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한 시대의 혼을 담을 때나 수많은 곡에 영감을 줄 때 그건 자동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포드 머스탱(Mustang)은 야생마라는 의미다. 지난 1964년 처음으로 선보인 후 지금까지 50여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대 이상 판매된 포드의 주력 스포츠카다. 남성미가 강조된 근육질의 몸매에 뛰어난 주행성능이 장점이다.
머스탱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쉘비 코브라((Shelby Cobra)'와도 무관치 않다. 머스탱을 기반으로 고성능 버전으로 제작된 쉘비 코브라는 1960년대 당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애칭을 얻은 드라이버 캐롤 쉘비(Carroll Shelby)가 직접 만든 스포츠카 브랜드이기도 하다. 쉘비 는 3년 전 2012년 5월10일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는데, 지금까지 미국에선 자동차 역사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그가 만든 야생마 모습의 머스탱 엠블럼은 미국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머스탱이 머슬카(Muscle Car)의 대명사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1세대부터 이어온 '롱 노즈 숏 데크(Long nose short deck)'는 머스탱 디자인의 뿌리가 아닐 수 없다. 2015년형 또한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힘이 넘치는 볼륨감과 날카로움이 강조된 라인인데, 머스탱만이 지니고 있는 카리스마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운전석 앞의 큼지막한 아날로그형 계기판이다. 머스탱 디자이너들은 계기판을 비롯해 인테리어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녹이고자 더블 브로우(좌우 대칭 대시보드) 테마를 갖춰야 했고, 항상 더 효율적인 무언가를 찾았다. 그러던 중 비행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전투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미 태생의 야생마 머스탱 역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머스탱의 기원은 16세기 정복자들이 신세계를 개척할 때 이 지역에 유입된 말에서 탄생했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멕시코에서 현재의 텍사스주까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디언 부족들은 처음으로 말을 접하게 됐다. 인디언들은 정착민들의 말을 잡으면 무조건 식용으로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는 법과 말 타는 방법, 조련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17세기 후반 인디언 부족들이 스페인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말을 타고 개척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인디언 부족 간 말을 거래하거나 갈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인디언들과 스페인 사람들 간 전투가 잦아지면서 말을 분실하게 되고, 결국 이 말들은 '야생'으로 돌아가게 됐다. 때로는 다쳐서 발을 절거나 지친 말들을 나중에 돌보려고 방치해 두었다가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방목장에 가두어 키우던 가정용 말도 떠돌아다니면서 점차 야생 말처럼 대초원 지대의 번영시대를 열게 됐다. 심지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초원을 누비는 '야생마'들은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그 숫자가 2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야생마였던 머스탱이 알려지게 된 것은 서부개척 시대다. 수 많은 말들이 사살되거나 다른 종들과 교배되기 시작했고, 보어전투(Boer War)에서 군대를 재정비하는 데에도 말들이 많이 사용됐다. 20세기 들어 식용이나 애완동물 사료로 머스탱이 사용됐을 정도로 잡종이라는 이유로 핍박 아닌 핍박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제주도의 한라마 처지와 비슷하다 하겠다(한라마:더러브레드와 제주마 교배로 산출된 말(馬)로 지구력과 스피드, 인내심 등을 골고루 갖춰 한국형 승용마로서 주목받지만 혈통등록이 안됐다는 이유로 잡종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랬던 머스탱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1971년이다. 미국 의회가 대중들의 성원으로 머스탱(야생마) 보호법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머스탱은 서부의 역사적이고 개척자적인 정신의 상징으로 앞으로도 미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당시 결의안 내용이다. 이 결의안은 현대 사회에서 머스탱이 가진 가치를 적절히 표현했고, 이미 무차별적인 도살로 개체수가 줄어들던 머스탱은 단숨에 보호돼야 할 존재로 바뀌었다. 야생마 보호법 덕분에 말 보호구역이 생겨났고, 머스탱에 대한 활용도 또한 다양해졌다.
그 결과 머스탱은 미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馬)이 됐으며 승마용, 경주용, 소몰이용, 지구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길들여진(순치) 머스탱은 승마용에 최적화된 품종으로, 타고난 강인함 때문에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대부부의 승마 종목에서 다재다능하게 활용되고 있다.
5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어느덧 포드의 심장이자 영혼인 된 머슬카 '머스탱', 그리고 미국 역사와 함께 흑역사를 써내려가면서 한때 멸종 위기까지 몰렸던 야생마 '머스탱'을 처음 접하고 탔을 때 가슴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유'가 아닐까 한다. 포드 머스탱은 그래서 자유로움의 상징이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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