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차이나타운’, 두 여배우가 그리는 잔인한 생존법칙

입력 2015-04-21 13:05  


[bnt뉴스 박슬기 기자] “너 왜 태어났니?”

살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오로지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인 ‘차이나타운’에서는 뿌리 없는 이방인들이 모여 그들만의 생존법칙을 그려낸다.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는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흘러 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차이나타운. 인간을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분류하는 이 비정한 세계에서 아이는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여자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식구들과 만난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자기 나라를 떠난 이민자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까지. 갈 곳을 잃은 인간 군상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일궈 살아간다. 이민자 출신으로 이곳의 대모로 군림하고 있는 엄마와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거도 존재하지 않고, 진짜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그들은 ‘차이나타운’에서 가족과 새로운 삶을 얻고 존재 이유를 찾게 된다.

극중 일영은 형사 탁(조복래)에 의해 엄마에게 팔리며 비정한 운명의 굴레가 시작된다. 어린아이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였던 일영은 엄마에게 유일하게 눈에 밟히는 존재.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엄마이지만 일영만큼은 엄마에게 굳이 잘 보이려하지 않고, 눈 밖에 나려고도 하지 않기에 더욱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다. 일영 역시 자신을 거두어준 존재가 엄마이기에 명령에 따라 돈이 되는 것이면, 폭력도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20여 년간을 살아온 일영에게 일생일대 큰 변화가 일어난다.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난 것. 그는 일영에게 엄마와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을 보여주며, 묘한 설렘을 안긴다. 이러한 심경변화에 엄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석현을 처리하고, 복수심에 불타오른 일영은 엄마에게 맞서며 본격적인 피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피와 잔인함이 가득한 이들의 끔찍한 생존기는 현 실상과 멀어보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인 의식주를 위해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처절하기 짝이 없고, 그 모습을 잔인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차이나타운’ 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봐야할 것은 바로 색감이다. ‘차이나타운’의 주된 배경이 되는 사진관과 김혜수의 방, 패션 등은 강렬한 색채감을 가지고, 그들의 캐릭터를 설명해준다. 차이나타운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하는 일영을 대표하는 색은 붉은색, 반면 엄마를 상징하는 색은 보색인 녹색을 선택해 이들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특히 일영이 엄마를 극복하는 순간 영화의 톤은 한 순간 반전이 되며 또 하나의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다.

특히 이러한 잔인한 세계를 김혜수와 김고은, 이 두 여배우가 무게감 있게 이끌어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간 누아르나 각종 범죄 드라마에서는 주로 남자배우들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며 여배우를 ‘소모품’처럼 썼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모’와 강력한 존재로 표현된다. 이로써 이제 여배우 역시 남배우 못지않은 강렬함을 선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고은과 박보검의 러브라인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며, 김고은을 다시금 ‘연약한 여자구나’를 각인시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차이나타운’은 어느 누구하나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색감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달 29일 개봉.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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