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폭스바겐 눈물샘 자극한 질소산화물

입력 2015-09-24 10:25   수정 2015-09-24 14:34


 폭스바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국에 수출된 디젤차의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며 무한 사과를 선언했다.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기업 이미지 손상을 회복하겠다며 신뢰 경영도 약속했다.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폭스바겐의 눈물샘을 자극한 배출가스는 '질소산화물(NOx)'이다. 질소산화물은 높은 온도에서 연료가 연소할 때 질소가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디젤엔진 자체가 고온에서 연료를 태우니 질소산화물의 발생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냥 놔둘 수도 없다. 질소산화물은 대기중에 섞여 산성비를 만들고, 산성비는 토양과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 생물의 발육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다. 올해부터 디젤엔진 배출가스 규제를 한 단계 강화시킨 유로6가 도입된 것도 엄밀히 보면 질소산화물 감축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동차에선 크게 두 가지가 활용된다. 먼저 타고 남은 연료가 배출가스로 바뀌어 엔진 밖으로 나오면 이를 모아 엔진 속으로 다시 넣어주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EGR(배출가스재순환장치) 방식이다. 엔진 안의 온도를 떨어뜨려 질소산화물의 생성을 억제한다. 두 번째는 '선택적환원촉매법(SCR)'이다. 질소산화물에 촉매를 넣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산소로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때 사용되는 촉매로 많이 쓰이는 게 요소 성분이다.

 그런데 폭스바겐 배출가스 논란은 질소산화물이 기준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는 게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검사할 때는 기준을 통과하도록 하고, 일반 운행 때는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도록 방치했다는 게 미국 환경보호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이 스티어링 각도, 속도, 엔진 가동 시간, 대기압력 등을 체크해 배출가스 시험모드 여부를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왜 그랬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비용'과 '효율' 때문이다. 질소산화물을 줄이려면 추가적인 여러 장치가 탑재돼야 하는데, 이 경우 차 값이 오르게 된다. 소프트웨어 조작이 주로 가격에 민감한 소형차에 집중된 배경이다. 게다가 저감장치의 기능을 끄면 배기저항이 줄어 효율도 오르게 된다. 결국 저비용과 고효율에 대한 욕심이 엄청난 부메랑이 돼 폭스바겐의 눈물을 자아낸 셈이다.

 사실 자동차회사는 늘 저비용과 고효율의 유혹을 받는다. 저비용은 이익과 직결하고, 효율은 제품 경쟁력이어서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효율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고효율'은 언제나 달성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와 연소율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폭스바겐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보다 세 배나 까다로운 미국의 디젤 배출가스 규정을 맞추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에게는 고효율의 이익을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매연은 줄였지만 질소산화물 감축에는 눈을 감아버렸다. 고효율로 소비자를 유혹만 하면 될 뿐 배출되는 가스는 관심 밖으로 밀어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의 폭스바겐 사태는 기업의 윤리 외에 배출가스를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인류의 노력에 찬물을 부은 것과 같다. 기업의 도덕성 문제라는 얘기다.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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