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놈이다’ 주원, 변화가 필요했던 지금

입력 2015-10-27 18:00   수정 2015-10-27 18:01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맑게 웃는 순진무구한 웃음 뒤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비장함이 돋보인다. 드라마 ‘용팔이’로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해낸 배우 주원이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를 통해 스크린에 제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그놈이다’에서 여동생을 살해한 그놈을 잡는 일에 사활을 건 오빠 장우 역을 맡아 스릴러의 맞춤옷을 입은 주원을 만나 영화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원에게 첫 무대는 브라운관도 스크린도 아닌 뮤지컬 ‘알타보이즈’(2007)다. 이어 다수의 공연들 역시 흥행에 성공시키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그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로 대중들 앞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각시탈’ ‘7급 공무원’ ‘굿닥터’, 그리고 ‘용팔이’까지 두 말할 것 없는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독 스크린에서는 그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 아쉬움을 달래듯 주원이 달라졌다.

“변화를 많이 주고 싶었습니다. 29살이 됐을 때 관객들에게 보여드리지 않았던 걸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이 컸어요. 작품의 스타일도 이런 느낌의 스릴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죠. 하지만 더 좋았던 점은 제 스스로 180도 바뀔 필요가 없더라고요. 기존의 청년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제가 장우의 옷을 입었을 때 관객들이 더 응원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원은 ‘그놈이다’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분출했다. 꿈보다 소중했던 여동생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현실에 맞닥트린 한 남자의 감정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범인을 알게 되는 신에서 ‘날 놓고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제동을 걸어보지 말자.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촬영하다가 갑자기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일 수만 있으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발버둥을 쳤는데 실제 건물에 있는 경찰서 세트였고 실제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 수갑이 풀리고 철창이 뜯겼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초인적인 힘이 나왔나 싶었죠.”

“그 느낌이 이상했어요. 장우로선지 저로서 인지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게 터졌던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컷이 났는데도 감정이 안돌아오더라고요. 구석에서 40분정도 울었어요. 그때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스태프 분들도 (유)해진 형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셔서 믿고 할 수 있었어요.”


주원은 극중 격투신과 달리는 신이 주를 이뤘다. 더불어 감정을 넣어 호흡해야 되는 이중 액션에 고생도 많이 했다. 특히 머리가 찢어지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가장 중심으로 뒀던 감정은 의심과 집착이에요. 가장 힘들었던 게 동생이 죽은 감정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슬픔이 너무 도드라져서도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감정은 갖고 있되 범인을 잡는데 더 집중해서 감정선을 조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액션은 유난히 감정이 많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주먹을 찌르고 피하는 게 아니라 힘 조절이 잘 안 돼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유난히 위험했어요. 밤 촬영에서 재개발구역을 달려갈 때는 계단도 좁고 다칠 위험도 있었고 밧줄을 목에 감는 신에서도 실제 밧줄이라 위험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 번은 얼음을 어깨로 밀고 달려가는 신이었는데 카메라 감독님이 컷을 하셨고 전 계속 달려가다 부딪혔어요.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머리에서 피가 흘러 내리 더라고요.”

주원은 ‘그놈이다’에서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오랜 선배 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명실상부 역할을 가리지 않는 명품 연기의 대가 유해진과의 조합에 기대는 더욱 배가됐다. 주원은 선배로서 그리고 형으로서 유해진에게 감사함과 함께 존경심을 드러냈다.

“감사한 마음은 물론이고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 작품을 같이 하면서 연기적으로 존경스러운 선배, 사적으로는 믿음직한 형이 된 것 같아요. 언젠간 만날 수 있었겠지만 지금 만나서 너무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진이 형이 갖고 있는 연기적인 힘이 제게 믿음과 힘을 실어줬습니다.”


주원은 ‘그놈이다’를 통해 ‘내가 바로 주원이다’를 아낌없이 외쳤다. 변화가 필요했던 20대의 마지막에 선 지금, 주원은 먼발치를 바라보며 멈출 새 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또 다른 갈림길에 다다른 그의 뒷모습이 든든한 이유다.

“30대 배우가 되는 시점과 선배님들이 갖고 있는 모습들을 봤을 때 ‘그놈이다’같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올해 유독 많이 들었습니다. ‘용팔이’를 선택했던 것도 그 이유였고요. 쉼없이 왔지만 내년 말에 계획한 군입대를 비롯해 늘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대중의 관심을 먹고 자라다가 그렇지 않게 된다고 해도 이겨내야 되는 게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최근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인턴’을 보면서 오랜만에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로버트 드 니로처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의 연기는 늘 훌륭하지만 살짝 미소 한 번, 손짓 한 번에 감동과 행복이 느껴지잖아요. 그렇게 연기하고 싶고, 나이 들고 싶고, 따뜻함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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