고 모든 컬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색상이다 보니깐 좋아했었고 기본적으로 블랙보다는 화이트가 좋은 것 같아요.
Q. 크레스에딤은 어떤 사람들이 입었으면 좋겠는가?
누가 딱 입어야 한다는 정의는 특별히 내리고 싶지는 않고 다만 패션을 즐길 수 있는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우리 것도 입고 다른 것도 입으면서 다양한 코디네이션을 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해요.
Q. 디자이너들은 항상 대중성이 있는 옷(한마디로 잘 팔리는 옷)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 사이에서 갈등한다. 김홍범은?
사실은 예전에 많은 갈등을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초반에 컬렉션들이 대중성이 있는 옷들로써 많이 흘렀어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패션디자이너는 아티스트라고 분류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티스트 같은 감성은 가지고 있으되 대중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분명한 태도를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 태도를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 그것을 어떻게 본인의 색깔로 녹여내느냐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오히려 아티스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어요. 자기 생각대로 하면 되니깐 그렇지만 어떤 대중들과 소통은 끼워 넣어야하면 문제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 같아요.
Q. 옷을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로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다.
가끔은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어요. 두 가지 정도 압축이 되는데 한 가지는 일이 고돼요. 패션 직종에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의 3D나 마찬가지예요. 밤낮도 없고 계속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스트레스도 받고 내려놓고 싶을 때가 가끔씩 있어요.
또 하나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여줘야 하잖아요. 부담감도 작용하고. 하고 싶은 것들은 굉장히 많아요. 사람이기 때문에 보는 것은 다양하고 모든 것들을 컬렉션에 접목하고 싶고 다양하게 하고 싶은데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춰 녹여내는 것이 조금은 무리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나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면 아이덴티티에 혼선이 생기기 때문에 힘들 때가 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을 놓지 않고 계속 버티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원동력이라는 것은 늘 그 결과물을 볼 때 행복감에 도취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연극배우라고 하면 연극하는 과정은 너무 힘들고 배고플 텐데 연극 무대에 한번 올라서 관객들이 박수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패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굳이 패션쇼로써 컬렉션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옷을 디자인하고 팀을 잘 꾸려나가서 대중들이 바라봤을 때 쉽게 SNS 이미지로 자주 올려주고 칭찬해줬을 때 너무 기뻐요. 그런 것들 때문에 원동력이 되죠.
Q. 힘든 점도 많지만 반면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패션을 시작하고 행복했던 때는 우연찮게 콘셉트 코리아에 발탁이 돼서 뉴욕에 갔었던 것도 행운이고 그 때 인지도도 없었고 알아주는 분들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캐스팅 되었을 때 너무 좋았어요. 가능하다면 서울 컬렉션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이나 쇼를 통해서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고 계속 하고 싶어요.
Q. 여성복을 주로 디자인하는 편인데 남자라 여자 몸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힘든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해 나가나?
그건 분명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 전체의 중량감을 줄이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라이트하고 힘을 좀 빼고 조금 더 여성들과의 매치를 잘 맞추게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컬렉션은 “멋있다. 입기에는 부담스럽다”라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여성의 몸에 맞춰서 그들의 성향에 맞춰서 시선을 돌리게 된 것 같아요.
여성의 몸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저희 스텝들이 많이 줘요. 저 빼고는 다 여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의견도 물어보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Q. 누구를 위해 옷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꿈을 위해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나?
처음에 옷을 만들었을 때는 어떻게 보면 욕심을 채우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나는 이 정도 해야 돼” 목표점을 정해놓고 도달하지 않으면 “옷이 아니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다그친 것 같아요. 잘 나올 때까지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한 것 같아요.
그 욕심이 없었다면 대중들한테 옷을 자신 있게 선보이지 못 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내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사람들이 옷을 입었을 때 반색해주면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되어가서 합이 맞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Q. 서울예술전문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학생들을 보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는가?
지난주에 개강이었어요. 첫 수업 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보면서 저의 과거와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재밌고 즐거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 재미있어요. 학생들이랑 있는 것이 재밌고 즐거운 것 같아요.
Q.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패션계는 어떤 것 같나?
한국 패션계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양날의 검 같은 경우에는 깊이 찔리면 매우 아픈데 잘못하면 자신도 다칠 수 있는 필드인 것 같아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서울인 것 같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 또한 서울인 것 같고 이것이 현재의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Q. 어떤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은가? 앞으로 꿈은?
칼 라거펠트처럼 나이 들어서까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어요. 패션이라는 것은 젊음의 열정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내 옷에서 젊음이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고. 그런데 영원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옷을 봤을 때 에너지가 넘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과감히 그만하고 싶어요. 계속 연명하면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놓을 때 놓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Q. 2015 F/W 서울패션위크가 마무리되고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되나?
딤에 크레스 론칭한지 얼마 안돼서 컬렉션은 안하지만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딤에 크레스도 다음 시즌에는 같이 다른 자리에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딤에 크레스와 크레스에딤이 잘 정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목표고 남성복을 조금 더 진지하게 하고 싶어요. 열심히 연구를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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