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최주란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천상배우”였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을 시작했을 때부터 배우 임주환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에게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 역시 진지함이 묻어났으며, 그간의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임주환이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김선미, 연출 손형석 윤지훈, 이하 ‘빛미나’) 종영 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났다. 극중 임주환은 출중한 외모 뿐 아니라 명석한 두뇌에 뛰어난 무예 실력을 지닌 고려 제일 엘리트 황자 왕욱을 연기했다. 좋은 수식어를 다 갖고 있는 왕욱에 대해 임주환은 부담감을 털어놓으며 겸연쩍어 했다.
“왕욱은 따지고 보면 수식어에 맞는 게 별로 없었어요. 무예는 왕소가, 머리는 황보여원이 더 뛰어났죠. 또 ‘빛미나’ 촬영했을 때가 영화 ‘기술자들’ 촬영이 끝난 뒤였는데 영화를 찍을 때 태닝을 했었거든요. 캐릭터를 위해 제일 센 강도로 몸뿐만 아니라 얼굴도 같이 했어요. 나중에 제 피부로 돌아오니까 상태가 심각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꽃미남 캐릭터를 연기하려니 부담되고 민망했어요.”
왕욱(임주환)은 외로운 인물이었다. 왕위를 위해 친누이인 황보여원(이하늬)과도, 이복형제인 왕소(장혁)와도 갈등을 빚어야했다. 사랑 또한 순탄치 않았다. 왕소를 좋아하는 신율(오연서)을 보며 가슴 아파 해야 했다.
“왕욱은 불쌍하고 외로워요. 먼저 좋아해주거나 다가오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촬영할 때도 주위 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청해상단 사람들(허정민, 안길강, 김선영 등)과 촬영할 때면 유쾌하고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거기에 동화되지 않으려고 했죠. 왕욱의 캐릭터가 망가지니까요.”
카메라 안팎으로 임주환이 왕욱에 대해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를 위해 노력하지만 특히 ‘빛미나’는 임주환에게 그 의미가 남달랐다.
“10년 동안 연기를 하며 시청률이 두 자리로 마무리 된 작품은 ‘빛미나’가 처음이에요. 드라마 중간에 시청률이 두 자리가 된 적은 있었지만 끝날 때는 아니었거든요. ‘빛미나’를 통해 ‘이제야 두 자리 드라마를 한 번 해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였다. 전작 ‘못난이 주의보’ 때문이었을까. 임주환이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시청률 두 자리는 처음”이라는 말이 놀라웠다. 이와 관련해 임주환은 이하늬와의 일화를 언급하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하늬에게 시청률 이야기를 하니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빠가 연기를 잘하긴 하나보다. 시청률이 부진했는데 오빠가 연기를 못했다면 지금 주인공을 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저에겐 더없는 칭찬이었어요. ‘내가 걸어온 길을 잘 하고 있구나’라는 다독임 같더라고요.”
임주환은 단역부터 조연, 주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10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며 고민의 순간도 있었을 터. 그는 배우로서의 위치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음을 털어놨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배우로서 입지나 인지도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내가 연기에 재능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아직 공식석상에서 연기와 관련된 상을 받은 적도 없어요. 상을 받고 안 받고는 중요하지 않지만 배우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의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 대해 임주환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많은 임주환은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시대가 다른 현대극과 사극 모두를 소화하며 작품 속에 자신을 잘 녹여냈다. 또 같은 사극일지라도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으며, 매 작품마다 다양한 역할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는 좋은 직업이잖아요. 다양한 역할, 시대, 상황을 연기할 수 있는데 잘하는 것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임주환이 이걸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때 연기로서 해내면 성취감도 느끼고요. 이제 걸음마를 뗐는데 굳이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제작발표회 당시 “동안이 콤플렉스다”라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배우로서 앳된 외모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며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독보적인 악역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추격자’의 하정우 선배님처럼 누가 봐도 악역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요. 또 같은 남자배우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이성민 선배님, 하정우 선배님과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류승범 선배님과도 다시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고요.”
부드러운 인상을 갖고 있지만 더 세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임주환에게서 의외의 모습들이 보였다. 여배우와의 달달한 로맨스를 꿈꾸다가도,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로 남자 배우들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가 하루빨리 센 캐릭터를 만나 남자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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