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온 집중이 눈으로 향한다.
신비롭고 묘한 눈빛, 무언가 알고 있는 듯 보이다가 이내 모르는 척 피해버린다. 이따금씩 보이는 초점 없는 눈에는 세상 가장 큰 슬픔이 보인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순진무구해 보이다가도 어느샌가 이렇게까지 매혹적일 수 없다. 그렇게 ‘함정’ 속 민희는 제 감정을, 매력을 눈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최근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배우 지안은 순간의 순간의 감정에 솔직했고, 작은 감동을 큰 울림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함정’에서 지안은 외딴 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성철(마동석)을 돕는 묘령의 여인 민희 역을 맡았다. 후천성 화상으로 성대를 다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캐릭터 설정 탓에 영화 내내 대사 한 마디 없었지만, 지안은 특유의 묘한 눈빛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민희가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지안은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작품 속 민희처럼 목소리를 냈고, 중요한 일 외에는 문자 메시지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 영화 말미 울부짖는 장면 속 민희의 소리를 찾기 위해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지안은 “민희처럼 되려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다”고 입을 열었다.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실 제가 봤을 때 만족하지는 못 해요. 최대한 제가 아닌 민희의 모습으로 비쳐지길 바랐는데, 스크린 속에는 여전히 제가 보이더라고요. 제 열정이나 욕심만큼 잘 따라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스크린 속 민희는 충분히 매력적 이었다”고 건네자 이내 눈물이 그렁해진다. 그러더니 “제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민희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젓는다. 마치 작품 속 민희가 소연(김민경)과 준식(조한선)에게서 감동을 받는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구체적인 감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민희가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감정, 즉 민희의 순수한 면이 드러나는 찰나다.
“보통 식당에 오는 다른 커플 손님들은 민희를 구박하거나 욕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소연과 준식은 달랐어요. 민희를 무시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해준 거죠. 그 부분에서 민희는 소연과 준식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순간의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때마다 감독님에게 모두 물어봤고, 감독님께서 일일이 다 잡아주셨어요. ‘함정’이 분명 잔인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요. 하지만 감독님의 전작들을 통해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잡아주실 거라는 걸 믿었어요.”
지안은 동고동락한 동료 배우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촬영 마지막 날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정말 자주 만나서 민망할 정도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안은 권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며 “오디션 이후 감독님은 저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셨다. 제게 기회를 준 감독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데뷔 이후 첫 주연 작품인 만큼 ‘함정’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를 거란 예상과 달리 지안은 “제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대는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를 받았을 때 제 스스로 노력을 다했던 부분에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에 지적을 받거나 쓴 소리를 얻는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 어떤 부분이든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더 열심히 잘 하는 모습 보여드려야죠. 이렇게 관심 받는 자체가 저는 감사해요. 벌써 여덟 작품 정도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결정에 있어서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안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하고 물었다. ‘함정’서 민희의 모습을 통해 보여줬듯, 지안은 말했다. “연기는 삶이다”라고. 그에게 있어 어떤 작품 속 인물에 대해 연기로써 재해석하기보다 지안 스스로는 캐릭터화 시키는 것이었다.
“연기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흉내 내거나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돼 그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수많은 인물들을 다 살아보려면 힘은 들겠지만 제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나하나 인물들을 만들어가고, 소화해 낼 때 저는 크게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하나하나 지안이 만들어가는 많은 인물들 기대해 주세요.”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