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내비게이션, 김기사와 T맵은 '왜 싸우나?'

입력 2015-11-04 08:10   수정 2015-11-09 08:28


 이른바 휴대폰 사용자에게 '손 안의 내비게이션'을 표방해온 김기사와 T맵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T맵을 제공하는 SK플래닛이 '김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록앤롤을 대상으로 지도 무단 도용 소송을 제기한 것. 

 4일 양사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지난 2011년 록앤올에게 전자지도 T맵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4년 동안 지도를 공급했다. 내비게이션은 지도가 정확할수록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록앤롤은 T맵의 정확성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SK가 계약 만료에 따라 지도 공급을 중단했고, 록앤롤도 새로운 지도 DB를 마련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SK플래닛이 계약 만료 후에도 록앤올이 T맵 DB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판단, 지난 2일 T맵 전자지도 DB 사용 중단 및 5억원 손해 배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SK플래닛은 록앤롤이 지도 DB 교체를 위해 필요한 1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록앤올이 현재까지 T맵 지도를 무단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록앤올이 실제 SK의 T맵 지도 정보의 무단 사용 여부다. SK플래닛은 그 근거로 지도상의 워터마크와 지명의 오기를 들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T맵은 지형 형태를 일반인이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일부 변형하거나 특정 지명을 일부러 잘못 표기해 무단 복제 여부를 판단해왔다. 그런데 해당 요소들이 김기사 앱에 사용된 지도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는 게 SK플래닛의 설명이다.

 반면 록앤올은 T맵과 다른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종료 이후 지도를 독자개발 해왔으며 지난 7월부터 새 지도를 채택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박종환 대표는 이와 관련, 3일 기자간담회에서 "T맵 전자지도 무단 사용은 사실이 아니며 지식재산권 침해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K플래닛이 증거로 제시한 워터마크와 오기에 대해선 "화면 분석 시점이 계약 종료 이전일 수 있으며, 지명 오기는 공개 지도 서비스를 참고하며 발생한 오류가 만든 우연"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SK플래닛은 "지명 오타는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며 "타사 DB를 참고했다는 주장 역시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양측의 갈등은 현재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싸움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정보 속 오류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진 만큼 사실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SK플래닛이 록앤올의 전자지도 DB 무단 사용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전자지도 DB의 경우 객관적인 지형 정보를 담아내기 때문에 여부를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SK플래닛이 소송 카드를 꺼내자 록앤올은 SK플래닛의 영업 행위를 문제 삼았다. T맵 체제로 김기사를 운영하는 동안 SK플래닛이 전자지도 DB 사용 비용을 계약 초기보다 4배 가까이 올렸다는 것. 또 김기사 이용자가 늘면서 M&A 제안과 핵심 기술 제공까지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 요청이 대기업의 횡포로 왜곡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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