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세 번째 여성 힙합 뮤지션 주인공으로 래퍼 스웰(Swell)을 만났다. 스웰은 지난해 데뷔 싱글 ‘얼론(Alone)’ 이후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싱글 앨범을 9곡이나 발표하며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신곡으로만 채워진 EP 앨범 발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니 참 부지런하고, 욕심 있는 뮤지션임을 짐작케 했다.
“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랩을 시작하게 됐어요. 랩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잖아요. 랩에 빠진 이유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부드럽고, 또 때로는 강하게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요. 그렇게 말로 풀어내다 보면 리스너들에게도 구체적으로 다가가니까 그만큼 진정성 있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웰은 데뷔 싱글을 시작으로 전곡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소화해내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를 이어왔다. 매 곡마다 본인의 이야기를 채운다는 스웰은 다양한 스타일의 아홉 곡의 싱글 앨범들을 통해 그의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보였다.
먼저 ‘어떤 사이’ ‘오래가자’ ‘봄이 불어와’ ‘버렸어, 못 버렸어’에서는 썸남과의 에피소드, 사랑의 세레나데, 이별의 아련함 등 사랑 이야기를 주소재로 다루고 있다. 반면 ‘얼론’ ‘오늘따라’ ‘타임라인’ ‘모르네요’ ‘너나 잘하세요’ 등은 자신을 주체로 삼고 강한 여성성을 드러내 보이거나 공허한 일상 속 느끼는 감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살면서 겪는 제 이야기들을 노래에 담아내기를 좋아해요. 리스너들에게 힙합 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것 같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래를 만들면서 리스너들이 공감하길 바라요. 가끔 ‘너무 편안한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게 제 노래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웰의 노래는 리스너의 입장으로 들었을 때 참 자연스럽고 편하다. 공감 가는 가사를 비롯해 기분 좋게 멜로디컬한 랩, 긴장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비트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인 것. 이에 대해 스웰은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일 추구하는 음악은 듣기 좋은 음악이에요. 단 몇 명만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바라요. 듣기 쉬운 음악이 제게는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그중 녹음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가사 전달이에요.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차분하게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밝히는 스웰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느냐”고 묻자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 씨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학창 시절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저도 그 분처럼 제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의외의 대답에 놀라자 “그 때문에 철학과에 들어갔다”며 깜짝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또 스웰은 “여성 뮤지션 중에는 윤미래 씨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티(T)의 노래가 애창곡이었다”고 밝히며 최근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과 대중의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두드러진 활약은 좋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여성 힙합 뮤지션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여성 래퍼에 대한 관심도나 존재감 자체가 적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커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랩 스타일이 다양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 제게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스웰은 “공연을 통해 직접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아직 제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신나는 무대를 마련해 대중과 함께 즐기길 바란다”며 “고등학교 2학년 축제 때 1등한 적이 있다. 그때 무대의 맛을 알게 됐다.(웃음) 하루 빨리 제 음악을 직접 들려줄 수 있는 무대를 꿈꾼다”고 전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웰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마치 내 이야기인 듯 절로 공감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임을 깨닫게 된 대목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리라. (사진제공: 야누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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