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은 영리했다

입력 2015-11-09 17:21  


[bnt뉴스 김희경 기자] 우민호 감독은 원작자도 완성하지 못한 미작을 패기 넘치게 스크린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그 용감한 도전의 결말은 대중들에게 시원한 박수갈채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내부자들’은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와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장하고 싶은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그리고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와 재벌의 설계자 이강희(백윤식)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담은 영화다.

범죄 드라마 ‘내부자들’, 킬링타임의 벽을 넘다

대한민국은 현재 범죄 드라마라는 장르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치열한 액션과 뒷 세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사회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선악의 팽팽한 기 싸움은 여전히 뜨거운 소재지만, 이제 관객들은 영화의 클리셰를 파악해 99%의 만족도보단 1%의 빈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 ‘내부자들’은 이 같은 관객의 1% 갈증을 해결해 줄 특별한 물컵을 쥐고 있다.

보통 범죄 영화에서는 선과 악을 명백하게 구별한 뒤 화려한 액션이나 개성 있는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연출 기법으로 단순한 이분법에 초점을 두지 못하게 한다. 물론 ‘내부자들’ 속에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연출은 필수불가결하다. 애초에 범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소위 ‘찰진 대사’와 ‘쩌는 캐릭터’를 기대하기 때문.

물론 ‘내부자들’이 재미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범죄 영화에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선과 악의 단단한 벽을 깨고, 마치 색이 다른 모래를 한 컵에 섞어 흔들어놓은 것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 보였다. 이로서 영화를 보는 시각의 위치가 바뀐다. 그저 때리고 맞는 행위가 아니라, 왜 때리고 왜 맞을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선과 악이 그려내는 인간의 욕망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에서 갑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강희의 뒤꽁무니를 쫓아 온갖 범죄 행위를 도맡아하던 안상구는 한순간에 배신을 당하게 되고, 20년 동안 함께 지내온 이에게 칼을 맞은 안상구는 이강희를 잡을 수 있는 적대적 존재 우장훈과 손을 잡게 된다. “복수극으로 가자고, 화끈하게”라며 미소 짓는 안상구는 복수를 위해 그간 견원지간으로 지냈던 검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것이다.

반면 우장훈은 조직을 위해 투철한 정의감을 바탕으로 온몸을 바치며 일을 하지만, 학연과 지연이 부족한 그에게 성공은 닿을 듯 닿지 않는 존재였다. 일명 ‘흙수저’로 태어난 우장훈에게는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뚜렷한 타겟이 필요했다. ‘금수저’를 꿈꾸며 악의 일당이었던 안상구와 손을 잡은 우장훈은 성공과 신분상승에 혈안이 된 캐릭터로 그려진다. 정의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쓰고는 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의 탈출구로 장필우를 선택했을 뿐이다.

두 사람의 욕망은 우리가 그간 학교에서 숱하게 봐온 도덕책을 기반으로 선과 악을 나누기엔 너무나도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면모를 보인다. 영화가 아닌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현실성은 찝찝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위해 사회를 이용하고, 대중에게 언론플레이를 선보이는 점에선 이기적이지만, 결국 선을 이용해 악을 물리치려는 점에서는 관객들이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끼’ ‘미생’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는 윤태호 작가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불편한 시각과 자신이 가진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 “웹툰이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시스템 속 캐릭터들의 치열한 대결에 집중했다. 다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힘을 고스란히 놓치지 않고 가져오려 노력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민호 감독은 윤태호 작가의 강한 개성을 착실히 가져오되 자신의 섬세한 연출과 시나리오, 캐릭터의 매력적인 각색 등으로 영화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 영리함을 보였다. 이병헌의 논란에 초점을 두기엔 ‘내부자들’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한편 ‘내부자들’은 18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130분. (사진출처: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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