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열린 정비 서비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 방안이다. 전국 23곳의 직영센터를 365일 개방해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서비스 협력업체인 블루핸즈 역시 이달부터 전국 6대 광역시 100개 지점의 문을 휴일에도 열겠다는 방안을 공표했다. 평소 시간이 없어 서비스 점을 방문하지 못했거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낭패를 보는 일을 줄이겠다는 게 '365 열린 정비 서비스'의 핵심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365 열린 정비 서비스' 도입에 소비자는 반가울 따름이다. 바쁜 평일보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주말을 활용해 예방 정비 등을 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앞으로 365 서비스 거점도 늘려간다고 하니 이른바 '정비 시간의 사각 지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사실 현대차로서도 이번 '365 열린 서비스'는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제도였다. 기본적으로 정비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선 필요 부품이 제 때 공급될 수 있도록 부품 공급사도 같은 시간에 문을 열어야 하는 데다 정비 인력의 휴일 근무가 필요한 만큼 노조의 동의도 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비 노조는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현장에 근무하고 있어 그 누구보다 소비자 요구를 잘 아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정비노조가 휴일 근무에 동의한 것은 수입차로 향하는 소비자 마음을 노조 또한 위기로 받아들일 만큼 직접적으로 읽었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서비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분명 소비자다. 좀처럼 변하지 않으려는 노조의 생각이 소비자를 만나 달라졌으니 말이다. 늘 소비자와 만나는 정비 현장 근무자들에게 소비자 목소리는 더 이상 하소연이 아닌 강력한(?) 요구였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수입차로 돌아서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정비 서비스 관계자는 "생산과 달리 서비스 현장은 늘 소비자를 만나는 곳이고, 소비자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는 곳"이라며 "현장에서 만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무서울 만큼 가감이 없으며, 서비스 근무자에게 드러내놓고 수입차로 돌아서겠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가 부지기수로 많다는 점에서 이제는 소비자가 오히려 기업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형국이다.
물론 현대차도 소비자들의 이런 쓴 소리를 주목했다. 더불어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내부 조직의 체질개선도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 변화의 걸음 보폭에 대해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대차 내부에선 덩치가 커서 보폭이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점을 이해할 소비자는 거의 없다. 보폭의 빠르고 느림은 기업의 몫일 뿐 소비자는 목소리를 내고, 요구의 수용 여부만 판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365 서비스 도입은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목소리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노조의 휴일 근무까지 끌어냈을 만큼 위력(?)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기업이 변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한 마디로 현대차 체질을 개선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노조나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 목소리라는 뜻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전부일 뿐 만족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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