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간신’ 주지훈 “인간의 욕망,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

입력 2015-05-22 10:50  


[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 주지훈은 무엇을 말하든 거침없고, 유쾌하다. 많은 작품에서 다소 무게감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터라 무뚝뚝할 줄 알았던 그지만, 큰 오산이었다.

주지훈은 ‘간신’을 통해 민규동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미 호인의 마음이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지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민규동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영화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주지훈은 “저는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중간 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재밌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답변에 “솔직히 영화를 재밌게만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거죠. 저는 영화가 긴장감이 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지루하지 않게 볼거리가 풍성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간신이냐 충신이냐’라고요. 우리가 그 시대에 임숭재. 간신을 미화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소재로 차용을 한 것일 뿐이고, ‘같은 사건도 같은 사물도 관점에 따라 다르지 않느냐’는 그런 물음표를 던진 것이죠”라고 말했다. 

‘간신’ 속 주지훈은 ‘천년 아래 으뜸 가는 간흉’ 임숭재로 분해 연산군의 최측근으로서 간언을 일삼는다. 이후 무한한 권력을 탐하기 위해 채홍사의 책임자가 되어 팔도의 1만 미녀를 장제 징집해 바친다. 그야말로 ‘왕위의 왕’자리를 탐하며, 끝없는 욕망을 쫓은 것이다.

“결국 인간도 동물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대상이 다를 뿐이지, 어느 시대를 살던 그 욕망은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간신’을 통해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임숭재를 더 이해하기 쉬웠겠다”고 말하자 “전 임숭재가 이해가 가더라고요. 일단 대본에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대신 그 인물 안으로 너무 파고들진 않았어요. 그러면 방해가 되니까요. 감독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많이 했죠”라고 설명했다.

주지훈은 임숭재에 대한 캐릭터연구 뿐만 아니라 검술과 검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 위해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주지훈은 영화의 90프로 이상을 등장할만큼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솔직히 검술이나 검무 부분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하고, 동선도 전부 외워서 갔거든요. 그런데 촬영장에 가면 조금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동선과 안무들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제가하기 보다는 전문가 분들이 하신 장면이 많았죠. 제가 그토록 열심히 하려했던 것은 모든 행동에는 감정이 다 담겨 있는 디테일한 부분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아쉬웠던 거죠. 감독님은 그러면서 무용수 출신인 장쯔이를 말하더라고요. 하하”

“그런 것뿐만 아니라 몸 만들기 위해 운동도 7개월간 했다던데”라고 말을 꺼내자 “몸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임숭재라는 역할 자체가 춤을 잘 추는 인물이고,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기에 몸이 좋았어야 했죠. 괜한 것이 아니라 명분이 있다 라는거죠. 많은 사람들은 조금 나오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다이어트했냐고들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어요. 필요 없는데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스쳐지나가지만 인물을 설명할 수 있는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거든요”라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주지훈과 민규동 감독사이에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그런만큼 인터뷰에서 민규동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었다.

“큰일 났어요. 이게 기사가 많이 나가면서 감독님들이 대본도 안 주고, 영화하자고 할까 봐요. (웃음) 민규동 감독님은 되게 특이한 케이스거든요. 감독님과는 제 첫 영화감독님이기도 하고, 세월이 주는 신뢰에서 비롯된 건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하하. 저와 이런 저런 일을 함께 겪어온 감독님이기에 저한테는 더 남다른 감독님이죠.”

“다음 작품 또 하자고 하시면 할 의향이 있느냐”고 넌지시 묻자 “그 때는 대본을 봐야겠어요. 하하.”라며 장난스레 답한다.  


‘간신’ 속 임사홍은 연산군과의 군주와 우정관계뿐만 아니라 아버지 임사홍(천호진)과의 부자관계, 단희(임지연)와의 관계 등 다소 복합한 감정을 다룬다. 때로는 야비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간신’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오픈을 열어두고 싶어요. 해석에 대한 관점이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도 되고, 우정으로서 초점, 욕망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도 되죠. 단희에 대한 저의 감정도 사랑이라는 감정하나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은 좀 포괄적인 의미이고, 연민과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죠.”

인터뷰 막바지에 다다르자 주지훈에게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간신’ 속 임숭재가 권력을 포기하고, 결국 정의와 사랑을 택했듯. 실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일까, 사랑일까.

“그게 참 재밌어요. 소중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잖아요. 그래야지 좋은 환경을 만들어드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열심히 일 할수록 내 사람을 볼 시간이 줄어들어요. 부모님이 약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1년에 부모님을 약 20번 정도 본다고 쳤을 때 볼 시간이 약 100일 밖에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산다는 건 모순적인 것 같아요. 원하는 걸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더 멀어져가고, 다시 회개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인생은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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