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동차를 구분할 때 프리미엄(premium) 브랜드와 퍼블릭(public) 브랜드로 나누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고급차'와 '가격 대비 적당한 차(Value for money)' 정도로 구분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 구분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시작은 물론 자동차 초창기로 거슬러 오른다. 브랜드 태생 자체가 고급차로 출발했느냐, 아니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는 대중성을 겨냥했느냐가 차이점이다.
그런데 프리미엄과 '넌(non)-프리미엄'의 구분은 우리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일반화 돼 있다. 얼마 전 미국 내 자동차 상품성 만족도 조사기관인 JD파워가 2015 자동차상품성 만족도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리미엄과 넌-프리미엄을 구분한 게 대표적이다. 나름 미국 내 영향력이 높은 조사 기관부터 브랜드를 명확히 구분한 셈이다.
JD파워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포르쉐, 재규어,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랜드로버, 링컨, 캐딜락, 인피니티, 렉서스, 볼보, 아큐라 등이고, 대중 브랜드는 미니, 현대차, 폭스바겐, 포드, 기아차, 쉐보레, 마쓰다, 크라이슬러, 스바루, 닛산, 토요타, 짚, 피아트, 스마트 등이 해당된다. 각 브랜드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신뢰할 만한 미국 조사 기관의 분류법인 만큼 이의를 제기하는 곳은 없다.
또 한 가지 재미나는 결과는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상품 만족도 또한 높았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만족도는 1,000점 기준으로 841점이며, 넌-프리미엄의 평균은 790점이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 최고 점수는 포르쉐(874점)가 차지해 1위에 올랐고, 재규어(855점), BMW(854점)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넌-프리미엄은 미니(MINI)가 825점으로 1위에 올랐고, 현대차(809점), 폭스바겐(806점)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미니의 만족도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볼보와 어큐라를 제친 것이어서 선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JD파워의 브랜드 구분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미니(MINI)의 경우 미국에선 대중 브랜드지만 국내에선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폭스바겐 또한 미국에선 평범한(?) 브랜드지만 한국에선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자동차가 발전해 온 과정이 미국과 다른 만큼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분명하다. 자동차에 있어 브랜드의 힘이 점점 막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자동차회사가 숫자로 나열하는 각종 제원표의 상세 항목은 참고사항일 뿐 브랜드가 1차 선택에 미치는 영향력은 확대되는 중이다. 자신이 만족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심리적 본능도 결코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입차와 국산차의 구분보다 미국처럼 프리미엄과 넌-프리미엄의 분류 노력이 적지 않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이런 욕구가 강한데, 브랜드 파워가 강해질수록 넌-프리미엄과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의지이고, 그것도 커다란 브랜드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를 살리지 못하면 미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진리로 통하는 세상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기자파일]누군가 내 차를 원격으로 조종한다면
▶ [기자파일]기아차 K5, 쏘나타 그늘 벗어나려면
▶ [칼럼]티볼리가 바꿔 놓은 쌍용차의 편견
▶ [기자파일]전기차, 충전망보다 시급한 건 스마트그리드
▶ [기자파일]경차, 진짜 경제적일 수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