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매 순간의 표정, 말투, 행동에서 특유의 여유로움과 익살스러움이 전해진다. 헌데 그 안에서 약간의 부담과 떨림 그리고 우려도 엿보인다. 이 남자 지금 긴장 한 건가. 래퍼 산이 이야기다.
최근 첫 번째 정규 앨범 ‘양치기 소년’ 발매를 앞두고 산이가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났다. “자신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평가는 리스너들의 몫이다”였다.
“(앨범) 작업기간이 짧았어요. 예전처럼 하나하나 계산적으로 고심하면서 작업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어요. 평가는 듣는 분들의 몫인 거예요. 어떤 반응이 나오든 저는 크게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흔들리지도 않을 거고요. 왜냐하면 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저니까요. 저에 대한 중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양치기 소년’은 산이의 데뷔 5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국내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제작에 참여했고 가수 백예린(15&), 정인, 제시, 양동근, 바스코, 던밀스 등 화려한 피처링 지원사격에 나서 발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새 앨범 선공개곡 ‘#LuvUHater’와 ‘모두가 내 발아래’는 발매 직후 단숨에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며 음원 돌풍을 예고했다. 선공개 두 곡 모두 평소 산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안고 그를 폄하하는 헤이터(Hater)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헤이터는 힙합 음악에서 아주 흔한 소재에요. 발라드에서 사랑을 주제로 노래하듯 말이죠. 물론 제게는 조금 남다르죠. 왜냐하면 힙합 음악 마니아들은 ‘산이만 빼면’ 리얼 힙합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에요.(웃음) 사실 저도 그들의 생각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그들과 저는 애증의 사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그들이 진짜 저를 싫어하는 건지 혹은 한때 제 팬이었다는 그들이 저로 하여금 과거의 산이로 돌아갔으면 하는 건지는 감을 잡기가 어려워요.”
미소를 머금은 채 뼈있는 답변을 이어나가는 그에게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산이는 또 한 번 특유의 쿨 한 표정과 어투로 “결국에 보여줄 건 음악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노력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에요. 그들이 좋아했던 과거 산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려고 음악적으로 시도도 해봤지만 별 반응 없더라고요. 만약 그때 헤이터들이 ‘드디어 돌아왔구나’ 하고 반겨줬다면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을 텐데요. 그래서 더 이상 저를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그 자체가 무의미하기도 하고, 솔직히 바뀌지도 않아요. 저는 제 소신을 갖고 살아갈 거예요. 그저 묵묵히 음악만 하는 것이 답인 것 같아요.”
오직 “음악”뿐이라는 산이에게서 유독 음악적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구나 인정받기 좋아하지 않느냐”며 산이는 “제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데뷔 초부터 컸다”고 털어놨다.
“음악적으로 욕심이 상당했어요. 요즘에 돼서야 다른 분야에 취미 생활을 가져볼까 할 정도의 여유가 생긴 거지 이제껏 저는 음악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 여유롭다는 건 아니고요. 삶의 다른 면도 보고 싶다는 걸 이제야 조금 느끼고 있어요.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는 삶의 겉만 핥는 것 같더라고요. 또 이러다가는 결혼도 못 하겠고요.(웃음)”
구체적으로 연애에 관한 언급을 한 건 아니지만 산이는 우회적으로 “연애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평소 연애할 때 신중을 기하는 편이냐”고 질문하자 “솔직히 어렸을 때는 쉽게 잘 만났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러지 못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애 스타일은 나이가 먹으면서 점점 변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철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는 지금에 비해서 훨씬 쉽게 잘 만났거든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엔 과거 제 철없던 행동이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던 행동들이 업보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조심스러워요.”
데뷔 전 2년 반, 이후 앨범을 내고도 2년 반 가량을 “무명 시절”이라 말할 만큼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온 산이. 그는 “친구들과 술 한 잔 할 시간”마저도 사치라 여길 만큼 사람들과의 관계에 스스로 인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외향적일 것 같다”고 전하자 “주위 친구가 많지는 않다. 평소 정말 친한 친구 둘, 세 명 정도에 만족 한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어서 그런지 주위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요. 그 동안 제가 사람에 대해 마음을 많이 닫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아닌 척 하고 밝게 행동했죠. 하지만 속으로는 ‘이 사람 원하는 게 뭘까’하며 의심부터 들었어요. 그런데 사람 관계가 안 좋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아니, 좋은 분들이 더 많거든요. 제가 너무 스스로 꽁(?)하게 마음을 닫고 있었나 봐요.”
그는 지금 시기를 “과도기”라 정의했다. “내적 딜레마”부터 “인간관계” 더불어 “음악적 역량”까지 아직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 산이는 “저도 가끔 두 귀를 닫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피드백이라는 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피드백이든 저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 제 삶은 제 것이고 결국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강단 있게 밝혔다.
“100명이 있다면 그 100명 모두의 의견이 다를 거예요. 제가 그들의 입맛 모두 맞출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제 갈 길을 가면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항상 느끼지만 결국 어떤 논란이나 문제가 불거질 때 그 중심에는 제가 했던 행동이나 언행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이 고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 행동, 말투, 생각까지 늘 조심하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 모든 잘못들과 상처들이 제게로 돌아오더라고요.”
산이는 “연예인 산이”와 “뮤지션 산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어떤 산이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저는 뮤지션이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뮤지션 산이’가 맞아요. 그런데 한 발 자국만 떨어져서 보면 제가 그런 말하기가 어렵다는 걸 아실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지극히 연예인다운 행보를 걸어가고 있거든요. 아, 원래 대중 가수가 꿈이었던 건 사실이에요. 이건 연예인과는 다르잖아요? 제가 비주얼 적으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요.(웃음)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산이라는 가수가 알려지길 바랐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연예인으로 비쳐지게 되더라고요. 제가 뮤지션으로서 보일 수 있게끔 노력해야겠죠.”
그에게는 매 순간이 “갈림길”이요 “고민의 순간”이었다. 내면적인 갈등은 물론 외부적으로 대중에게 ‘어떻게 비쳐질까’는 걱정부터 ‘이게 맞는 걸까’하는 불안함까지.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요청하자 그 순간까지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많은 도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정말 모르겠어요. 무엇이 답인지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하는 마음에 매 순간이 제게는 갈림길이에요. 그래서 우선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요. 설령 다 실패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겪어봐야 훗날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기획 진행: 조지윤, 이유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수린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이미리
의상: 슈퍼스타아이, 머시따, 길옴므, 에프티에프클로징
슈즈: 람브레타, 슈퍼스타아이
헤어&메이크업: 구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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