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빈 기자] 유난히도 뜨거웠던 2015년 여름, 바쁜 일상 속 쏟아지는 업무에 많은 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 무심코 달력을 보니 어느덧 8월 말을 가리키고 있다.
아직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다면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감행해볼 일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떠나 추억을 쌓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 홀로 여행’이든 상관없다. 스트레스와 번뇌를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 당장 가벼운 휴가를 계획했다면 그에 걸맞은 옷부터 살펴볼 때다. 여행이라는 설렘에 들떠 무작정 휴가 분위기를 내려다 되려 불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잔잔한 여행을 그린 영화 속 주인공의 스타일을 살펴봤다.
# 리넨의 향연,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감독 우디 앨런)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솔직하게 그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다양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은 일관성 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패션으로 읽는다면 리넨의 향연으로 함축된다.
먼저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 분)는 로맨스라면 고통도 달콤하다 느낄 정도로 사랑 앞에 용감하다. 이는 그의 패션 속에도 녹아 들어있는데, 카키색 리넨 셔츠나 노란색 민소매 블라우스 등 낭만적인 이미지의 컬러로 대변된다.
이어 현실주의자 비키(레베카 홀 분)는 러닝타임 내내 리넨 셔츠를 누구보다 멋지게 소화한다. 그는 연한 분홍색이나 보라색이 감도는 무채색의 셔츠를 입고 모던한 매력을 풍긴다.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밤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구석에 걸린 리넨 셔츠가 떠오른다.
# 설렘을 고스란히 담은 청명한 패션,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마치 눈으로 읽는 소설 같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는 두 개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순간순간의 감정과 여름의 풍경을 버무린 수채화 같은 작품이다. 특히 혼자 여행을 나섰다면 두 번째 이야기 속 여자 주인공의 패션을 눈여겨 볼 것.
영화 속 혜정(김새벽 분)의 옷차림은 혼자 여행 온 사람답게 심플하면서 편안하다. 그는 청명한 바람과 어울리는 하늘색 스트라이프 패턴의 롱스커트와 흰색 티셔츠를 매치해 사랑스러운 캐주얼룩을 선보인다. 또 리넨 소재의 남색 원피스는 단정하면서 청순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처럼 깔끔한 혜정의 스타일은 영화 속 우연한 만남이 가진 설렘과 반짝이는 찰나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정제된 매력을 갖고 있다. 특히 어깨에 걸친 가방은 짐을 넣기 좋은 넉넉한 크기와 가벼운 면 소재라 ‘나 홀로 여행’을 함께할 친구로 손색없다. (사진출처: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한여름의 판타지아’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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