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해킹'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짚 체로키의 보안망이 두 명 해커에게 뚫리면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치 자랑하듯 해킹에 성공, 자동차 보안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해킹의 내용은 사뭇 심각했다. 세인트루이스 인근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체로키가 16㎞ 떨어진 두 명의 해커에게 조종당한 것. 이들은 편안한 소파에 앉아 에어컨 온도를 최저로 내리거나 풍량을 최대치로 올렸다. 또 와이퍼를 작동시킬 뿐 아니라 라디오도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심지어 엔진을 멈추기도 했다. 이 모든 해킹은 미국의 IT전문지 와이어드 매거진 기자가 직접 경험해 보도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간 자동차업계는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혹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의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소식을 내세우며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비자 또한 새로운 기술에 거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커넥티드 카 기술을 지나치게 성급히 도입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에 확실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례로 꼽힌다.
해킹 사실이 알려지자 FCA는 보안 패치를 즉시 배포했고, 140만대의 리콜을 공식 발표했다. FCA는 리콜과 패치 배포를 통해 보안 허점에 대한 문제점에 신속히 대처했지만 커넥티드 기술에 대한 해킹과 시스템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미 의회도 앞장섰다. 자동차 업계를 압박해 사이버공격 대응 방안을 제시하도록 했고, 관련법도 지난주 상정했다. 자동차업계가 네트워크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경고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해킹이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까지 커네티드카 혹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집중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며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지만 체로키 해킹 사안으로 보다 확실한 보안 대책이 필요해졌다.
그나마 국내 IT 업계는 이런 위험성을 미리 예견이나 한 듯 자동차 해킹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과 특허권 획득을 통한 보안방지기술 선점 시도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탄탄한 성벽도 허점이 있을 수 있어서다.
먼 미래의 일만 같았던 똑똑한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다닐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해킹으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도 더 이상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래서 대비책은 서둘러, 철저하게 마련돼야 한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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