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OAD] 더위에 대처하는 스마트인의 자세 - 니나 카넬 ‘새틴 이온’

입력 2015-07-16 18:45   수정 2015-07-16 18:56

[bnt뉴스 조윤정 기자] 여행지침서 ‘K-ROAD’는 시원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무더위에 똑똑하게 대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서울시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다채로운 전시회를 소개하고 있다. 다섯 번째로 만나볼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니나 카넬(Nina Canell) 개인전, 새틴 이온(Satin Ions)’이다.

▶고요함 속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리의 세계
아르코미술관에서는 5월29일부터 8월9일까지 스웨덴 작가 니나 카넬의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의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아르코미술관의 전시 ‘새틴 이온’에서는 니나 카넬의 작업 전반을 알 수 있는 최근 3, 4년간의 주요 작업들과 함께, 작가의 새로운 작업 시리즈로 서울 근교에서 수집된 재활용 지하 매설 케이블을 재료로 한 신작도 함께 선보인다.


니나 카넬은 물질의 성질과 상태,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에너지의 운동성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섬세한 미적 언어를 오브제, 조각 및 설치 작품으로 표현해 온 인물이다. 물, 고무, 합성섬유 카펫, 못, 전기, 버려진 양말, 주파수 등을 통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표면 장력, 점성, 자기장, 가청 주파수 등의 세계를 사고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는 비가시적 세계의 영속성을 경험하고 사유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다.


 ❚에너지 변환 과정을 가시화하는 니나 카넬만의 언어
니나 카넬은 소소한 재료부터 그 특성이 변하는 물질에 이르기까지 그 작업의 언어가 매우 다채로운 조각가이다. 그에게는 일상적인 어떤 물체나 순간, 평소 지나치기 쉬운 미시적 현상,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는 있는 것 등 모든 것이 애착을 가질만한 대상이다. 그리고 그 일상적인 물체 그 자체 혹은 물질들의 형성 과정은 니나 카넬 작업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전시는 세 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두 개의 방에서는 니나 카넬 기존 작업의 성격과 특색을 보여주는 대표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초음파 발생기를 물속에 넣어 기포가 발생하도록 두고 그 옆에 시멘트 포대를 설치해 시멘트가 서서히 굳도록 한 <상동곡 Perpetuum Mobile(25kg)(2009)>, 양말의 실오라기를 재료로 정전기에 따라 퍼지게 해 평면작업으로 전환한 <GREEN(DIFFUSED)>(2014), 벽에 잘라내고 남은 카페트롤을 통해 남겨진 것과 쓰인 것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알려지지 않은 크기(2015)>, 자석을 심어 그 자기장의 힘으로 나뭇가지 모양으로 가늘고 얇은 못을 연결한 <THINS(2015)>등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언어를 보여주는 최근 3, 4년간의 대표작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세숫대야에서 발생하는 습기를 통해 시멘트 가루가 사각의 블록으로 서서히 굳어가는 작품, 인간의 가청 영역대를 넘나드는 주파수를 사용해 관객은 일시적으로만 소리를 포착할 수 있게 한 작업, 고무를 아주 느린 속도로 흘러내리게 한 작업 등을 통해 니나 카넬은 우리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에너지의 빠르고 느린 움직임을 인식시킨다.


 ❚아이러니로 가득한 현대 세계를 은유하다
이번 전시 ‘새틴 이온’에서는 오늘날 와이어리스 세계의 기반이 되는 지하 매설 케이블에 관심을 둔 니나 카넬이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재활용 케이블 덩어리들로 마지막 챕터를 구성했다.

오늘날 수많은 디지털 정보는 선이 없는(wireless) 상태를 지향하지만, 이는 사실 지하의 더욱 많은 양의 케이블의 증가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관심에서 서울 근교의 케이블 재활용센터를 방문해 녹아내려 형태가 변화한 상태와 향후를 위해 재탄생되는 미래적 시간을 함의한 상태 사이에 놓여 있는 케이블 덩어리들을 수집했다.


케이블의 심지가 빠지고 껍질만 남은 피복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모양이 변형된 이 덩어리들은 수십 미터의 물리적인 길이가 ‘정보’의 송수신이라는 비물질적 거리를 드러내는 덩어리로 변모한 역설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니나 카넬의 작업은 시적이고 문학적인 작가만의 시각 언어로 평소 육안으로 보기 어려웠던 에너지의 변환 과정을 아름답게 가시화한다. 이번 전시는 물질을 통해 인식되는 확장된 비물질적 세계의 의미를 깊이 상고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제공: 아르코미술관)


*전시 기간: 2015년 8월 9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 문화가 있는 날(7월29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료: 무료
*전시장소: 아르코미술관 2층 제2전시실
*교통 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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