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속도감 넘치는 레이싱 경기가 펼쳐지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색다른 행사가 개최됐다. 지난 5일 현대자동차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효율 대회를 연 것. 소형차 엑센트부터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150팀의 참가자들은 서킷 라이선스 발급을 위해 이론과 실제 서킷 주행 교육을 받았다. 보다 효율적인 운전을 위해 사전 교육도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현대차 연비가 과장됐다'는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달 내수차와 수출차의 충돌 실험을 통해 두 차의 안정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처럼 소비자 참여를 통해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때문에 고효율을 위해 잘 짜여진 코스가 아니라 고저차와 급하게 돌아나가는 헤어핀 구간을 갖춘 인제 스피디움을 선택했다. 효율에 불리한 코스를 통해 최대한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경기는 3.4㎞에 이르는 서킷 세 바퀴를 주행한 후 해당 차종의 복합효율과 트립상 기록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복합효율 대비 얼마나 상승했는 지를 경쟁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참가자에 연비왕 타이틀을 수여했다. 이런 방식은 전 차종을 통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서 효율은 물론 운전자의 드라이빙 기술도 겨룰 수 있다.
참석한 150팀은 하이브리드와 SUV, 승용1(가솔린 2,000㏄ 미만), 승용2(가솔린 2,000㏄ 이상), 7단 DCT와 MT 클래스 등 총 5개조로 구분됐다. 조별 예선과 준결승 및 결승을 통해 조별 1~3위, 통합 1~3위를 선발했다. 전체 1위엔 2015년식 벨로스터 1.6ℓ로 출전한 송하용 씨가 이름을 올렸다. ℓ당 18.9㎞의 효율을 달성해,기존 복합효율(12.3㎞/h) 대비 무려 153.7%의 신장율을 기록했다.
송 씨는 "차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만큼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벨로스터는 최대 효율을 뽑아낼 있는 구간이 1800rpm에서 시작한다. 이 구간을 유지하고, 변속기는 가장 고단인 7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평소 차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차의 성격을 이해하고 활용했던 것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올바른 운전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섬세한 악셀링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며 운전 습관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기존 연비왕 선발대회는 공도에서 치러졌는데 이번 대회는 서킷에서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감속과 가속을 해야되는 구간이 있었다. 따라서 효율을 측정하는 방식에 있어 변별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합 1-3위가 모두 가솔린 차종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DCT 장착 차종이 효율에서 단연 앞설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 2위는 14.0㎞/ℓ를 기록해 복합효율 대비 147.4% 늘어난 2015년형 아슬란 3.3ℓ, 3위는 12.9㎞/ℓ의 성적으로 146.6%의 상승율을 기록한 2015년형 제네시스 3.3ℓ가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형차 부문 예선에선 에쿠스 3.8ℓ가 ℓ당 11.4㎞의 효율로 140.7%의 상승율을 기록해 우승했다"며 "가솔린 대형세단은 효율에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이 빗나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운전 습관이 효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클래스 참가자 임 모씨는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따라서 일반 내연기관과 달리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는 습관은 차에 무리를 주고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회 시작 전에 하이브리드 주행에 대한 이론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날 우승자 시상식에 참가한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곽진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예선 경기에선 복합효율의 두 배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기록이 나왔다"며 "현대차 연비가 과장됐다는 소비장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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