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더 긱스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더 긱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가 하드코어 펑크 밴드 더 긱스(The Geeks)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서기석(보컬), 강준성(기타), 김명진(기타), 정봉규(드럼), 최임영(드럼)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 더 긱스는 지난 1999년 결성, 초창기 한국 하드코어 씬을 이끌어온 밴드 중 하나로 지난 2000년 하드코어 밴드 최초로 일본 투어, 2005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쳐 전미 투어 이후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지에서 현지 밴드들과의 투어를 꾸준히 진행했다.
또 지난해에는 밴드 15주년 결성을 기념, 2집 정규 앨범 ‘스틸 낫 인 디스 얼론(Still Not In This Alone)’를 발매하고 국내 전국 투어를 진행했으며, 지난 7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디스 이즈 하드코어(This Is Hardcore)’ 페스티벌에 참가해 더 긱스의 위상과 또 다른 도전을 기대케 했다.
이날 귀국 후 첫 공연이자 일본 펑크 밴드 포워드(FORWARD) 첫 내한 공연 무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더 긱스(멤버 강준성, 김명진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는 “전 세계 펑크 밴드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라서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들은 “미국에서 받은 에너지와 영감을 이번 무대에서 모두 발산할 수 있게끔 하겠다”(정봉규), “그 동안 멤버들이 워낙 바빠서 준비한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걱정도 되지만 평소 기량대로 무대를 꾸미겠다”(최임영), “미국 공연에서 얻은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다. 서로가 시너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서기석)고 소감을 밝혔다.
THIS IS HARDCORD, 도약의 발판
더 긱스는 지난 ‘디스 이즈 하드코어’ 페스티벌 참여로 인해 멤버들이 한층 의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됐음을 털어놨다. 16년차 밴드로서 또 한 번의 도전의식과 열정 등을 다시금 깨닫고, 또 한 번의 도약의 발판이 되는 시간이었다는 설명이다.
“10년 전 함께 무대에 섰던 오랜 밴드들부터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밴드들까지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사실 미국 활동의 공백기가 길었던 터라 혹시 잊히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국뿐 아니라 호주 등 다른 국가 사람들로부터 ‘너네(더 긱스) 보려고 페스티벌에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번 미국 공연을 발판삼아 해외 공연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서기석)
이어 더 긱스는 앞서 두 번의 미국 투어에 비하면 이번 공연은 “가장 편했던 시간”임을 고백했다.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원래 해외 투어를 가면 장비도 직접 세팅하고 7, 8시간씩 운전하면서 공연을 다녔다. 워낙 미국 밴드들이 자생력이 강하다보니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일이 자연스럽다. 저희 역시도 현지 만난 로컬 밴드들과 어우러지며 저희만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참 편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미국 공연 때는 전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했던 공연이라 몸은 힘들었어도 제게 좋은 기억으로 각인돼 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단발성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몸은 편했지만요.(웃음)”(정봉규)
허나 단발성 공연이야말로 앞으로 해외 무대를 꿈꾸는 밴드들에게 더 없이 좋은 자양분이라는 것이 더 긱스의 조언이다. 그들은 “요즘은 밴드들의 해외 투어 공연 소식이 수면 위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저희는 미국 투어 당시 한 달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을 다녔거든요. 현지 관계자들이 ‘너네야말로 미국에서 제대로 투어하는 밴드다’고 인정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때문에 해외 투어와 단발성 공연은 엄연히 다르다는 건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해외 무대를 꿈꾸는 밴드가 있다면 우선 단발성 공연부터 시작해서 현지 로컬 밴드들과 소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영어도 잘 하잖아요. 적극적으로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봄으로써 해외 무대의 기회를 가지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더 긱스)
STEP BY STEP, 단 하나의 삶이 되기까지
마지막으로 더 긱스는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힘의 원천에 대해 “저희만의 비전, 그건 곧 삶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물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힘도 들고 어려움도 겪지만 하나하나씩 해 나가는 데에 큰 의미를 갖고 가치를 느낀다”며 “그 과정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더 긱스의 역사가 돼 있더라”고 설명했다.
“하나하나의 스텝들이 저희의 역사가 되는 것 같아요. 그 역사를 뽐내려거나 거들먹거리려는 마음이 아니에요. 멤버 각자가 스스로 인정하고 서로가 존중해주면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멤버들이 서로에게 뭘 바라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이 자체가 좋고, 재밌으니까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정말 많이 싸우죠. 하지만 그만큼 더 가치가 생기는 것 같아요.”(서기석)
“더 긱스로서의 활동이 저희에게는 삶인 것 같아요. 취미나 회사 생활 외적인 활동이 아니라요. 개인적으로 아내 다음으로 더 긱스 활동이 제게는 우선시 돼요. 그 정도로 제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정봉규)
“사실 국내외 많은 공연을 다니면서 항상 재미있을 수만은 없어요. 관객이 조금 오는 날도 있고, 반응이 미미할 때도 있죠. 그럼에도 계속 이어가게 되는 건 이미 더 긱스가 제 삶의 일부가 됐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언제까지 활동을 할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더 세월이 흘러서 체력적으로 무리만 없다면 계속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최임영)
돌아보면 불현듯 느끼는 것들이 있다. 이미 저 멀리 지나 가버린 시간은 아련하다가도 언제 여기까지 왔나 싶은 마음에 벅참을 느낀다. 더 긱스가 남긴 “삶이다”는 말이 그랬다. 그 어떤 정의보다 진심어린 “삶”이라는 단어에서, 더 긱스가 걸어온 지난 16년의 발자취와 역사를 감히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그들만의 삶이자 길,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역사와 그 가치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본다. (사진제공: 더긱스, 사진출처: WASS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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