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델 한승재의 과감한 도전

입력 2015-11-12 13:43  


[김민수 기자] 예술을 몸에 간직한 채 무대 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준 타투이스트 겸 모델 한승재. 그는 이번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만한 인물이었다.

지금하고 있는 두 직업 중 어떤 것이 위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겉’이 아닌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아름다움을 새기는 타투이스트 한승재. 그는 단순히 몸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굳게 믿는 마음을 되새기며 ‘신념’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싶다며 과감한 도전을 시작하는 그와 만났다.


Q. 오늘 촬영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하루 전날에도 촬영이 있었고 타투 작업하느라 늦게 잠을 잤는데 졸린대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항상 지나오면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쉽기는 하다.
 
Q. 아니다. 잘했다. 역시 타투이스트답게 타투가 눈에 많이 띄는데 오늘 화보와 많이 묻어난 것 같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다.

Q.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원래는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록밴드를 했었다. 기타리스트 겸 보컬을 했었는데 나이 어린 학생들이 홍대에 자주 나오니깐 형들이 좋게 잘 봐줬다. 그때 같이 어울렸던 형들 몸에 타투가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Q. 밴드활동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19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한테 밴드로 먹고 살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한 1년 정도 해보니깐 안될 것 같더라.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지금도 생각하면 크게 다를 것은 없는데(웃음).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가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부모님한테 손을 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하고 찾은 것이 ‘타투’였다.

Q. 일단 밴드 이야기가 궁금하다.
기타를 처음 쳤던 것은 중학교부터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치다가 20살 때 잠깐 했었는데 그때 우리 밴드가 공연한 동영상 봤다면서 ‘위대한 탄생2’ PD한테 전화가 왔었다. 출연할 뻔 했는데 드러머가 방송 전날에 잠수를 타서 결국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밴드는 그때 이후로 그만 두었다.

Q. 아쉽겠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한 타투.
타투를 하는 동네 형한테 배우고 싶다고 20살이 되자마자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웃음). 그렇게 시작해서 주말 알바 하고 생활비 충당해서 20살 10월에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Q. 서울에 혼자 올라온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정말 만만치 않았다. 처음 올라왔을 때 아무것도 모를 때 좋은 타투샵에 취직 시켜준다고 해놓고 4~5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하고 일한 적도 있었다. 생각했던 것도 전혀 아니었고 사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Q. 타투사랑 한승재.
피부에 흉터를 내서 잉크를 넣는데 아프기도 진짜 아프고 부위별로 고통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림을 내 몸에 지닌다는 것, 그리고 신념을 되새긴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투가 좋다.  

Q. 아프지는 않은가. 그리고 목에 있는 타투가 화려한데 전부할 생각인지.
아무래도 피부에 흉터를 내서 잉크를 넣는 과정이 있어서 아프긴 진짜 아프다. 부위별로 고통도 다른데 내가 했던 곳 중에서는 목이 가장 아팠다. 그리고 내 몸 안쪽에는 타투가 없는데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타투이스트는 전부 해외에 있더라. 미국이나 스페인에 있는데 언젠가는 그 사람에게 받을 생각에 남겨 놓고 있다. 몸에 전부할 생각이다.

Q. 타투도 각자 전부 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렇다. 해외는 샵마다 작업하는 방식들이 다르다. 점이나 선으로 표현하는 샵이 있는가하면 동양적인 것을 예술로 하는 사람 등 개성이 다 있다. 나는 이탈리아에 피에트로 세타라는 사람이 있는데 얼굴을 주제로 변형해서 작업을 하는데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12월 말이나 내년 초 쯤에 내가 일할 수 있는 타투 샵이 런던에 생겨서 갈 생각이다.

Q. 주로 오는 손님에게 어떤 스타일의 타투를 해주는지.
일본 동양화 쪽은 거의 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거나 돈이 없을 때는 전부 했었는데 지금은 내 몸에 타투를 한 유럽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동양 쪽은 잘 하지 않게 되더라. 그리고 우리 샵에 오는 손님은 99%가 남자 손님이다(웃음). 이유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1년에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샵에 비해서 너무 없으니깐 진심으로 의아하다.

Q. 같이 모델 하는 동료들은 오지는 않은지.
거의 힙합 쪽 사람들이 나하고 작업을 많이 한다. 그리고 타투가 없는 모델 친구들이 한다고 하면 권유하지 않는다. 모델일에 제약도 많이 받고 요즘 모델들은 연기 쪽도 생각하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다른 곳에 가서 타투를 받는다(웃음). 

Q.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어찌되었든 본인은 하고 싶은데 못하니깐 그런 것 같다. 참을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Q. 한승재가 생각하는 모델과 타투이스트 매력차이는.
나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받을 대마다 혼란스럽다. 두 직업 전부 좋아서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어떤 분야든 내가 재미있어한다면 항상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타투를 할 때는 내 아이덴티티(정체성, 주체성)를 가져보겠다고 공부도 하고 있는데 어떤 직업이 위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재미있게 오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그래도 물어보고 싶다. 꼭 선택한다면.
음..아무래도 타투이스트가 아주 조금은 더 마음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 한 것도 있고 뭔가 창작한다는 보람이 있다.

Q. 연기 쪽으로 가는 모델들도 있는데 본인은 어떤가.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주어져도 그 쪽은 정말 싫다. 생각도 없고 아예 관심 밖이다.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연기자로 일을 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살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재미있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Q. 얼마 전 무대에 섰던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세 번째 시즌이다. 어땠나.
처음 시즌 때에는 엄청 떨렸는데 이제는 편하다. 끝나고 뭐먹을까 생각한다. 내가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데 끝나고 치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치킨을 먹어보는 것도 도전해보고 웬만한 치킨은 다 먹어봤다. 치킨은 후라이드가 진리다(웃음).

Q. 의미 있는 패션쇼.
첫 시즌 때 두 개 쇼를 했었다. 계한희 선생님 카이랑 블라디스라는 신진 디자이너 데뷔 쇼였는데 카이는 어렸을 때 내 또래에서는 유명했었다. 마음속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쇼를 선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블라디스 쇼의 디자이너가 내 친구다.

처음 모델일을 시작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도메스틱 브랜드로 시작 했는데 그때 피팅모델을 했던 사람이 나였다. 같이 시작을 해서 이것저것 많이 했었는데 그 친구가 정말 하고 싶고 목표로 했던 것이 서울패션위크였다. 마침 나도 데뷔 시즌이었는데 재미있었다.


Q. 점점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한승재.
내가 살던 동네에 이제 막 모델일을 시작하거나 잘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주위 대부분 친구들이 모델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모델을 선뜻 할 수 없었다. 괜히 친구들 모델 한다고 나도 따라하는 것 같았고 분명히 모델을 하고 싶고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Q. 롤모델은 있는지.
딱히 없다. 외국에 지미큐라는 나와 비슷한 타투이스트 겸 모델이 있는데 그 사람도 목에 타투가 있는데 처음 봤다. 보면서 공부도 하고 가장 현실적인 롤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카이 데뷔 시즌 때 룩북이 김원중 형이었다. 나는 의상 착장 컷을 찍는다고 갔었는데 그때 원중이 형이 일하는 것일 처음 봤다. 정말 너무 잘하더라. 그런 사람을 아직도 본 적이 없다.

Q. 본인만의 매력은.
없다. 어디를 가도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고 딱히 매력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남들이랑 다르게 생긴 것은 알겠는데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Q. 좋아하는 일이 많은데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아닌가.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여행도 하고 그리고 나서 국방의 의무를 다 할 것이다.

Q. 나에게 각별한 가족.
일단 아버지한테 독일 차 한 대 사드리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한테 영향을 많이 받아서 각별하다. 그리고 나에게 여동생이 있는데 다니엘 스눅스를 좋아하더라. 나보다 한 살 어린데 형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웃음). 그냥 친구로 지낸다. 

Q. 꿈, 목표
뭔가 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모델이든 타투이스트를 하든 우리 색깔이 묻어나는 창작 집단을 만들고 싶다. 더불어 한승재라는 사람이 ‘남들과는 다르게 사는구나’라는 것이 각인이 될 만큼 본분에 충실하면서 내 스스로가 만족할 삶을 목표로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할 것이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스타일난다 KKXX, 이정기서울
슈즈: 아키클래식, 로버스
시계: 가가밀라노 워치
헤어: 라뷰티코아 베네타워점 김미현 디자이너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도산점 네이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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