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대차의 프리미엄 선택은 필수였나

입력 2015-11-09 08:39   수정 2015-11-10 20:34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GENESIS)'를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로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를 포함해 2020년까지 SUV 등 4종의 신차를 추가할 예정이다. 새로 투입될 제품은 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SUV, 스포츠 쿠페, 중형 럭셔리 SUV다. 중형 럭셔리 세단의 경우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2017년 하반기에 내놓게 된다. 아울러 조기 시장 안착을 위해 고성능, 친환경 등 파생 제품 투입도 고려한다.






 사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도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중 브랜드로 고급차 시장을 두드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해서다. 게다가 포화 시장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의 성장세가 가파른 점도 도입 배경으로 꼽힌다.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대중 브랜드보다 고급 브랜드의 성장률이 더 높다"며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려면 별도 고급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고급 브랜드의 성장세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브랜드별로 자동차를 분류할 때 4가지 항목이 사용된다. 먼저 '슈퍼 프리미엄'이다. 애스턴 마틴,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같은 브랜드가 포함된다. 그 아래는 '프리미엄'이 자리한다. 흔히 말하는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렉서스, 링컨, 재규어, 랜드로버, 아큐라, 인피니티 등이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양산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세 번째는 '서브 프리미엄(Sub-Premium)'으로 폭스바겐, 포드, 닛산, 르노, 쉐보레, 현대차 등이 포진해 있다. 서브 프리미엄은 공통적으로 가격 대비 제품력이 높은 게 특징이다. 네 번째로 분류하는 것은 '이코노미(Economy)'로서 가격에 매우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해 생산된 저가차가 해당된다. 주로 신흥 시장 중심의 가파른 성장이 특징이다. 다치아, 라다, 마루티, 타타, 둥펑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점은 현재 포화 및 신흥 시장 모두에서 2020년경 가장 많이 판매될 차종은 프리미엄과 서브 프리미엄이 꼽힌다. 오토모티브리포트에 따르면 판매 증가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 포화 시장은 프리미엄의 성장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2020년 시장 점유율이 15.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신흥 시장에선 여전히 이코노미 브랜드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며 점유율이 22.8%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포화 시장에서 2013~2020년 자동차 등급별 판매 비중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브 프리미엄은 점유율이 2013년 85.9%에서 2020년 84%로 낮아지는 반면 프리미엄은 13.2%에서 15.0%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이코노미는 0.8%에서 0.9%로 늘고, 슈퍼 프리미엄의 변화는 거의 없다. 또한 같은 기간 신흥 시장은 서브 프리미엄의 비중이 75.5%에서 71.7%로 감소하는 대신 이코노미 비중이 20.0%에서 22.8%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마디로 포화 시장은 프리미엄, 신흥 시장은 이코노미의 성장이 주목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전략은 포화 시장을 겨냥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코노미 시장의 저가 공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프리미엄 진출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브 프리미엄 시장 내 나름의 성공도 프리미엄의 필요성을 가중시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마디로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던 셈이다.

 물론 프리미엄 도입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토요타가 렉서스를 투입할 때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렉서스를 런칭하며 일절 '토요타'를 배제했다. 그 결과 렉서스가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정도다. 이후 렉서스가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 후 자연스럽게 토요타의 프리미엄 제품이란 점이 알려졌지만 이미 렉서스의 확고한 브랜드가 자리 잡은 후여서 별 다른 영향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제네시스 전략은 조금 다르다. 이미 제네시스가 현대차에서 파생된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브 프리미엄의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적중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현대차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정한 것은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는 서브 프리미엄에서 선전토록 하고,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에 진출시켜 오히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차원이다. 그래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도 "고급차 수요 증가율이 대중적인 차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것을 우리가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양웅철 부회장은 "신기술을 고급차에 먼저 적용하고 입증이 되면 일반 차에 탑재하듯 모든 현대차들이 기술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윈-윈(Win-Win)' 효과를 언급한 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건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제네시스를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이느냐가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제네시스와 BMW, 렉서스 등을 동급으로 여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러자면 제품 외에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정의선 부회장은 "진정성 있는, 와 닿는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부회장이 말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 제네시스에 어떻게 투영될지 궁금하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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