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앤덥, ‘LET’S TALK ABOUT’ 나와 너의 이야기

입력 2015-04-02 08:11   수정 2015-04-02 08:43


[bnt뉴스 김예나 기자] “정말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발매한 앨범이에요. 누구든지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세요. 다 들을게요. 메시지도 꼼꼼히 읽어볼 거고요. 그 모든 이야기들이 제겐 기쁨이 될 것 같아요.”

최근 첫 정규 앨범 ‘렛츠 토크 어바웃(Let’s Talk About)’을 발매한 래퍼 앤덥(Andup)이 인터뷰를 위해 bnt뉴스를 찾았다.

지난 2010년부터 ‘더 스피커 오브 틴(The Speaker of Teen)’ ‘20’ 등의 EP 앨범을 통해 10대의 마음을 대변하고 스무 살의 삶을 그려내던 그가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내 보인 시간이었다.

먼저 첫 정규 앨범 ‘렛츠 토크 어바웃’ 발매 소감을 묻자 그는 “앤덥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해시키고자 했던 면에서는 만족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조금 더 과감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열었다.

LET’S TALK ABOUT

“정규 앨범은 뮤지션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잖아요.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 음악 생활 시작했을 때부터 고민해오던 주제들 중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을 담아냈어요. 정말 과장 없고 꾸밈없이, 제 모습 그대로를 드러냈죠.”

그의 말대로 이번 앨범에는 앤덥이 스스로 털어놓은 자전적 이야기와 솔직한 감정들이 녹아든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제 음악을 듣고 나면 저와 세 번 정도 술 마신 것처럼 저에 대해 알게 되길 원했어요. 물론 술 세 번 먹었다고 해서 저에 대해 다 알 수는 없겠지만요.(웃음) 그만큼 누군가와 처음 만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렛츠 토크 어바웃’라고 정했고요. 이제 같이 한 번 이야기해 보자는 의미죠.”

앤덥이 원하는 건 “소통”이었다. 단순히 ‘내 이야기를 들어봐’가 아닌 ‘우리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것. 이와 관련 그는 “제가 쓴 가사를 듣고 편지 답장 오듯 피드백이 올 때 제일 기분 좋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너 랩 진짜 잘 한다’는 칭찬 역시 기분 좋죠. 그런데 그건 잠깐의 기쁨이잖아요. 저보다 더 랩 잘 하는 사람 보면 수그러들 기쁨이니까요. 늘 겸손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가사적인 부분에서 피드백이 올 때 정말 뿌듯해요. 예를 들어서 ‘요즘 취업 준비 하느라 우울했는데 이 음악을 듣고 나서 힘이 됐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 시대 청춘들을 향한 찬가 혹은 희망 노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응원 혹은 위로의 메시지도 아니었다. 그저 앤덥은 “지금은 갑갑하지만 곧 나아질 거다”는 마음으로 타이틀곡 ‘괜찮아’를 완성시켰다.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았어요. 거짓말 하고 싶지도 않았고, 가식적인 위로는 더 싫었어요. 그냥 친구랑 이야기 하는 것처럼 가볍게 등 두드려주면서 오버스럽지 않게 응원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수록 앤덥에게서 뮤지션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힙합 음악과 대중성에 관한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생각을 밝히는 그의 모습이 유독 그랬다.

“요즘 음악을 들어보면 대중적으로 노리고 앨범을 냈는데도 좋지 않은 평을 받는 경우도 있고, 자기 뚝심 지키고 대중성 없이 앨범을 냈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도 있어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들어 보면 알거든요. 그 뮤지션이 갑자기 취향이 바뀐 건지 혹은 머니 코드 때문인지 말이에요. 간혹 대중적 인기 때문에 음악 스타일을 바꾼 걸 보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뼈있는 지적이었다. 이어 앤덥은 그와 오랜 시간 함께 음악 활동을 해온 래퍼 기리보이와 올티를 언급했다. 최근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기리보이나 올티 같은 경우에는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지고 실력도 인정받으니까 싱글 앨범을 낼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타이밍에서 자기 작품을 만들었다는 건 음악적 소신을 잃지 않은 것 같아서 본받을만한 것 같아요. 저도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해도 음악적 소신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THANK YOU

앤덥은 뮤지션으로서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역시 피력했다. 그 마음은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 ‘땡큐(Thank You)’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고마운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제게 도움 주신 분들에게 늘 고맙고, 또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혼자 고군분투 하던 어린 시절, 저를 보고 형들이 측은한 마음에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형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그의 고마운 마음은 비단 지인들만은 아니었다.

“사실 이번 앨범에서 제가 화려하고 멋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의 입맛을 맞춘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에다가 제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데 리스너들이 제 앨범을 듣고 무언가 느껴주셨다는 그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땡큐’는 제게 감사기도 같은 곡입니다.”

그렇게 앤덥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지원 속에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나이가 한 살씩 먹을수록 저도 모르게 다양한 주제들로 생각하게 된다는 앤덥은 “예나 지금이나 책임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가끔 안주하는 것 같아 경계를 하긴 하지만 언제나 나름의 부담감은 안고 있기 때문에 늘 노력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번 정규 앨범은 ‘토크 어바웃’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였어요. 앞으로 ‘토크 어바웃’ 시리즈를 계속 만들 계획이에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토크 어바웃’ 론리니스(Loneliness), 러브(Love), 뮤직(Music)같은 소재가 있겠죠. 지금은 정말 아이디어가 많아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결정 못했지만 제 기분과 정서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현재 준비 중인 정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에 대해 질문했다. 이달 4일 대구 클럽 헤비, 12일 서울 홍대 클럽 프리버드2(빅버드) 공연을 앞두고 있는 앤덥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 중이다”며 소식을 전했다.

“이번 공연이 폭죽이 터지거나 LED 조명이 있는 화려한 공연은 아닐 거란 걸 강조하고 싶어요. 한 곡 한 곡 앨범에 담아냈던 것들을 공연장에서 귀가 아닌 눈으로 보면서 느끼게끔 할 거예요. 연습하면서 순간 울컥하는 일이 많아 조절하는 연습 중인데요. 아마 한 편의 연극 공연을 보는 것처럼 저와 관객들이 같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하고 싶고, 담고 싶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강한 흡입력으로 대화를 장악한 건 아니지만 앤덥은 묘한 진정성의 형태로 약 한 시간가량의 대화를 주도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가 유독 가슴에 와 닿았고, 앞으로 앤덥이 펼쳐낼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제공: 스톤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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