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왕의 꽃’ 김성령, 자꾸만 눈이 가는 이야기

입력 2015-08-31 10:50  


[bnt뉴스 김희경 인턴기자] 처음에는 아우라에 눈이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아우라 보다 그가 꺼내는 이야기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최근 강남구청 한 카페에서 진행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 김민식) 종영 인터뷰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배우 김성령은 그동안 자신이 깊이 빠져 있었던 레나정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여왕의 꽃’에서 김성령은 과거의 가난에서 벗어나 더 높은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사랑도 가족도 버리려는 미모의 셰프 레나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여왕의 꽃’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성령은 근 6개월 간 촬영에 임한 ‘여왕의 꽃’을 회상하며 “정말 에너지 소비가 심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실제 레나정이 머리도 많이 쓰고 거짓말도 많이 하고 내면의 감정에 있어서도 큰 편이다. 그런 역을 하려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다. 함께 연기한 김미숙 선배도 ‘내가 수십 작품을 해봤지만 이번 작품만큼 힘이 드는 건 처음이다’고 하실 정도였다”고 말했다.


가시 많은 꽃, 레나정

김성령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무엇보다 힘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정 신이 많아서 NG를 많이 낼 수도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감정이 센 연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열심히 안 하나’ ‘마음이 해이해졌나’라는 고민이 들 때도 있었어요. 촬영을 안 하고 있을 때도 그 감정을 유지하고 대본을 봐야하는데, 다 힘들었지만 대사가 너무 길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뒤돌아서면 또 까먹고 하니 입에서 ‘죽어야지, 죽어야지’라고 욕이 나올 정도였어요(웃음).”

레나정은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완성하기 위해 누구보다 냉철한 마인드를 가진 캐릭터였다. 그런 레나정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선 김성령은 빠르게 레나정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켰다.

“레나정의 감정 연기를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까 주변 스텝들이 까다로워졌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립 컬러에도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같은 신을 다른 날 촬영하는 경우에 코디가 전날 발랐던 립스틱과 다른 걸 가지고 온 적이 있어서 뭐라고 한 적도 있어요. 사람들이 그걸 귀신같이 아니까. 그리고 반지 같은 경우도 위치도 다 파악하려고 해요. 그렇게 예민한 작업을 한 7개월 간 하니까, 나중에는 ‘아, 주인공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이젠 안 하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웃음). 하지만 저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에요. 만약에 이걸 안 했다면 미련이 남았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경험을 주고, 많은 미련을 버리게 해 준 드라마에요. 50부작 하기 사실 쉽지 않으니까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김성령은 레나정에 대한 감정 상태에 대해서도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단순히 레나정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레나정을 품고 있었다.

“레나정이 거짓말은 참 많이 했지만, 꽃뱀은 아니잖아요. 레나정은 사실 능력도 있고 가진 것도 많지만 부모에게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오해 받은 게 억울해서 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저는 레나정의 행동이 악행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그리고 민준이랑 결혼도 하고 MC로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갑자기 딸이 나타나서 결혼을 하려고 한다면 저라도 화가 날 것 같아요. 제 미래에 딸이 방해받을 거라고 생각했겠죠. 레나정은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살아서 겨우 인정받았는데 그 딸 때문에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했어요. 레나정의 ‘너대로 살고 나대로 살자’라는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어요. 제가 레나정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에요. 제 나이가 되고 보니 정말 그래요. 그래도 자식은 있어야 해요(웃음).”


제2의 전성기, 아름다운 2막

김성령은 다른 나이 또래의 배우들과 달리 중년에 접어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케이스다. 계단을 밟듯 차근차근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한 순간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꾸 저에게 전성기를 갱신한다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20대부터 지금까지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김혜수가 있는 반면에, 뒤늦게 중년이 돼서 다시 전성기에 오르는 저 같은 경우도 쉽지 않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둘 다 대단하지 않은가요?(웃음). 그런 걸 저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죠. 작품 운이 좋았잖아요. ‘추적자’ ‘야왕’ ‘상속자’ 세 작품이 이렇게 연달아 좋으니 제가 그 덕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을 잘 해야 넥스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작품을 망치고 ‘다음에 잘 해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걸 잘 해야 다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강이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해이해지고, 그런 걸 트집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억울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잘 해야 그들이 저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야왕’이 오고 ‘상속자’가 오고 지금이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차근히 밟아온 배우 삶에서 만난 첫 주연작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드라마가 끝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댓글을 훑어보며 쓴 소리 단 소리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놨다고 말했다.

“사실 ‘여왕의 꽃’을 할 때 동시간대 방송사에서 5개의 작품들이 오갔어요. 그럴 때마다 작가님이 매번 긴장하고 힘들었다고 나중에서야 고백하시더라고요. 게다가 다들 만만한 프로그램도 아니었으니까. 저 또한 시청률이나 댓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물론 악플도 많지만 그걸 읽는 게 너무 재밌어요.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니까요(웃음). ‘레나정 죽어라’ ‘뭐가 동안인지 모르겠다’ ‘주연은 아닌 것 같다’ 등 정말 많지만 저는 그 말을 다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게 대중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허무맹랑한 것도 아니에요. 그들도 생각이 있어서 쓰는 말이에요. 저는 단지 ‘대중이 레나정을 바라볼 때 이렇게 보는구나’라고 참고하고 그걸 회사나 촬영할 때 많이 말하죠. 그래서 회사에서는 ‘댓글 좀 그만 보세요’라고 할 때도 있어요(웃음).”

첫 50부작 주연 드라마라는 것과 대중들의 시선을 짐작해보면 그 혼자 견뎌내기에는 꽤나 버거운 짐이었을 터. 하지만 김성령은 “단지 최선을 다 했다”며 웃어보였다.

“사실 그래서 이 작품이 힘들었어요. 이걸로 잘 하고 싶은 욕심과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반 년 넘게 계속된 것 같아요. 댓글을 그렇게 본 것도 욕심을 못 버려서 그런거죠. 그 마음 조절이 연기보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욕심을 버리고 연기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이젠 연기가 끝나고 제가 뭘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작품과 연기가 부족했을 수는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 했어요. 더 이상 잘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만약 누군가 ‘그거 밖에 안 되냐’라고 물어본다면, ‘그래, 그거 밖에 안 된다’라고 말할거에요(웃음). 대신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에 깨우친 걸 잘 보안해서 연기해야죠.”


김성령이 피울 인생의 꽃

김성령의 레나정은 어떤 배우를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완성했다. 허나 김성령이라는 배우가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는 모두 차갑고 도도한 커리어 우먼이라는 면을 보았을 때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김성령은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할 것”이라며 단호히 답했다.

“물론 저도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스릴러나 사극도 좋고, 중년의 로코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아예 망가지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이제는 안정권으로 들어와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언제부턴가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저는 다양한 역을 하고 싶지만 대중은 김성령이라는 배우가 여전히 우아하고 소위 말하는 ‘어떤 옷을 입었다’라는 게 궁금하고 보고 싶어 한다면 제가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럭셔리를 많이 했다고 안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대중이 원하면 저는 계속 할 거에요.”

김성령은 대중들을 위해 기꺼이 예쁜 꼭두각시가 될 것을 선언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자신의 단면적인 부분이 아닌 완전한 옷으로 입은 그는 프로였고, 그의 프로다운 마인드에 새삼 감탄이 새어나왔다. 우리가 매번 김성령을 반길 수 있는 것은 이런 완벽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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