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기자] 배우 유다인은 하얀 도화지 같다. 실제 메이크업을 즐겨하지 않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말간 얼굴도 그렇고 어느 작품에서 어떤 색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력이 그를 깨끗한 종이처럼 느끼게 한다.
한 커피광고로 얼굴을 알린 그는 믿기지 않겠지만 어느덧 데뷔 10년차가 되었다. 드라마,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와 관객을 매료시켰던 그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으로 bnt뉴스 카메라 앞에 섰다.
한 순간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소녀로 부드러운 매력의 여성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평소하지 않던 글래머스한 웨이브 헤어와 짙은 화장은 그를 여인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유다인이 온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성숙된 매력을 뽐냈다.
익숙지 않은 화보 촬영이라 어색해하면서도 그는 스태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을 다했다. 10년차 배우답게 카메라 너머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깊고 곧았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간결하고 곧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러줬다.
Q. 오늘 화보촬영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화보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해봐도 뷰티화보여서 패션화보 촬영이 굉장히 어색했다. 하지만 또 그 어색함 속에 재미가 있더라.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니깐. 메이크업도 평소엔 내추럴하게 하는데 진하게 하니 색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재미있었다.
Q.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내추럴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별히 그런 모습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지
우선 그게 나에게 잘 어울린다. 영화 촬영 때는 메이크업을 거의 안하려고 한다. 메이크업을 많이 하면 표정을 가리는 느낌이다.
Q.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욕구는 없나
예전에는 ‘여성여성’한 것이 안 어울렸다. 그런데 나이도 들었고 오늘 촬영해보니 그런 게 어울리는 것 같다. 캐릭터도 여성스럽고 섹시한 느낌이 드는 게 요즘 좋더라. 말간 섹시한 느낌(웃음).
Q. 그렇다면 그런 역을 맡은 모습을 곧 볼 수 있을까
하고 싶다. 그런데 최근에 많은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그런 역이 없더라. 특히 여자 캐릭터는 대부분 장치적인 역할이라 아쉽다.
Q. 2005년에 데뷔해서 벌써 데뷔 10년차다. 그동안의 연기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
1년 동안 쉬고 ‘혜화,동’이라는 작품을 만났었다. 그 작품은 처음으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하고 싶은 캐릭터였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이거 내가 해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표현 방식도 그랬고.
Q. 그렇다면 가장 힘들었던 일이나 슬럼프는
슬럼프는 계속 온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계속 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있다.
Q. 그런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나
그러다가도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건 해야 해” 이런 생각이 든다.
Q. 연기의 길에는 어떻게 들어서게 됐나
고등학교 때 길에서 명함 같은 걸 많이 나눠줬다. 그 당시 “내가 뭘 해야 하지”,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할 때다. “그럼 이걸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접어들게 되었다.
Q. 부모님은 별 말씀 없으셨나
시작할 때는 아무 말씀 없었다. 그런데 대학 때 아버지가 내가 하는 연극을 보러오셨는데 되게 흐뭇하고 뿌듯하게 ‘잘했어’ 이런 느낌으로 웃으시더라. 그때 내 연기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잘했다거나 좋았다 하는 칭찬을 해주신 적이 없다.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신 게 처음이었다. “나도 무언가를 해서 부모님께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에는 참 컸다.
Q. 조금 지난 일이지만 ‘용의자’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역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님께 내가 느끼기에 이러한 점이 아쉽다고 말씀드렸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감독님이 일주일 후에 달라진 수정고를 보내주셨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역할이 달라지고 커진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Q. ‘용의자’ 속 드라이빙 액션이 화제였는데
처음이었기에 아무 정보나 경험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후진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도 대역 없이 했다. 나중에 들으니 위험했다고 그러더라. 하지만 언제 그런 연기를 해보겠나. 내가 조금 무딘 편이다(웃음).
Q. 공유, 유연석 등 멋진 상대역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 배우는 누구인가
유연석이랑 연우진. 연석이는 나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혜화,동’ 속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면서 뱉어내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 찍을 때 30~40 테이크는 간 것 같다. 나를 먼저 찍었는데 연석이가 “내가 어떡하면 너에게 도움이 될까”하면서 그 친구가 나오는 장면이 아닌데도 앞에서 울고 있었다. 되게 고마웠다.
그리고 ‘보통의 연애’에서 만난 연우진씨는 집중력이 좋고 서로 캐릭터와 잘 맞았다. 생각해보면 가장 집중력이 좋았던 작품이다.
Q.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올레’ 속 다인씨는 어떤 역을 맡았나
마흔, 불혹을 앞둔 세 남자가 각자 위기에 처했다. 친구의 장례식인 제주도를 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몇 개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는 밝고 건강한 역을 맡았다. 하균 선배와 약간 썸을 타는 캐릭터다.
Q. 함께 출연하는 세 남자는 촬영장에서 어떤가
신하균 선배는 과묵하다. 드러내놓고 조언을 하거나 챙겨주는 편은 아니지만 배려를 많이 해준다. 박휘순 선배는 ‘의뢰인’, ‘용의자’, 이번 작품까지 세 작품 째다. 나를 가장 많이 아는 선배이기도 하고 잘 챙겨주셨다. 오만석 선배는 출연진 회식을 많이 시켜주셨다.
Q. 혹시 연기에 있어 롤모델이 있는지
최근 전도연 선배님이 너무 좋아졌다. 특히 ‘무뢰한’이라는 영화를 선배님이 맡은 역에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중간에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이 너무 좋더라. 세월이 갈수록 더욱 예뻐지시는데 그게 힘들고 어렵지 않느냐.
Q.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론가와 관객 사이에서 수작으로 불리는 영화 ‘혜화,동’. 아직 보지 못한 독자에게 영화 소개를 해주자면
‘혜화,동’이라는 영화는 우선 내 취향이다. 설명적이지 않고 가만히 주인공을 따라가게 돼서 어느 순간 빠져서 보게 되는 영화다. 어떠한 설명이나 표현보다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다.
Q. 피부가 너무 좋다. 어떻게 관리하나
일주일에 한 번 피부과 다닌다. 그리고 수분크림을 많이, 자주 바른다. 특히 건조한 요즘 같은 때에는 더 꼼꼼하게 바르는 편이다. 아침저녁 다른 화장품을 사용한다. 아침에는 조금 가볍게 저녁에는 진정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바른다. 화장은 거의 안한다.
Q. 앞으로 연기 활동에 대해 귀띔을 하자면
사실 어떤 연기자, 어떤 작품으로 찾아 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되기 어렵지 않느냐. 나이에 맞게 주어진 일을 잘 하고 싶다. 지금은 연기할만한 작품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Q. 예능 쪽은 어떤가
예전에는 “절대 못 해” 생각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그런데 요즘은 리얼 예능에 출연하면 재밌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한다. 많이 변했다.
Q. 20대와 30대의 차이인건가
그런 것 같다. 30대에 접어들면서 편해졌다. 예전에는 나 스스로 묶어두는 제약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SNS을 통해 사람들이 ‘빨리 좋은 작품으로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제발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얼른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찾아서 연기하고 싶다.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역인데 그 쪽에서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오디션을 통해서라도 꼭 출연하고 싶다.
기획 진행: 이유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원석
의상: 레미떼, 츄, 주줌
주얼리: 미드나잇잉크
안경: 록옵티컬
슈즈: 아키클래식, 데일라잇뉴욕
헤어: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 웨스트점 효영 실장
메이크업: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청담 웨스트점 진애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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