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진세연 “정일우 오빠와 함께 ‘고품격 짝사랑’으로 중국 진출합니다”

입력 2015-10-19 14:00   수정 2015-10-19 14:28


[위효선 기자] 진세연은 과도기에 있다.

어리다고 하기엔 철이 든 것 같고 성숙하다고 하기엔 풋풋한 분위기가 풍긴다. 딱 그 나이에만 나올 수 있는 이중적인 매력이랄까. 포토그래퍼의 주문에 능수능란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다가도 잠깐의 쉬는 틈에는 연신 해맑은 미소를 얼굴에 담는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베어 무는 모습이 귀엽다고 느끼는 순간 주어진 질문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배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고민은 찰나가 아니었다. 현재 진행형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녀의 뒷모습

진세연은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모니터에 비친 그의 얼굴에 음영이 짙게 드리웠다. 함께 동행한 매니저도,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스태프들도 몰라보게 핼쑥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도 모니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작품을 쉬는 동안 많이 먹는 편이라 살이 좀 붙은 것 같아서 집에서 운동을 좀 했어요. 방방이 아세요? 트램펄린.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집에 그걸 사다 놨어요. 하루 종일 뛰고 있으니까 볼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 강력추천!”

진세연은 여전히 해맑다.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그의 얼굴엔 마냥 소녀다운 캐릭터만 담겼던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를 사는 비운의 여자도 있었고 프로 전문의도 있었으며 당찬 여경을 소화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시대극이에요. 하면 할수록 매력이 넘치는 장르죠. 현대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사극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시대가 주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의상과 말투도 아주 독특해요”

진세연은 KBS ‘각시탈’과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으로 시대극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당차게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특히 그에게 ‘각시탈’의 의미는 남다르다. 배우들 사이에서 어려운 장르로 꼽히는 시대극으로 주연배우의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각시탈’은 생각이 가장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미니시리즈 첫 주연 작품이었고 처음 도전하는 장르이기도 했고요. 힘들기도 했지만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고 연기적으로도 얻은 것이 정말 많았어요. 아직도 저를 ‘목단이’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진세연은 이어 SBS ‘다섯손가락’에서 피아노가 운명인 소녀 홍다미 역을 맡았다. 캐스팅 단계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논란은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사그라 들었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악기 연기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 신을 촬영할 때 팁이 있다면 오버 연기를 조금 보태기. 그래야 화면으로 봤을 때는 더 자연스러워요. 전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았는데 주지훈 선배님과 지창욱 선배님은 워낙 베테랑이신 분들이라 피아노 연주 신을 연기력으로 모두 커버하셨어요”


◆진세연의 순간

진세연은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 그간의 시간을 설명하며 그는 ‘배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반복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에도 뛰어들어 열심히 연습했다. 활동하는 시간 동안 공백은 찾기 힘들 만큼 연달아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연극 ‘클로저’ 출연은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일단 이윤지 언니와 더블 캐스팅이라는 점이 좋았고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강렬한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어서 선택했어요. 또, 무대가 가지는 현장성의 매력을 배웠어요.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서 오는 관객들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직접적인 피드백이 연기에 대한 욕심을 더욱 생기게 하는 것 같아요”

‘감격시대’가 끝나고 한달 남짓이 흘러 진세연은 SBS ‘닥터 이방인’에 참여했다. 한류스타 박해진과 이종석, 강소라와 함께 이 드라마에 진세연은 주연 배우로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대 후반으로 설정된 극 중 나이는 진세연에게 보다 성숙한 연기력을 꾀했다. 마취과 전문의라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닥터이방인’ 첫 촬영이 기억이 나요. 가운이 너무 어색해서 하루 종일 입고 있었죠. 저는 어리고 배우는 입장의 학생인데 이미 베테랑인 마취과 전문의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어요. 사실적인 연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2015년 진세연은 영화 ‘위험한 상견례2’로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을 알렸다. 발랄하지만 여성스럽고 단아한 역할을 많이 맡아온 그가 코믹 영화에 참여한 사실은 개봉 전부터 화제에 올랐다. 전작이 약 250만명을 동원해 흥행을 한 터.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웃긴 연기를 하기 보다 다른 분들의 연기에 잘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함께 주연을 맡은 홍종현 오빠도 촬영장에서는 몰랐는데 영화관에서 보니 많이 망가졌더라고요. 전작의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전작 덕분에 저희 영화도 보러 와주시지 않을까 기대했죠”


◆’믿보진’, 믿고 보는 진세연

5년차 배우 진세연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가 훨씬 많이 남았음을 이야기하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5년 전보다 연기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배우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배워나가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후회 없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한결 같은 모습으로 배우의 길을 달려온 그.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그가 5년의 시간동안 다른 길로 벗어나지 않고 배우의 자부심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그가 닮고 싶어하는 정석의 배우들에 대해 물었다.

“하지원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하지원 선배님의 감정 연기에 담긴 진심은 화면 밖으로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의 에피소드는 사실 현실에서는 잘 겪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해보지 않은 감정들을 완벽하게 내보이는 모습을 볼 때 감탄하게 돼요”

쉬지않고 작품을 해온 그가 영화 ‘위험한 상견례2’ 이후로 잠시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차기작에 대한 신중한 준비이면서 더 좋은 연기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에 본 영화 ‘암살’은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영화계에 여자 배우를 내세운 영화가 별로 없거든요. 진지하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암살’을 감명 깊게 봤어요. 제가 다른 작품에서 밝은 캐릭터를 많이 해서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거든요”


한국 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워낙 활발한 요즘, 진세연은 정일우와 함께 한중 합작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을 촬영했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치고 함께 찍은 인증샷이 화제에 오르기도. 두 배우는 실제 커플처럼 다정한 케미를 자랑했다.

“시나리오 자체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촬영을 하면서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어요. 촬영도 즐거웠고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물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봐주신다면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세연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당찬 여배우다. 지나온 5년의 시간이 그것을 증명했다. 진세연은 ‘믿고 보는 배우’라 불리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밖에 못 드린다는 겸손한 여배우에게 말로 설명하는 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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