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은 사제들’ 김윤석, 그와 우리가 만나는 시간

입력 2015-11-10 16:20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배우 김윤석 역시 그들 중 하나라는 데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bnt뉴스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로 관객들을 찾은 김윤석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투부터 의상까지…‘김신부의 계산’

김윤석이 또 한 벌의 옷을 입었다. 김윤석은 유독 강렬하고 묵직한 역할로 ‘김윤석’이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타짜’(2006)의 악역 아귀, ‘추격자’(2008)의 엄중호, ‘도둑들’(2012)의 마카오 박, ‘해무’(2014)의 선장 철주까지 캐릭터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 넣어 왔다.

‘검은 사제들’ 김신부도 역시 그랬다. 악령에 씐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모두의 반대와 의심을 무릅쓴 사제이자 교단으로부터 문제적 인물로 낙인찍힌 김신부 역을 맡은 그는 신부의 옷을 입고 외롭고도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감독님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낯설다고요. 아무리 연기자지만 기도문을 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그때 역할에 도움을 주셨던 신부님께서 ‘당신이 한다고 하지 말아라. 그 분이 하신다고 생각해라. 믿고 행하라. 의지를 담으려고 하면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믿고 맡겨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김신부는 조금 더 이성적이었어야 했습니다.”


극중 김신부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단의 이단아로 낙인찍힌 문제적 신부다. 신부답지 않은 거친 언변과 건들거림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김윤석의 자연스러움이 더욱 살아있다.

“김신부는 리얼리티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신부같지 않은 신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을 곱게 하고 배려하는 게 아니라 툭툭 던지고 재미도 갖게 하려고 했어요. 김신부는 옷 자체부터 로만칼라만 빼면 조폭이에요. 그게 김신부의 계산이죠.”

“박소담, 이 요물같은 배우”

‘검은 사제들’은 ‘전우치’(2006) 이후 김윤석과 강동원의 6년 만의 만남으로도 눈길을 모았다. 극중 동료이자 형제, 더 나아가 아버지와 아들같은 두 사람은 각각 베드로와 아가토라는 세례명을 갖고 김신부와 최부제의 묵직한 책임을 짊어지었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40분간의 구마 의식은 눈을 뗄 수 없이 긴장감이 넘칠뿐더러 김신부의 신념을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다.

“한 달 동안 세트장에서 고생했습니다. 또 감독님이 방대한 자료수집부터 무속적인 요소들까지 많은 설정들을 넣어 완성됐기도 했고요. 박소담의 연기도 한 몫 했죠. 소담이의 재능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요물같은 배우죠.(웃음)”


거칠지만 인간적인 웃음을 갖고 있는 김윤석과 그가 맡은 역할 김신부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신부로서의 기품이 아닌 자기 방식대로의 신념을 찾은 김신부처럼 배우 김윤석의 연기적 신념이 궁금해졌다.

“1순위가 작품, 2순위가 배역이에요. 그렇게 소신껏 필모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쫓아가다 그 배역을 만나는 거고요.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 드리겠다 해서 해봤자 될 것 같지도 않고 제가 가진 걸로 제 속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해무’나 ‘황해’(2010)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저를 떠올리지만 예를 들어 제 집사람이 ‘황해’ 속에 나오는 역할과 사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그런 것처럼 전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도둑들’과 ‘타짜’ 캐릭터는 진짜 제 모습과 거리가 멀어요. 반대로 ‘완득이’(2011)의 자연인 동주 모습이 저랑 매우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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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 그려보고 파”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 속 그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였을 뿐만 아니라 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그에게 앞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의 힘을 가지려면 섬세한 디테일이 숨어있지 않나요? 평범할수록 디테일하게 끄집어 울려서 섬세하게 표현해야 돼요. 그게 힘든 부분이죠. 스릴러나 극단적인 사건으로 몰아가면 표현 방법에 있어서 더 쉬운 것 같아요. 그런 섬세함과 휴먼, 코미디, 멜로.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 것들에 목마릅니다.”


유독 스릴러 장르에 강했던 김윤석이기에 그의 대답이 더 의외라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 김윤석은 “스릴러에 매력을 마구 느끼지는 않는다”며 말을 이어갔다.

“‘추격자’를 필두로 스릴러가 대 유행인데 또 다른 면에서는 스릴러가 속도감이 있고 쉬어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저건 스릴러가 분명 아닌데’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메커니즘적으로 속도를 붙일 때도 있고 멜로에도 붙어 있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전 다양한 영화를 보는 편이에요. 일본 영화도 많이 보고 ‘레이더스’(1982)같은 재미있는 미국 할리우스 영화도 많이 좋아합니다. ‘쉘 위 댄스’(2004)같은 소소하고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요. 이런 영화를 보면 기분이 정화되고 재밌고 즐거운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바라기도 하고요.”

김윤석은 2015년 ‘쎄시봉’ ‘극비수사’에 이어 ‘검은 사제들’로 부지런히 영화팬들을 찾았다. 끊임없이 임팩트있는 작품으로 대중들을 찾았던 김윤석이지만 올해 유독 바쁘게 움직였다. 그에게 ‘검은 사제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액션 메커니즘이 있지만 절실하고 진지한, 진짜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혼을 잃고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와 싸워서 이기고 쟁취하는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정말로 가장 진지한 순간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강동원 씨하고 박소담 양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제 작은 소망은 ‘검은 사제들’이 종교에 관계없는 기도의 시간, 나를 만나는 시간, 명상의 시간을 5분정도라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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