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기아자동차가 신형 K5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두 개의 얼굴, 다섯 개의 심장' 컨셉트로 제품군 다변화에 나선 것. 그러나 주력 제품의 세대 교체임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하다.
주요 배경은 동력계, 플랫폼 등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현대차 쏘나타에 대한 열등감이 꼽힌다. 지난해 완전변경을 거친 쏘나타는 3가지 외관에 7가지 심장이 탑재됐다. 전·후면부에 따라 일반형과 고성능 터보, 친환경 제품으로 나뉜다. 때문에 기아차가 K5를 통해 내세웠던 컨셉트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기아차는 K5 출시에 앞서 외관을 공개한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7가지 엔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5가지 엔진에 머물렀다. 신차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제품의 공개를 미뤄서다. 전면부를 MX, SX로 구분한 듀얼 디자인 전략도 하이브리드의 외관 변경이 계획돼있어 바뀔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쏘나타와 K5 모두 '3개의 얼굴 7개의 심장'이 된다. 결국 K5는 동일 기반의 현대차 쏘나타를 뒤따르는 후발주자에 머물 뿐이다.
물론 동일 플랫폼이라도 차별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MQB가 꼽힌다. MQB는 가로배치 엔진 탑재를 위한 모듈형 플랫폼으로 폭스바겐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 스코다 옥타비아, 세아트 레온 등에 적용된다. 그러나 시장 및 브랜드 방향성에 따라 엔진 구성을 비롯한 주요 품목은 달리 구성된다. 국내만 봐도 폭스바겐은 골프 제품군은 1.4ℓ 가솔린부터 고성능 GTI까지 5개 엔진, 아우디 A3 해치백은 1.6ℓ, 2.0ℓ 디젤이다.
기아차는 오는 9월 신형 스포티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새 차는 K5와 같이 듀얼 디자인이 핵심이다. 하지만 동력계, 플랫폼을 같이 쓰는 현대차 3세대 투싼과의 관계는 쏘나타, K5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겹치지 않은 성향과 시너지를 확보하려면 브랜드 색깔과 그에 따른 확고한 차별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은 통합됐어도 제품은 보다 차별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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