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대기오염물질 배출등급 수입차보다 우수"
환경부가 지난 2일 2014년 출시된 국산 및 수입 완성차의 배출등급을 조사,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의 첫 머리말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판매대수, 판매 차종을 감안했을 때 이런 결과는 당연지사다. 국산차의 주력이 경차부터 준대형인 반면 수입차는 대형이 많아서다. 그럼에도 액면만 보면 마치 '국산차는 좋은 차, 수입차는 나쁜 차'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환경부의 이런 해석은 기준 자체를 절대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형차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입차의 특성은 배제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잣대로 배출가스의 많고 적음을 구분하면 당연히 배기량이 클수록 불리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환경부도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배출가스 평균등급에서 국산차가 앞선 이유로 차급의 편중 현상을 설명했다. 배기량 2,000㏄ 이상의 대형차가 수입차는 265종인 반면 국산차는 54종에 머물렀음을 말이다.
그렇다면 에너지소비효율 표시처럼 환경부도 차종별로 등급만 부여하면 될 뿐 굳이 '국산과 수입'을 구분하지 않는 게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또한 비교를 하려면 배기량별로 나눠 공정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다시 말해 배기량 1,000㏄ 미만, 1,600㏄ 미만, 2,000㏄ 미만, 3,000㏄ 미만, 4,000㏄ 미만, 5,000㏄ 미만 등으로 말이다.
이 경우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배기량 1,600㏄ 미만만 따져도 오히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배출가스가 적다. 실례로 현대차 i30 1.6ℓ 디젤은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3g인 반면 폭스바겐 골프 1.6ℓ 디젤은 114g에 머문다. 그만큼 평균 연료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2,000㏄ 미만 디젤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어빙 고프만은 일찍이 이런 해석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theory)'로 설명한 바 있다. 특정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 생존율이 70%인 경우 의사가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망률이 30%라는 점이고, 둘째는 성공률이 70%라는 답변이다. 둘 모두 결과는 같지만 어느 쪽에 돋보기를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환경부의 배출가스 해석도 마찬가지다. 조사 대상만 해도 국산차는 133종인 반면 수입차는 419종이다. 그리고 국산차 133종에서 대형차의 비율은 40%인데 비해 수입차는 배기량 2,000㏄ 이상의 대형차 비중이 50%를 넘는다. 따라서 단순 비교를 하면 수입차의 배출가스 절대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배기량을 구간별로 나눠 비교하면 일부 구간은 수입차의 배출가스가 더 적다. 그렇게 본다면 어떤 구간은 수입차가 우월하고, 어떤 구간은 국산차가 앞서게 되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래서 "국산차, 대기오염물질 배출등급 수입차보다 우수"라는 자료의 머리말은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전체적인 절대 기준을 적용하면 그게 사실이라도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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