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석진 “150억 재난 드라마 ‘디데이’, 도전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

입력 2015-11-11 10:47  


[위효선 기자] 하석진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빼어난 외모와 바디 프로포션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적절한 포즈, 시크한 표정 연기, 딱 떨어지는 인터뷰까지.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에서 냉철한 의사 한우진 역을 맡은 그는 재난 현장에서 갓 빠져 나와 댄디함으로 무장한 채 화보 촬영에 임했다.

하석진이 뭇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오른 이유는 단지 훤칠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나혼자산다’, ‘뇌섹시대-문제적남자’ 등을 통해 공개된 그의 지적인 면모와 부지런한 일상은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뇌만 섹시하다고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하석진은 국내 최초 재난드라마인 ‘디데이’의 일원으로 열연 중이다. ‘디데이’는 장르의 특수성 때문만 아니라 1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투입된 작품으로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스케일의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시청자의 기대와 관심은 아주 높았다.

“지금까지 없었던 장르를 시도하고 그것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제작되었으면 좋겠고요. ‘디데이’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효시가 된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석진이 연기하는 한우진은 냉철한 판단으로 혼란이 가득한 현장에 선을 긋는 캐릭터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력과 이성적인 성격은 한우진을 차갑고 냉소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석진이 직접 말하는 한우진은 어떤 인물일까?

“혼란 속에서도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 의사는 냉철하고 논리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데 한우진의 성격이 그것에 완벽하게 부합되죠. 그러나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개인적인 감정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는 여린 면을 가지고 있어요”

한우진은 재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아쉽게도 시청자의 응원은 정의감에 불타는 이해성(김영광)에게 다소 집중되어있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한 한우진과 정반대로 이해성은 감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봤을 때 한우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한우진이거든요. 감정을 중요시하는 이해성보다는 한우진이 상황에 맞는 옳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석진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부터 한우진에 대한 애착을 보여줬다. 보통 캐릭터에 배우의 실제 모습이 담기기도 하는 법. 그렇기에 한우진에게 더 애착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석진에게 한우진과의 연결고리를 직접 물었다.

“한우진과 저요? 비슷한 것 같아요. 실제로 재난 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하면 저는 한우진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을 거예요. 이해성 캐릭터는 워낙 감정적이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만큼은 한우진처럼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감성은 이해성을 향할지 모를지언정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한우진과 같은 생각과 행동이 옳은 선택일 거예요”

‘디데이’는 배우들의 열연과 자연스러운 CG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는 중이다. 하석진을 필두로 김영광, 정소민, 윤주희와 함께 막강한 조연들이 합심해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현장 분위기는 재난드라마답지 않게 아주 유쾌하다고.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장난기가 많고 활발해요. 김영광 씨, 정소민 씨와 함께 촬영하면 시끌벅적하죠. 저랑 개인적으로 붙는 신에서는 그렇지 않던데(웃음)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이 분위기 메이커를 해주고 있어요”
 

하석진에게는 여러 개의 별명이 있다. ‘공대오빠’, ‘뇌가 섹시한 남자’, ‘엄친아’ 등이 하석진의 이름 을 수식한다. 그의 지적인 매력과 소탈한 모습이 TV를 통해 공개된 이후부터 ‘잘생긴 배우’라는 단순한 수식어에 그치지 않았다.

하석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그가 가벼운 마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부터다. “예전에는 작품 홍보와 같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스스로가 예능의 재미를 알고 출연하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몰랐던 예능만의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는 JTBC ‘마녀사냥’에서 솔직한 매력을 뽐내기 시작하더니 MBC ‘나 혼자 산다’로 혼자 사는 남자들의 롤모델로 등극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운동도 하고 맥주도 먹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거죠. 맥주를 워낙 좋아하니까 집에서 맥주 양조에 도전했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무척 길더라고요. 한번 만들면 10,000cc 정도 나오고요. 처리하느라 꽤 힘들었어요(웃음)”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그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을 때, 젊은 여성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어머니 팬들도 그에게 열광했다. 귀티가 흐르는 얼굴로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을 것. 더군다나 남자 냄새 폴폴 풍기는 냉장고에 인간미가 넘쳤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서 먹었던 음식 중에 피자말아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냉장고에 쓸 수 있는 재료가 얼마 없었는데 이원일 셰프님께서 충실하게 사용해서 만들어주셨어요. 프로그램 제목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었죠. 촬영 이후에 최현석 셰프님 레스토랑에 한번 방문했었고 조만간 이연복 셰프님께서 운영하시는 레스토랑에 찾아 뵐 예정이에요”
 

하석진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털털하면서도 남자다운 입담으로 사랑을 받았고 현재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서 비상한 재주를 선보이는 중이다. 유머러스함과 승부욕을 동시에 갖춘 그는 문제를 풀어내는 이색 토크쇼에 딱 맞는 출연자다.

“실제로 한 문제 푸는 데 1시간이 소요된 적이 있어요. 바쁘게 돌아가야 할 예능 촬영 현장이 문제 푸느라 조용해요. 제작진들도 출연자들이 문제를 다 풀 때까지 보고만 있어요. 흔히 당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 격이에요”

‘뇌섹시대-문제적남자’에는 6명의 출연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가 출연해 특출 난 두뇌를 뽐냈다. 하석진은 출연자들은 전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더불어 기억에 남는 게스트 몇몇을 꼽았다.

“출연자 중에 박경 씨는 문제를 정말 잘 풀고 이장원 씨 타일러도 마찬가지고요. 전현무 씨와 김지석 씨는 일부러 부족한 캐릭터를 잡아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 조차 계산된 모습일 거라는 의심이 들게 할 만큼 출중한 분들이에요. 게스트 중에서는 일반인 송기문 씨라고 계세요. 그 분은 정말 천재 같았고 장동민씨도 자기 분야에서는 완벽하시더라고요”
 

하석진은 스크린 활동이 브라운관에서보다는 드문 편. 2008년 영화 ‘여름, 속삭임’ 이후로 스크린 컴백 소식이 없다. ‘디데이’ 이후 차기작으로 관심이 가는 장르에 대해 물었다. “’마션’을 재미있게 봤어요. SF영화라서 좋았는데 아직 SF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이 들죠. 범죄 코미디도 좋고 사극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석진의 연기 인생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캐릭터에서 대기업 자제 또는 본부장, 의사, 셰프 등의 역할을 소화했다. 훤칠한 외모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반듯한 상류층 캐릭터들이다. 장르의 다양성이 조금 더 허용된 스크린에서 그가 눈독들이고 있는 캐릭터는 준수한 인생을 사는 이전 캐릭터들과는 다르다.

“영화 ‘베테랑’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유아인 씨가 연기한 조태오 역은 연기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삐뚤어진 역할이 매력적이었어요”

하석진의 파트너를 돌이켜보면 손예진, 한지혜, 엄지원, 서우 등 화려한 배우들이 라인업을 이룬다. 매 작품에서 연상연하를 불문한 배우들과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 그는 차기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가 따로 있다.

“박신혜 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착하고 명랑해서 작품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황정음 씨는 예전에 같은 회사에 있었어요. 둘 다 신인 때 SBS ‘루루공주’에 출연하기도 했었죠. 요즘은 ‘믿고 보는 황정음’이 된 것 같아요. 유아인 씨는 요즘 워낙 핫 한 배우죠”
 

‘디데이’는 앞으로 단 4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서울, 그리고 그 중심에 생명의 호흡이 반복되는 미래병원이 있다.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하석진은 “재난 상황들이 이어지고 의사들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 예고했다.

더불어 한우진과 박지나(윤주희)의 러브라인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 하석진은 “재난 속에서 싹트는 사랑”이라 언급하며 “곧 둘의 사이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디데이’의 촬영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하석진은 촬영 말미에 “기존에 없던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요?”라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가 몇 번이고 강조한 ‘디데이’의 의미는 한국 드라마계에 새로운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하석진 자신에게도 무척 남달랐으리라 생각된다.

기획 진행: 박승현,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오
영상 촬영, 편집: 박수민 PD
의상: 크리스 크리스티, 느와르 라르메스, 본지플로어, 코모도 스퀘어, 블랙공, 지프
슈즈: 아키클래식, 닥터마틴, 에코
백: 칼린
시계: 마르벤
안경: 폴휴먼
헤어: 애브뉴준오 청담 유로 부원장
메이크업: 애브뉴준오 청담 백유민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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