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임팔라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알리기에 나섰다. 사전 계약은 물론 북미 내 인기 차종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는 중이다.
임팔라를 출시하며 쉐보레가 공개적인 경쟁자로 지목한 차종은 그랜저다. 북미에서도 임팔라가 아제라(그랜저의 북미명)와 어깨를 견준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그랜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임팔라의 배기량과 크기, 편의품목 등을 감안할 때 경쟁 차종은 현대차 아슬란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랜저보다 차체도 크고, 배기량도 2.4ℓ 외에 3.6ℓ가 탑재되는 등 전반적인 우세 항목이 많아서다. 그럼에도 쉐보레는 주력을 2.4ℓ로 삼고, 그랜저 시장 잠식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랜저보다 조금 높은 가격 설정으로 그랜저와 아슬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지만 그랜저 판매를 빼앗아 와야 승산이 있다고 본 셈이다.
그런데 임팔라의 경쟁으로 그랜저를 삼은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아슬란의 실패 경험이다. 현대차로선 아슬란을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간극을 메워 줄 제품으로 부각시켰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쉐보레 또한 아슬란의 인지도를 고려할 때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슬란을 임팔라의 경쟁으로 삼아봐야 임팔라 알리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시장이 자극한 아슬란의 눈물샘을 경쟁사가 다시 한 번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그랜저를 지목한 쉐보레의 고민도 적지 않다. 아슬란은 의도적으로 피했지만 그랜저 또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6월까지 그랜저는 국내에서 4만1,589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성벽이 견고하다. 경쟁으로 지목되는 기아차 K7, 한국지엠 알페온, 르노삼성 SM7 판매를 모두 합친 1만3,444대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쏘나타 LPG를 배제하면 현대차 승용 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다.
따라서 쉐보레가 임팔라로 그랜저 방어를 뚫으려면 한국적 편의품목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임팔라는 태생 자체가 북미 시장에 맞춰진 제품이어서 국내 소비자가 생소하게 여길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위해 오랜 시간 국내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왔지만 보다 철저한 작전(?)이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미국의 어느 한 공항에서 우연히 한국지엠 관계자를 만났다. 임팔라 수입을 위해 북미 공장의 생산 일정을 조율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임팔라의 제품력이 북미에선 그랜저보다 앞선다고 여기지만 국내 시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세계화 시대지만 자동차 소비는 시장과 문화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아슬란을 뒤로 한 임팔라의 그랜저 공격, 과연 성공할 것인지 사뭇 기대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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