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이름 석 자만으로도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 송강호가 bnt뉴스와 만났다. 그는 “어깨가 뻐근하다”며 느껴지는 영화 개봉의 무게를 언급하면서도 비교적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따뜻한 시선이 참 좋았어요. 또 사도이야기는 ‘드라마에서 많이 한 거 아닌가’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역사를 꾸미지 않고 자신 있게 펼쳐내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죠.”
이준익 감독과 20년간 한 번도 작품을 만나 본적이 없다던 그는 마찬가지로 그의 20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왕의 역할을 맡았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감독과, 첫 번째 왕의 역할인 영조를 선택한 데에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시나리오 덕이 컸다. 실제 송강호는 “영화의 90프로 이상 팩트다”며 ‘사도’의 진실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도’의 지향점이 최대한 팩트에 근거해서 하고자 한 거예요. 우리가 ‘왕은 저럴 것이다’하는 선입견이 있어요. 왕의 얼굴, 왕의 어투, 우리가 고정관념 속에 세뇌되고 있지는 않았나. 그래서 영화 속 약간은 가볍게 느껴지는 대사가 있더라도 사료를 보면 실제 대화에요. 어투나 어법을 감독님과 제가 부러 설정한 것도, 애드리브 또한 한마디도 없었죠.”
이어 그는 “영화를 본 후 이준익 감독의 내공이 다시 한 번 느껴지더라. 따뜻한 감성의 결도 살아있으면서 장르적인 힘이 많이 느껴졌다.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데 ‘사도’처럼 정통 사극이 주는 장르적 재미를 근래에 참 보기 힘들었다. 역사를 비꼬고 색칠한 게 아닌 객관적으로 끌고 가는 힘과 스토리가 반가웠다”고 영화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왕이 굉장히 화려할 것 같지만 사실 모든 신하들, 백성들 심지어 가족들도 바라만 볼 뿐이지 어떻게 위로하고 위안을 줄 수는 없잖아요. 또 자신의 연약함이 들키면 안 된다는 마음 때문에 표현도 잘 못하고 항상 강한 모습으로 인식되어야 하니까 얼마나 무거울까. 그런 외로움은 뭘까 고민하면서 ‘왕이라는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강호는 영조를 “외로움”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실존했던 인물이지만 보지를 못했기 때문에 오는 막연함 있다. 외모, 외형보다는 그분의 본질이나 느낌 같은 것들을 어떻게든 제 안으로 구체화 시켜 들어오게 하려했다”며 “많은 사료를 통해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꼼꼼히 공부를 하면서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고민한 마음을 내비쳤다.
“기본적으로 어떤 배우든, 어떤 작품을 하든 완벽하게 100프로 만족할 수는 없겠죠. 특히 자신의 연기가 제일 부족하게 보여요. 우리도 인간이기에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제가 후배들한테 부족한 게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요. 단지 스스로 나태해진다고 해야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인식과 긴장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해요. 저 또한 매 작품마다 부족한 지점에 대한 인식과 긴장을 유지하려 해요. 좋은 연기가 나오면 다행인거고, 그렇지 않으면 또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연구해야겠죠.”
송강호는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연기에 대해 평가했다. 그가 십여 년 전 펼쳤던 건달 연기들에서부터 지금의 자연스러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땀과 노력이 뒤따랐을 터.
“누구든 사고의 틀이 있어요. 예를 들면 ‘관상’을 할 때는 ‘송강호 사극은 처음 아니야? 어울리겠어?’라고, 이번에는 ‘송강호 왕하고는 좀 안어울리네’ 이런 얘기가 있었죠. 이게 잘못된 사고는 아닌데, 자연발생적인 틀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그 틀을 깨려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배우의 기본적인 덕목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물론 제가 20년간 여러 작품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들이 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했을 때 ‘어울리겠어?’하는 생각들이 왜 없겠느냐. 그러다보니 걱정하는 말씀들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거기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송강호는 그간 ‘괴물’ ‘설국열차’ ‘변호인’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한 고민과, 부족한 지점을 찾아가며 연구해왔다니,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매 작품마다 놀라움과 새로움을 안기는 송강호의 앞으로 펼칠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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