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뢰한’, 전도연-김남길의 처절한 하드보일드 로맨스

입력 2015-05-23 14:20  


[bnt뉴스 박슬기 기자]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 이처럼 극단의 남녀가 만나는 멜로물은 흔하다. 하지만 ‘무뢰한’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드보일드라는 방법론을 통해 멜로를 표현하고, 그 속에는 전도연과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무뢰한’은 제 6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됐다.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은 형사 정재곤(김남길)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사건이 발생한 허름한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과 살인을 저지른 후 김혜경(전도연)과 사랑을 나누는 박준길(박성웅)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 잘 나가는 텐프로 출신의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 김혜경은 잘나가는 이사장의 세컨드였지만, 그의 밑에 있던 박준길과 눈이 맞아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박준길이 자신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형사 정재곤과 엮이게 된다.


정재곤은 박준길을 쫓기 위해 그의 여자 김혜경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김혜경에게 알 수 없는 마음을 품게된다. 자존심 하나로 밑바닥 인생을 버텨온 김혜경이 사실은 외로움 앞에 한 없이 약한 여자였던 것. 그렇게 정재곤은 김헤경의 아픔을 발견하는 순간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김혜경에게 박준길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게 김혜경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받으려하지만 그 때마다 박준길은 옆에 없고, 대신 주변에 나타나 자신을 걱정해주는 정재곤이 있을 뿐이다. 이후 김혜경은 그의 정체와 목적도 모른 채 어느새 정재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화양연화’처럼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없다. 하지만 만나게 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서로에게 흔들리며, 애써 그 감정을 억누른다. 그렇게 비정한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더욱 처절한 감정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힘을 빼고 싶다”던 김남길은 성공적인 듯하다. 그는 범인을 쫓기 위한 집념과 그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정재곤을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눈빛부터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는 감정이 아닌 자연스레 녹아낼 수 있는 감정을 그려내며 정재곤만의 복잡한 내면을 자연스레 표현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역시나 남달랐다. 하나의 감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재곤에 대한 마음. 또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밑바닥 인생. 하지만 그 속에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김헤경의 삶을 그려낸 전도연은 눈빛 하나부터 표정과 대사까지 완벽히 하나가 되어 복잡한 심리 상태를 완성시켰다. 

15년 만에 작품을 내놓은 오승욱 감독의 연출 역시 큰 한 몫을 했다. 원초적인 감정에 기초했지만 촌스럽지 않은 느와르멜로를 탄생시킨 것. 꾸밈없는 편집기술과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무뢰한’은 관객들에게 힘든 삶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사람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사실 ‘무뢰한’이라는 제목과 전도연, 김남길의 조합은 관객들에게 다소 무거운 인상일 것이다. 거기에 제 6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대까지 됐으니. 선뜻 영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으리. 하지만 ‘무뢰한’을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극히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니 말이다.

한편 ‘무뢰한’은 이달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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