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웨이스티드쟈니스, 만났기 때문에

입력 2015-06-16 08:20  


[bnt뉴스 김예나 기자] “왜 우리는 이제야 만났을까 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게 여겨져요.”(안지)

최근 첫 정규 앨범 ‘크로스 로드(Cross Road)’를 발표한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Wasted Johnny’s)와 한경닷컴 bnt뉴스가 만났다. 보컬 안지, 드러머 김영진, 베이시스트 닐스로 이뤄진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블루스, 록앤롤, 개러지한 장르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3인조 록밴드다.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스무 살 때부터 홍대 여러 밴드들을 전전하던 안지는 본격적으로 팀을 만들고자 결심한다. 직접 손글씨를 써서 홍대 전역에 붙이며 안지는 베이시스트 모집에 나선다, 그리고 당시 한국말이 서툴던 프랑스인 닐스가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안지를 만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에 왔어요. 당시 주말마다 홍대에 공연을 보러 다녔죠. 저도 홍대에서 밴드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인 친구로부터 안지가 베이시스트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오디션을 봤고, 그때부터 함께 밴드를 하게 됐어요.”(닐스)

안지와 김영진은 밴드 결성 이전부터 알던 사이다. 서로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단다. 닐스를 밴드에 영입한 후 안지는 김영진에게 본격적인 밴드 합류를 제안하는 “프러포즈”를 보낸다.

프러포즈란 단어가 쑥스러운 듯 피식 웃음 짓던 김영진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을 때였다. 팀 색깔이 좋아서 함께 시작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안지는 “전반적인 곡 작업과 보컬, 기타를 제가 담당한다. 영진 오빠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라면 전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표출하는 캐릭터다. 대외적으로는 제가 리더지만 팀 내에서는 영진 오빠가 리더다”고 설명했다.

◆ 드디어

밴드 결성 이후 무려 4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다. 인트로곡 ‘겟 웨이스티드(Get Wasted!)’를 시작으로 ‘위치(Witch)’ ‘냄새’ ‘뜨거운 것이 좋아’ ‘싸인(Sign)’ ‘런 어웨이(Run Away)’ ‘컴 투 마이 룸(Come To My Room)’ 등 모두 13곡이 담겼다.

첫 앨범 발매 소감을 묻자 멤버들은 “드디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 2013년 첫 EP 앨범을 발표 했지만 인디 밴드였던 그들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허나 이제 많은 게 변했다. 현재 소속사(발전소) 도움으로 음악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을 보기 위해 매주 제주도에서부터 찾아올 정도의 마니아 팬층 역시 두터워졌다.

“첫 정규 앨범은 양면성을 가진 것 같아요. 드디어 한 발자국을 내디딘 느낌이 들어서 기쁜 반면 이제는 정말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에요.”(김영진)

“1집 앨범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희 밴드의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다음 앨범의 비교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건반이나 브라스 같은 다른 악기 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담았어요.”(안지)

그 “솔직함”은 타이틀곡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신나는 스윙감에 어깨가 절로 들썩일 정도. 위트 있는 베이스 라인, 탄탄한 드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보컬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낸다.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있는 모습 그대로”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고 함께 춤추고 놀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해요. 반복되는 후렴구가 따라 부르기 쉬울 거예요.”(안지)

◆ 마침내

‘크로스 로드’를 첫 트랙부터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라이브 현장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일렁인다. 그만큼 무언지 모를 에너지가 가슴 속에서 솟구치기 때문. 수줍게 고백하자 “꼭 라이브 무대를 보러 오라”며 매우 반가워했다.

“무대 위 저는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려고 해요. 사실 생각보다 눈을 바라볼 수 있는 타이밍이 많아요. 그들의 표정을 보면 이제 느껴져요. 정말 좋은지, 다른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같은 것들이 눈에 보여요. 그래서 관객들이 좋아하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안지)

이어 김영진은 “무대 위에서 멤버들끼리 눈이 마주치거나 서로의 표정을 읽는다. 그때 세 명 모두 즐기고 있다는 게 확인되면 더 즐거워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 형(오빠)의 말에 멤버들, “저희끼리의 호흡 역시 관객들과의 소통만큼이나 정말 중요하다”고 크게 동조했다.

“세 사람이 만나서 같이 곡을 쓰고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몇 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음악을 했을 때 쉽지 않았음을 각자가 잘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많은 밴드들이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차이로 쉽게 헤어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힘들어지는 거죠. 웨이스티드 쟈니스 멤버들이 완벽하게 잘 맞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무난하게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난하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요.”(안지)

애틋했다. 눈빛과 표정에서 묻어났다. 제각각 갖고 있는 사연을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현재의 세 사람은 충분히 소중한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고 있으니.

“제가 오랫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잡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제 걱정할 건 없어요. 그저 즐기고만 있어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요. (웃음) 정말 모든 게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안지) (사진제공: 발전소)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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