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현대차 KSF, 진정한 축제가 되려면

입력 2015-06-04 08:40  


 지난 5월23일부터 24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1년 만에 대형 모터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현대차그룹의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로,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고로 개최 날짜가 바뀌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정상적으로 치렀다. 국내 최대, 세계 5위에 빛나는 자동차회사가 직접 여는 행사였던 만큼 규모 또한 남달랐다.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가지에서 경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 콘서트 등이 연계돼 복합 문화 행사로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주말 내내 10만명의 관람객이 인천 송도를 찾았다. 한국이 모터스포츠 불모지로 여겨지는 나라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모터스포츠 행보는 나름 의미가 적지 않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여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국내에선 모터스포츠 관심 유도로 젊은 소비층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실제 경주차 개발을 통해 얻는 각종 기술 노하우로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을 운용키로 했다. 조만간 현대기아차 원메이크 레이스이자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의 메인 이벤트인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N' 브랜드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발표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떤 행사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처럼 KSF에도 아픔은 있다. 바로 프로팀의 경기다. KSF는 현재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을 프로 경기로 운영 중인데, 모두 19개 팀이 출전한다. 규모로는 화려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팀이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준프로' 팀이다. 이 중에는 대학교, 언론사, 자동차 쇼핑몰 등이 결성한 팀도 있다. 그렇다보니 실제 프로팀과 경기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런 이유로 클래스를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눠 개최하지만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다.

 1부 리그 격인 제네시스 쿠페 10에는 모두 7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친다.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출전 선수들의 소속팀은 달랑 두 팀이다. 즉 제네시스 쿠페 10에는 두 팀만 참여하는데, 해당 팀에서 4명과 3명 등 7명의 선수를 경기에 내보냈다. 대회 최고 클래스 경기를 겨우 두 팀으로만 치르는 셈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과 서한 퍼플 모터스포트 등 두 팀 모두 현대차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다. 모터스포츠 계에선 현대차 패밀리로도 불린다. 게다가 이들의 가장 큰 후원사가 현대차다. 그렇다보니 후원사 주최 경기에 나오지 않을 명분이 없다.  

 이런 밀접 관계는 반대로 팀 활동을 제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실 KSF에서 프로팀을 없애자는 논의는 꽤 여러 해 전부터 나왔다. 적은 참가 팀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레이서와의 월등한 실력 차이가 보는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도입했던 1, 2부 리그는 강등제로 화제를 모았지만 실력의 차이만 드러냈고, 심지어는 2부 우승자가 1부 리그에 포함되지 못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강등제까지 폐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상업적인 경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최측은 프로 팀의 참가를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최 측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대부분의 프로팀이 떠났다. 이 때문에 현재 현대차의 영향을 받는 두 팀만 대회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다보니 레이스에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프로 레이서들도 의미 없는 경기로 여겨 경주차 손상만 방지하는 수준의 경기를 펼치는 게 고작이다. 애초에 영광이 없는 포디움이란 의미다. 오히려 의욕이 생기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실제 경기에 참가한 프로 선수는 "억지로 참여하고 있지만 나가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때문에 KSF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에 비상업 경기를 표방했다면 철저하게 아마추어 대회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 얘기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프로팀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아마추어 대회로 거듭나는 게 보다 어울린다는 뜻이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경쟁의식이 결여된 껍데기뿐인 경기에 프로팀과 선수가 열심히 할 이유가 없고,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족쇄를 풀어 다른 대회에서 많은 팀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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