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⑬┃최유리, 열 마디 위로의 말보다

입력 2015-08-31 09:00   수정 2015-08-31 12:38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걷고 있는 똑같은 뮤지션일 뿐이라고. 여기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쇼미더머니’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을 불러 모은 싸이퍼 미션을 떠올려 본다. 난장판이 된 무대, 마이크를 향해 손 뻗는 남성 래퍼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 래퍼 최유리의 눈빛을 기억 한다. 그래서 그가 궁금해졌고,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여성 힙합 뮤지션 릴레이 인터뷰 열세 번째 주인공으로 최유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음악을 하고 싶은 걸까?’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 비걸(b-girl) 활동을 통해 많은 음악을 접하며 무대 경험을 쌓아왔다. 이후 친구의 권유로 음악 학원을 다니면서 보컬로서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번 빠지면 몰두하는 성격 탓에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하며 실력을 키웠다. 하지만 마음 한 켠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도대체 무슨 음악을 하고 싶은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음악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때 즈음 재즈힙합 밴드 더루츠(The Roots)의 음악을 접했다. 그들의 음악은 최유리에게 위로로 다가왔다. ‘아, 이거다. 진짜 멋있다’는 감탄은 이내 자극이 됐고, 래퍼라는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제가 원래 굉장히 부정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힙합 음악을 접하면서 정말 큰 변화가 오게 됐어요. 평소 저였다면 결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가사로 풀어내며 여가 없이 전할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제가 위로 받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힙합을 향한 이기적인 사랑

최유리는 자신의 힙합 사랑을 “이기적이다”고 표현했다. 더루츠의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은 것도, 힘들었던 마음을 랩 가사로 풀어냈던 것도 “이기적인 사랑”이라는 설명. ‘쇼미더머니’ 역시 힙합 씬에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는 “설사 1차에서 떨어지더라도 분명 그 안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힙합 음악을 정말 하고 싶은데 제 주변에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쇼미더머니’를 통해 힙합 음악 씬에 대해 많이 알고 싶었어요. 조금 겁도 나고 걱정도 됐죠. 하지만 예전에 ‘K팝스타3’ 때 랩이 아닌 보컬로 지원했던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되거든요. 그래서 ‘쇼미더머니’를 통해 제 랩 실력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상상 이상으로 ‘쇼미더머니’ 과정은 치열했고, 참가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는 “저는 계속 랩을 했던 사람이 아니기에 상당히 힘든 부분이 많았다. 타이트한 일정에 맞춰 계속 가사를 쓰는 것도 고충이 따랐다”고 회상했다.


성장이라는 결과물, 그 과정의 아픔

허나 이 도전의 끝은 ‘성장’이라는 결과물을 남겼다. 물론 성장에 따르는 아픔도 맛봤다. 최유리는 그중 단연 싸이퍼 미션을 꼽으며 “상상도 못했고 싸이퍼 미션에 모두들 너무 당황했다. 하지만 그때 모두 간절하니까 마이크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싸이퍼 미션 탈락하고 한동안 그야말로 ‘멘붕’이 와서 힘들었어요.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생활하다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생각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어요. 그때 싸이퍼 미션에서 함께 탈락한 서출구 씨의 몇 마디가 제가 마음을 다시 잡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큰 힘을 줬어요.”

당시 서출구는 ‘쇼미더머니’ 싸이퍼 미션의 시스템적 문제를 지적하며 자발적 탈락을 택했다. 프리스타일 랩 일인자라 손꼽히는 그의 선택은 훈훈한 미담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유리는 서출구를 언급하며 “제게 ‘랩이라는 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결과를 주는 친구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줬다. 정말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랬다. 주저앉을 수 없었다. 분명 ‘쇼미더머니’의 많은 여성 참가자들 중 최유리는 마지막 여성 래퍼가 아니었던가. 그는 “사명감까지 들 정도였다. 여성 래퍼에 대해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을 제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포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마음을 잊어서는 안됐다.

“여성 래퍼가 힙합 음악 시장에서 분명 메리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희소하니까요. 다만 그 메리트를 이용해서 제 이득을 취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결과물과 힙합 음악을 향한 애티튜드를 보여줌으로써 대중의 생각과 시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해 위로하고파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작업물들을 하나씩 발표할 거라는 최유리는 “제 나이 또래가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취업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사랑이 될 수도 있다. 혹은 개인적은 아픔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어떠한 이야기든 제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제가 힙합 음악을 통해 위로 받았듯 말이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사를 쓰면서 눈물 흘리기도 해요. 그 정도로 가사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지금 힙합 음악 시장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그 속은 이래저래 아픔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 아픔을 낫게 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이 있다.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무수히 큰 위험이 따르기 마련. 그 위험마저 무기로 삼아 도전한다면 분명 생각지도 못한 성취가 제 손 안에 들어올 거라 예상해본다. 상처의 아픔을 위로의 음악으로 승화시킬 최유리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사진제공: 최유리, 사진출처: Mnet ‘쇼미더머니4’ 방송 캡처)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