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팀]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과 가수들이 명멸하는 가요 생태계에 또 하나의 신생 그룹이 하나 탄생했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비비스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니 생소하지 않은 두 여자가 있었다.
바로 가수 솔비와 인디밴드계에서 두터운 지명도를 가진 ‘피터팬 콤플렉스’의 드러머 김경인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에서 첫 앨범 'TRACE(흔적)'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기도 한 비비스. 전혀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두 가수가 합쳐진 이 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그들은 어떻게 서로 만나게 됐고 또 어떤 계기로 팀 결성을 결정했을까.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두 숙녀를 만나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저희는 지난해 말 즈음 창작집단 M.A.P Crew 에서 교류하며 인연을 맺었어요. M.A.P Crew는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죠. 이번 저희 프로젝트가 M.A.P Crew 의 첫 공식적인 음악 프로젝트에요.
▶ M.A.P crew 에는 어떤 분들이 있나요?
저희 크루는 미술, 영상, 패션,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모였어요. 저희 크루 안에서 모든걸 만들어 내죠. 일반적으로 기획사는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직접 음악, 영상 등을 만들고 화보 작업도 합니다. 또 스타일링과 전시 프로그램 기획, 제작 역시 저희 손을 거치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우리 안에서의 독창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저희의 가장 큰 특징이랄까요? (솔비) 대외적으로 4월에 냈던 싱글음반 ‘첫사랑’이 제 입봉작이에요. 뮤직비디오 보셨나요? (웃음)
▶ 솔비씨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출간하고, 심지어는 재작년에 어쿠스틱 음반도 출시했어요.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데 이번에는 여성 2인조 밴드로 또 놀라게 하네요? 이번에는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나요?
제가 참 도전하는걸 좋아해요.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그런 도전을 통해 무언가 목표를 잡고, 그것을 위해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요.
만약 결과물에만 집착했다면 그림도 음악도 새로운 것에 시도하지 못했을 거에요. 늘 시작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비비스 프로젝트 준비할 때도 새로운 시도라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렇게 또 결과물이 나왔잖아요. 하하. 바로 이런 게 짜릿한 거죠.
▶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켰어요. 조금 어려운 주제인 것 같은데, 부연설명 좀 해주세요.
(솔비) 제가 해왔던 음악과 지금 사랑하는 미술을 어떻게 하면 함께 녹여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그림을 시작한지 5년이 넘으면서 멋진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또 그것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접목하는 것을 생각해봤어요. 이번 주제는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죠. 준비하면서 몸도 많이 아프고, 부담도 많이 가긴 했지만 상상하던 것이 구현된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감사해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음악과 그림은 계속하지 않을까요?
▶ 두 분이 닮은 점이 많아요. 혼성그룹(솔비는 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 혼성밴드에 홍일점이에요. 이번 여성 2인조 팀이 본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일 텐데, 혼성그룹에는 없는 여성 그룹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솔비) 비즈니스를 떠나서 순수하게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너무 든든해요. 남자 멤버들한테 느끼는 든든함과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비밀 얘기도 할 수 있는? (웃음)
(김경인)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스타일링을 하거나 메이크업을 할 때 서로 봐주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겪어보니 저에겐 별거더라고요. (웃음) 재미있어요!
▶ 경인씨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요. 비비스 음반을 프로듀싱 하셨는데 음악이 대체적으로 몽환적이에요. 또 이번에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하면서 솔비씨의 새로운 보컬 매력을 이끌어냈다면서요. 가수가 아닌 음악 디렉터로써 비비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경인) ‘솔비 보컬의 재발견’이라…. 과찬이에요. 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솔비씨 목소리에 음악을 얹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그의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들릴까 집중했을 뿐이죠. 일부러 도드라지게 보컬을 살리거나 혹은 없애려 하지 않았어요.
프로듀싱도 처음이고 누군가와의 합작도 처음인데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은걸 배웠습니다. 제가 쓴 곡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더해진다는 사실은 저로서는 참 흥분되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답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비비스의 음악은 사실 유쾌하고 신나진 않아요.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일렉트로닉. 그리고 가을 타는 여자의 느낌이랄까?
좀 냉소적이고 몽환적이고 우울한 요소가 많아요. 하지만 또 그게 저희들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이더라고요. 그것을 억지로 바꾸기 싫어서 그대로 음반에 담았습니다. 그냥 느끼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쓴 곡들이에요.
▶ 수록곡 ‘공상’은 아까 거론했던 ‘미술과 음악의 조화’가 주제에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공상을 만들 땐 그냥 드럼치기 좋은 곡을 하나 쓰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어요. 가사가 잘 안 나와 애를 먹고 있는데 솔비씨가 가사를 순식간에 써왔고 어느 날 제가 ‘언니 공상에 액션페인팅을 해보자’라고 말을 했는데 순간 번쩍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솔비씨가 고생을 많이 했죠. 안무 연습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정말 열심히 준비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곡의 뒷부분에 과감히 변화를 주기 위해 편곡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부분이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이라고 생각돼 여러 차례 편곡을 했고 며칠밤을 새며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소현양의 끈적한 코러스와 배장은 교수님의 연주가 실린 것이 참 맘에 드네요.
▶ 타이틀 곡 ‘진한사이’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공상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다 묘하면서 새로워요. 영상 안에 해외 로케이션 작업도 있고. 이번 화보촬영은 파리와 런던에서 진행됐죠? 포토그래퍼도 해외작가랑 작업했다고 들었어요. 뮤직비디오와 화보 컨셉 설명해주세요.
진한사이는 음악이 밝지 않으니 영상을 좀 위트 있게 가보고 싶었어요. 재미있는 시나리오는 솔비의 아이디어에요. 현대판 신데렐라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누구나 현실을 도피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상상은 한번씩 하니까요. 사실 정말 간단한 이야기인데 저희 방식대로 풀어나간 거에요.
공상은 솔비의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을 뮤직비디오에 담았어요. 물감을 뿌리고 문지르고 바르고. 여러 가지 우연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미술작업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저는 무대에서 드럼을 연주했습니다. 참 멋진 시도였어요.
비비스의 전체적인 컨셉은 복고에요. 저희 나름대로는 ‘퓨처복고’라는 말도 쓰긴 하는데요. 하하. 퓨처복고란 2050년쯤에 보는 지금의 모습들이 주제에요. 정말 예스러운 것들을 똑같이 흉내내진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옛 것의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을 믹스매치해 의상이나 사진에 담아보려 했어요.
런던에서는 좋은 기회가 생겨 영국작가와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녀가 찍은 우리의 모습은 어떨지 참 궁금해요.
▶ 서로가 너무 다르게 살아왔잖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서로에게 느끼고 배운 게 있다면?
(솔비) 저는 음악적으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작사에 참여를 해봤지만 작곡에도 욕심을 가져보고 싶더라고요. 언니를 보면서 악기도 배워보고 싶었지만 우선 노래에 더 집중하기로 했고요. 히히. 그리고 언니는 애기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진짜 엄마처럼 묵직함이 참 좋은 거 같아요
(경인) 솔비씨의 강한 정신력. 그리고 추진력에 가장 놀랐습니다. 그리고 많이 배웠어요. 이 친구는 늘 이렇게 이야기해요. ‘누구나 아이디어는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요. 맞는 이야기에요. (솔비에게) 하지만 넌 100% 실천에 옮기는 애야!
▶ 마지막으로 비비스가 이루고 싶은 목표나 음악방향, 그리고 기존의 팬들도 있지만 앞으로 생기게 될 비비스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비스는 굉장히 색깔이 진한 팀이었으면 해요. 어떤 비디오를 봐도 어떤 음악을 들어도 ‘비비스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성공한 아티스트가 아닐까요?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해나가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해요.
아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크루 안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기에 여러 가지 실험적 시도를 담았는데,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어요. 두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살짝 신나기도 하고 그래요. 비비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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