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국내에서 다섯 번째 공연을 가진다. 그간 탄탄한 원작과 음악, 그를 뒷받침하는 실력파 배우들로 호평을 받았던 ‘벽을 뚫는 남자’가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차별점을 보였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월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제작발표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가 임철형, 음악감독 변희석을 포함해 배우 이지훈, 유연석, 고창석, 조재윤, 가수 배다해, 문진아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벽을 뚫는 남자’는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연출가 임철형은 “‘벽을 뚫는 남자’는 평범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벽을 뚫게 되는 동화 같은 내용이다. 어느 날 소통이라는 벽을 만나 자기 안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반응하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게 된다. 그 안에서 현실적인 인물들을 지켜보게 되는 아름다운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벽을 뚫는 남자’는 ‘쉘부르의 우산’ ‘007 시리즈’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을 작곡한 영화 음악가 미셸 르그랑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국내에서 보다 효과적인 뮤지컬을 선보여야 될 숙제를 가진 변희재는 “유연석과 이지훈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것은 10년 전 관객들과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기대감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전의 듀티율은 보다 연기적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대가 있는 사람을 뽑았다면 이번에는 젊고 매력적인 배우를 뽑아 뮤지컬의 분위기를 전환시켜보고 싶었다”며 ‘벽을 뚫는 남자’의 변화를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초연 이후 2007년, 2012년, 2013년 등 꾸준히 공연을 이어갔다. 또한 배우 박상원, 남경주, 엄기준, 임창정, 이종혁, 조정석, 마이클리, 김동완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유연석은 “근래 들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지만, 공부를 배우던 시절부터 공연을 배우고 무대에 오르던 그때가 너무 그리웠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한 번 다시 무대에 서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요즘 작품을 통해 계속 일을 하다가 드디어 올해 연말에는 쉴 수 있는 짬이 났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통해 ‘공연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통보 형식으로 말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2, 3일 뒤에 ‘벽을 뚫는 남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 이건 운명이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고 너무 어렵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연습하는 걸 제가 바래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너무 기쁘고 설렌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유연석과 함께 주인공 듀티율 역을 맡은 이지훈은 어느덧 10년 차 뮤지컬 배우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지훈은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듀티율에 애를 먹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전작들에 비해 ‘벽을 뚫는 남자’가 색깔이 차별화되고 전혀 다른 방향을 가졌고, 제가 해보지 못했던 장르의 뮤지컬이기에 선택하게 됐다”며 “캐스팅되기 전 ‘벽을 뚫는 남자’를 보고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자베스’가 끝나고 쉬어가자는 마음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는데 정말 이 선택이 잘못됐다고 싶을 정도로 어렵다. 관객 입장에서는 편하게 볼 수 있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어떤 작품들보다 디테일함이 살아 있다.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감독과 연출자와 만나 상의를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아직도 저는 멀었고, 굉장히 많이 배워야 하는 걸 느꼈다”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벽을 뚫는 남자’는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가는 성스루(Sung-through) 스타일의 뮤지컬로, 49곡의 유려한 노래 속 각 배역에 맞는 솔로곡이 작품을 더욱 촘촘하면서도 밀도 높은 웰메이드 공연을 선보인다.
임철형은 “무대나 의상의 큰 변화는 없지만 음악적 부분에서 변화를 많이 가졌다. 듀티율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찾아가는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는 소심하고 연악하고 사람 앞에서도 수줍어하는,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었다면 지금의 듀티율은 본인이 가진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거라 본다. 지금의 듀티율은 요즘의 히어로물처럼 자신의 능력을 어디에 쓰고 본인이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대한 선택도 노선을 잡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듀티율의 변화는 기준의 ‘벽을 뚫는 남자’와 많이 다르게 음악적인 부분에서 나타난다”고 답했다.
한편 ‘벽을 뚫는 남자’는 21일 서울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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